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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평범한 우리들의 ‘뻔’한 이야기가 ‘짠’한 울림으로,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우리 커피숍 가서 얘기 좀 할까?”
“우리 노래방 가서 노래할까?”

장소의 기능은 대부분 장소의 명칭이 말해준다.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고 식당은 밥을 먹는 곳이다. 커피숍은 커피차를 파는 가게이고 노래방은 노래를 부르는 곳이다. 허나 커피숍에서 단지 커피만 마시란 법은 없고 노래방이라고 해서 꼭 노래만 부르고 가라는 법도 없다. 어둑해진 놀이터엔 놀러 나온 아이들은 사라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놀이터를 채우기도 한다. 서점이 책을 파는 기능을 넘어서 복합문화기능을 갖게 된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장소는 단순히 명칭이 의미하는 기능을 넘어서 사람들의 정서가 버무려져 새로운 역할을 하곤 한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를 2012년 처음 보았을 땐 연출의 의도가 참 생소했다. 제목이 노래방이라고 하지만 정작 노래방보다 노래방 뒤에 무대가 눈에 더 들어왔기 때문이다. 중앙에 회전식 노래방 뒤로 시소와 그네, 구름사다리까지 갖춰 놓은 놀이터가 있었다. 게다가 누가 봐도 놀이터인데 화장실이란다. 노래방 주인이자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인 배우는 관객에게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저게 화장실이랍니다. 아무리 연출이라지만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어쨌거나 인물들은 이 놀이터, 아니 화장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락날락한다. 시소에 앉아 ‘꺽꺽’ 소리내며 울기도 한다. 그네에 앉아 화장실 천장이 뚫어져라 소리도 지른다. 생각해 보면 화장실에 몰래 앉아 울었던 기억도 있고 화장실 벽에 기대어 오랜 통화를 했던 기억도 난다. 설레는 마음으로 화장을 고치며 벌렁거리는 가슴을 추슬렀던 곳이 화장실이기도 했다. 연출의 의도는 무대 위 시간이 흐를수록 먹혀든다. 관객들은 무대 위 놀이터를 더이상 놀이터가 아닌 화장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이 연극은 아예 작정이라도 한듯 장소가 갖는 본래 기능을 깨버린다. 노래방에 들어선 민재는 다짜고짜 밥을 시켜도 되냐고 묻는다. 아들과 노래방에서 만나기로 한 것도 우습지만 노래방에 와서 노래 하나 안 부르고 서툰 부자간 대화만 하고 만다. 민재는 엄마 없이 키운 아들 희준과 대화하는 법을 모른다. 결국 둘의 대화는 싸움으로 끝나고 만다. 정작 할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 아버지와 관계가 서툰 희준은 연애도 서툴다. 희준은 연인 민정을 끝임없이 의심하고 집착한다. 희준과 민정도 다툼 끝에 노래방을 찾아온다. 남에게 눈치보지 않고 맘편하게 싸울 곳으로 노래방만한 곳도 없을테니. 이들 역시 노래방에서 노래 하나 부르지 못하고 이별을 하고 만다.

그렇다 해도 노래하기 좋아하는 한국민이 노래 한 소절 안하고 노래방을 나오면 섭섭하다. 명색이 노래방이 공간적 배경인데 노래방 반주에 에코 잔뜩 들어간 마이크를 잡지 않은다면 무슨 재미일까. 연극 ‘우노얘(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노래방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적절한 노래 한 곡씩을 불러 준다. 아들과 어긋나는 민재의 ‘My way’, 민재와 재혼을 약속하지만 불안하고 겁나서 물러서려는 보경이 부르는 ‘You light up my life’ 등 흘러간 팝부터 최신의 마마무 ‘hip’까지 에피소드를 적절하게 살리는 노래들이 재미를 더한다.

평범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노래방이란 소시민들 공간을 통해 ‘뻔’하지만 ‘짠’한 울림을 준다. 이 공연은 볼 때마다 노래방을 가고 싶게 한다. 혼자서 소리 지르며 노래하다 맥주 한잔해도 좋겠다. 친구들과 함께 3차 정도에 들러보고 싶기도 하다. 맘 편하게 가기엔 노래방도 꽤 비싸졌지만 도심 속에서 남 눈치 안 봐도 되는 몇 안 되는 휴식처임엔 분명하다. 지금은 그마저도 조심해야 하지만,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 그 날을 조금만 기다려 보는 것으로.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공연날짜:2020년 2월 8일~3월 8일
공연장소: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
공연시간:110분
관람연령:만 13세 이상
출연진:진선규, 김민재, 차용학, 유지연, 정연, 박소진, 한수림, 오의식, 윤석현, 정선아, 유연, 이지해, 임강성, 오인아

이숙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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