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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화 칼럼] 불평등에 분노하는 밀레니얼, 사회주의에 열광하다

미국에서 부활하는 사회주의

2016년 미국 대선이 끝나고 얼마 후, 재미교포 A가 한국에 왔다. 그는 소위 말하는 1.5세대로 초등학교 전에 부모를 따라 이민간 세대이다. 그는 한미FTA 반대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사람이다. 워싱턴, 뉴욕, 시애틀 등에서 열심이었다. 그는 한미FTA 반대 투쟁뿐만 아니라 나프타(NAFTA) 반대 등 반세계화 운동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지난 대선때 버니 샌더스 캠프에서 자원 봉사일을 했다. 전에는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일을 해본 적은 없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샌더스가 힐러리에게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패배했을 때 눈물이 났다고 했다. 비록 샌더스는 자신의 지지자에게 힐러리 지지를 부탁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6년에 이어 올해 미 대선을 위한 민주당의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열리고 있다. 이 경선에서 단연 톱은 버니 샌더스이다. 78세라는 노정치가의 지지층은 젊다. 그리고 소수 인종과 소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마도 나의 친구도 또 다시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을 것이다. 이 열풍을 낳은 배경은 무엇이고, 정체는 무엇인가.

이러한 열풍을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저자 헬렌 레이저는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주의 열풍으로 해석한다.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사라졌던 용어가 다시 100년 만에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버니 샌더스가,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좌파 정치인인 장 뤽 멜랑송이 이 용어를 진지하게 사용했다. 이들만이 아니다. 급진좌파의 성격을 가진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등이 집권에 성공했다.

가장 불행한 세대, 밀레니얼 세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 11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2020.2.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 11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2020.2.20ⓒAP/뉴시스

밀레니얼이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밀레니얼은 역사상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다.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일자리이다. 이들의 일자리 전망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도 비관적이다. “대다수는 실업자가 될 것이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계약직,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이들 중 30%는 아직 실용적으로 수익적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없는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높은 고등교육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가 왜 이렇게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을까? 책은 대다수 사람이 가난해질 때 정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2016년 미국 대선을 사례로 알아본다.

민주당은 대부분 서민이 어려운 경제적 조건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은 세상이 힘들다고 말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 그러나 미셀 오바마는 힐러리를 지지하는 찬조연설에서 “어느 누구도 이 나라가 위대하지 않다고 말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즉 미국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민주당 주류는 위기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버니 샌더스만이 인종차별주의가 무시무시한 세력이라는 점에 힐러리와 뜻을 같이 하지만, 동시에 임금 불평등이 무시무시한 문제라는 데 트럼프와 한 뜻이었다.

20세기는 미국의 중산층이 성장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이들이 임금 정체를 겪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미국 특히 백인 중심의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장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전히 부모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는 굳건하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복지를 박탈당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관통하는 가치관은 ‘개인주의’ ‘능력주의’이다. 누구든 노력만 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종적 소득 격차도 게으른 인종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의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능력주의는 한계에 도달했다. 백인들도 스스로를 실패자, 흑인 등 유색인종이 오랫동안 경험했던 좌절을 알게 되었다.

“힐러리 클리턴 선거참모들은 지난 40년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실질임금 하락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보다는 여전히 많이 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인남성의 소득 감소폭이 가장 컸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했다. 빌 클린턴의 나프타와 같은 기존 법령과 협약을 사람들이 너무나도 증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했다.”

헬렌 레이저는 밀레니얼 세대를 혁명 세대라 부른다. 그들만이 빈곤의 악순환,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인 자본주의를 종식시키는 데 앞장설 수 있다고 믿는다. 왜 이들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밀레니얼 세대가 어느 세대보다 가장 불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헬렌 레이저는 밀레니얼 세대는 혁명의 세대가 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마르크스주의가 필요한 이유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자본주의가 빈곤의 원흉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대중은 누군가 다른 사람, 예컨대 흑인, 무슬림, 멕시코인, 여성, 중국 공장 노동자들에게 화살을 돌리게 된다. 트럼프와 같은 파시스트를 만들어낸다. 민중들은 쉽게 이러한 포퓰리즘에 포섭된다. 일부 좌파의 주장, “소득이 줄어들면 민중은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오류이다. 빈곤해진 민중은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고, 파시스트들은 이를 조장한다.

마르크스 사회주의는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사회주의는 ‘개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사회 전체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라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빈곤과 불안을 낳는 원인이라고 진지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는 미국에서 실패했다. “과거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빈곤을 진짜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고, 그래서 문화적 불관용, 인종차별, 성차별 같은 순수하게 자유주의적 관심사에 집중했다. 이들 좌파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본주의를 상대적으로 무해한 것으로 보았다. 20세기 중반의 좌파들은 경제문제는 포기하고 문화 문제에 모두 관심을 쏟아 부었다.”

헬렌 레이저의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헬렌 레이저의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자료사진

베이비부머 좌파들의 주장처럼 교육을 통해 모든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없앤다할지라도,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여전히 유지된다. 만약 우리가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빈곤을 낳는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빈곤이 자본주의의 폐단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경제적 불평등과 문화적 불평등은 계속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젊은 좌파들은 문화적경제적 불평등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안다. 밀레니얼 세대가 바로 이런 이유로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자가 될 대세를 갖추고 있고, 그들이 혁명의 세대로서 기대되는 이유라는 것이 헬렌 레이저의 주장이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기회의 평등’, ‘능력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확산해 왔다. 그 결과 경제적 부의 집중, 엘리트 사회의 지배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진보진영은 사회권력의 사다리를 걷어치우는 대신에 유리천장 깨뜨리기에 주목해왔다.

그렇다고 이 책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와 버니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자본주의가 현재 우리가 사는 야만주의 사회의 근간임을 말하지만, 자유시장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소수의 정치가 아닌 다수의 정치, 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즉 계급정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국도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 정당들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약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민주당의 선거공약 1호는 ‘무료와이파이’다. 당장의 표를 겨냥한 유권자 선심 사기 공약뿐이다. 참으로 한가한 공약이다. 미국의 부유세, 증세 주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 영입하는 인물들도 신선함이 덜하고 한국의 무력한 국회를 회생시킬 힘을 느끼기 힘들다. 미국의 민주당 예비경선이 부러운 이유이다.

김애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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