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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류의 99%가 중독됐다? 세계 최대 화학 기업과 싸움 다룬 실화
영화 ‘다크 워터스’
영화 ‘다크 워터스’ⓒ스틸컷

199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농장에서 젖소 190마리가 갑작스러운 떼죽음을 맞이 한다. 농장주 ‘윌버 테넌트’는 변호사 ‘롭 빌럿’에게 소송을 의뢰한다. 사람들은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고, 마을엔 중증 질병이 퍼지기 시작한다.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은 세계 최대의 화학 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 유출 사실을 폭로한다. 그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독성 물질이 프라이팬부터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까지 우리 일상 속에 침투해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거대기업과 싸움에 나선다.

화학 물질과 에너지 사업 분야의 세계 최대 회사 듀폰과의 법정 소송 과정을 다룬 영화 ‘다크 워터스’가 오는 11일 개봉한다.

199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농장주 윌버 테넌트에게 처음 사건 의뢰를 받았을 때만 해도, 화학 기업 전문 변호사였던 롭 빌럿은 유출된 물질을 파악하여 허가 여부만 확인하면 일단락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치아를 검게 변색시키고 소 190마리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몰고 간 독성물질이 PFOA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기나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PFOA(Perfluorooctanoic Acid)는 1970년 미국 환경보건국이 화학물질 규정을 만들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정부의 감시망을 피한 채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전세계 99%의 사람들이 노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8로도 알려진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으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환경오염 물질이다. 프라이팬, 콘택트렌즈, 유아 매트 등에 사용되며 기형아 출산율을 높이고, 각종 암과 갑상선 질환 등 중증 질병을 유발하고 있었던 것ㅇ;디.

듀폰사는 PFOA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지속적으로 PFOA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무단 방류까지 하며 40년 넘게 진실을 은폐하고 있었다. 명백한 증거조차도 무력하게 만드는 대기업의 권력과 꼼수 앞에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했던 롭 빌럿은 20년에 걸친 끈질긴 추적 끝에 2017년, 듀폰을 상대로 총 8천억 원의 배상금 판결을 받아낸다. 그리고,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사회의 여러 사건이 겹쳐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우리나라 기업이 저지른 여러 범죄들도 영화 속 듀폰과 비슷하게 사실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한다. 영화 속 주민들이 자신들의 지역 경제를 살리는 듀폰을 왜 공격하냐고 항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흔들지 말라는 여론도 비슷하다. 기나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까지 유사하지만, 거액의 배상 판결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선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영화 ‘다크 워터스’
영화 ‘다크 워터스’ⓒ스틸컷

영화 ‘다크 워터스’는 사건을 고발하고 있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법정 투쟁 과정은 통쾌하다기 보다는 힘겨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마을 사람들의 역학조사를 위한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몇 년이 넘게 걸리고, 긴 기간 때문에 희의적으로 변한 마을 주민들의 시선을 감당해야하는 어려움까지 속속들이 담아내고 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다크 워터스’의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푹 빠져들었고, ‘롭 빌럿’의 이야기에 매우 진지하게 접근했다. 영화의 출발점이 된 뉴욕 타임스 기사를 접한 토드 헤인즈 감독은 “사건의 실체는 충격적이고 심각했고 두려웠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이 사건을 조사하고 파헤치고 밝히게 된 과정을 따라간다.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뜨거운 작품이 될 것이다”라며 영화의 의미와 연출 의도를 밝혔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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