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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코로나19 확산 시대의 음악

2020년 3월 4일 수요일 현재, 한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5,328명. 사망자는 32명, 격리해제된 확진자는 41명이다. 사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코로나19 공포는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거리에 나가보면 썰렁하고 스산하다. 극장에도 사람이 없다. 영화전문기자 성하훈에 의하면, 3월 3일 하루 전체 관객 수는 59,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

사람들이 몰려들 때는 오직 마스크를 살 때 뿐이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이라고 할 정도로 마스크를 사기 어렵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보다 손을 잘 씻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아랑곳 하지 않는 현실이다. 학교 개학은 3주나 연기되고, 가게들은 손님이 없어 죽을 맛이다. 일부 회사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했지만, 결코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12일 서울의 한 대형 영화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매표소로 향하고 있다.2020.02.12
12일 서울의 한 대형 영화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매표소로 향하고 있다.2020.02.12ⓒ뉴스1

대중음악계도 힘들다. 음반과 음원을 계속 발표하지만 공연은 죄다 취소되었다. 그린데이, 미카, 영블러드, 줄리안 라지 트리오 등의 내한공연이 취소되었을 뿐 아니라,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국내 뮤지션들의 크고 작은 공연들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모르긴 해도 장기 공연이 기본인 뮤지컬과 연극계는 더 타격이 클 것이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만 더 이어진다면 한국 사회는 올해 상반기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전국민 재난 기본소득’ 도입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삶을 채우고 바꾸는 것은 일상의 사소함이라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쉽게 뒤흔들릴 수 있는 연약한 것인지 무심하게 드러낸다. 개인의 평화와 안식은 사회가 흔들릴 때 금세 사라진다. 이제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 정부가 주춤거리고, 기후가 요동치고, 질병이 난무할 때 홀로 설 수 있는 개인은 없다. 혼자 지킬 수 있는 여유와 평화도 없다.

이럴 때 음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항상 그래왔듯 음악은 홀로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세상과 맞서지도 못한다. 많은 공연이 속속 중단되는 요즘, 마음이 힘들어 음악을 듣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다시 해외 차트에서 1위를 하고, 미스터트롯이 결승을 향해 간다 해도 기쁨과 감동을 맘 편히 즐기기 어렵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오늘, 간직해야 할 것은 두려움만이 아니다. 우리는 슬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분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있었던 7명의 죽음은 죽음마저 평등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병들고 가난한 이들의 쓸쓸한 죽음 앞에 감히 한 곡의 음악을 올려 명복을 빌 수 있다면, 잠비나이의 ‘그들은 말이 없다’를 고르고 싶다. 세월호 추모곡으로 세월호의 죽음 앞에서 입을 다문 이들을 노래한 곡을 온전히 말도 못해보고 죽어간 이들에게 바쳐도 좋을만큼 분노는 슬픔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에게 머리 숙여 애도를 보내야 할 시간이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나 김수철의 [황천길] 앨범이 그들의 명복을 빌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인간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를 만들고 문명을 쌓아왔지만, 그렇다고 항상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질병을 막기 위해 특정 국가의 사람들을 막는다거나 특정 종교를 없애버리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음에도, 손쉽고 분명해 보이는 해결책에 열광하는 이들은 항상 많다. 멀쩡했던 사람들이 납득하기 힘든 생각에 빠져 사회를 등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순간, 어리석음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와 어리석음마저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이 함께 필요하다. 싱어송라이터 주윤하의 곡 ‘용서’를 들으며, 누군가 미워하는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의 오핸 아닐까“라고 반문하면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노래하는 강산에의 노래 ‘이해와 오해 사이’는 지금 우리에게 맞춤하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영애의 ‘말도 안돼’와 이소라의 ‘Track 3’을 들으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을 서로에게 속삭일 필요가 있다. “그래도 희망은 너와 내가 손 잡은 사람에게 걸 수 밖에/희망은 언제나 사람들의 몫으로 남아있게 마련이지”라는 한영애의 노래나, “모르는 그 누구라도 꼬옥 손잡아 준다면 외로움은 분홍색깔 물들겠죠/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이라는 이소라의 노래는 이 막막한 순간 희망을 지키고 나눌 수 있게 도와준다.

방백은 ‘바람’에서 “니가 누구건 간에/니가 어떻든 간에/니가 어디에 있든/니가 지금 이순간/힘이 되기를 힘이 되기를/힘이 되기를 힘이 되기를”이라고 간절하게 노래한다. 그 마음이 대구 경북의 환자를 위해 기꺼이 병원을 열어주겠다는 광주와 전북의 마음이며, 대구를 비롯한 곳곳에서 분투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뮤지션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제작사와 음향/조명 등 관련 업체, 공연장들까지 대중음악계 전체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이들도 있다. 싱어송라이터 강백수는 3월 15일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한다. 공연의 제목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라이브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에서는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시작했다. 그레이, 김필, 나훈아, 송가인, 아이유, 코요테, 탑처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부하는 뮤지션들도 있다.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온라인 콘서트 '할 수 있는 일' 공지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온라인 콘서트 '할 수 있는 일' 공지ⓒ사진 = 강백수 문화사

사회적 재난은 사회의 민낯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정의를 빙자한 혐오가 공공연해지고, 합리적인 생각보다 공포가 더 자연스러운 이유는 이 사회가 각자도생의 지옥이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사회를 병들게 만든 게 아니라, 병든 사회가 병을 키운다. 그래서 코로나19가 빨리 물러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뮤지션들과 업계의 피해를 빠르게 복구하는 일만큼 이 순간의 기록을 음악으로 남기는 일도 중요하다. 그것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시대,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우리 안에는 얼마나 다르고 많은 우리가 있었는지, 두려움과 미망과 분노와 슬픔을 잊지 않기 위해 음악이 필요하다. 음악이 기록이 되고, 희망의 씨앗이 되고, 사유의 토대가 되고, 내일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부디, 2020년 봄을 다 잃지 않기를.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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