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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문학, 시대를 꾸짖다… 역사를 이끌어가던 문학
책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책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소명출판

소설이 시대를 꾸짖고, 역사를 이끌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소설을 찾기 힘들지만, 해방 이후 수 많은 작가가 시대와 싸우며 역사를 향해 소설로 목소리를 외쳤고, 특히 당대의 정치 권력과 지배 권력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곤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의 소장인 임헌영 선생이 이런 작품들을 소개하는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를 출간했다.

‘통매(痛罵)하다’는‘몹시 꾸짖는다’는 뜻이다. 정치 권력을 향해 통쾌한 외침을 날린 주요 작가와 작품을 책은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장용학, 이호철, 최인훈과 박완서, 이병주, 남정현, 황석영과 손석춘, 조정래, 박화성, 한무숙 총 11인의 작가를 다룬다. 한국문학의 산증인과도 같은 저자는 강렬하고 탁월한 문체로 작가론을 펼친다.

임 선생은 이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문학은 저 인문학적 황금시대의 왕좌였던 문사철(文史哲)의 권좌로부터 스스로 삭탈관직한 채 거대담론을 버리고, 미세담론에 안주하고 있다. 교양인의 필독서였던 시와 소설이 오로지 문학도를 위한 문학으로 교재로 쪼그라들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인문학이 문사철이었던 시대에서 사철문으로 그 배열이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시와 소설에 빌붙은 존재인 비평문학 역시 그 존재의 운명은 다를 바 없다.”

인문학적 황금시대의 문학의 뿌리로 그는 이른바 월계다방 출신의 문인들을 꼽았다. 임 선생은 “민족사의 본질적인 거대담론을 처음 다룬 것은 전후문학파였고, 그 중 광화문의 월계다방(작가 남정현, 최인훈, 시인 한무학, 신동엽 등)에서 발아,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최인훈의 ‘광장’ 발표 60주년에 남정현의 ‘분지’ 필화 55주년이라면서 이 두 작가는 미·일의 신제국주의화, 러시아와 중국 견제를 위한 미·일·한 3국동맹의 추진, 이를 위해 남북 갈등의 극대화 조장, 북핵문제 등을 예견, 독재체제 비호 등등의 문제를 두루 제기하며 경고했다. 그 외 많은 작가들도 혜안으로 민족과 국가의 위기를 역설, 경고하며 정치를 질타, 통매했으나 주시하지 않은 채 방치해왔다고 그는 강조한다.

제1부 ‘탈향작가들의 미학적 모험’에선 장용학, 이호철, 최인훈, 박완서를 다른다. 임 선생은 “네 작가 중 셋은 공교롭게도 함경도 아바이 출신들로 내 개인적으로 무척 존경했던 분들이었고, 그들의 문학에는 적어도 민족사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부채의식이 담겨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인훈을 “‘화두’로 우리 시대 최고의 정치소설을 장식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우리 시대의 정치를 가장 신랄하게 까놓고 조롱조로 비판한 작가”라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어 그와 함께했던 추억을 엮어 에세이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가론을 썼다. ‘총독의 소리’와 ‘화두’ 등을 통해 친일 독재정권에 대한 최인훈의 서릿발 같은 통찰에 주목했다.

제2부 ‘이병주, 박정희를 역사 앞에 소환하다’엔 고 김윤식 평론가가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로 꼽았던 이병주의 작품을 다룬 글이 담겨 있다. 임 선생은 “나림의 탁월한 역사문학의 산맥 중 나는 유난히 박정희를 다룬 작품을 특히 선호한다. 박에 관한 한 어떤 역사학자나 정치평론가도 이룩하지 못했던 실체를 이병주는 흥미진진하게 풀어주고 있다. 아마 이 평론집 중 가장 대중성 있는 글이 될 것이다. 부디 널리 소문내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햇다.

제3부 ‘분단과 평화의 정신현상학’은 남정현을 중심 삼아 분단문제와 제국주의론, 특히 미국의 정체를 탐색하고 있다. 임 선생은 “분단 반쪽인 남한이 미국에 얼마나 헌신적이었던가를, 그런 충직한 한국을 미국은 얼마나 모멸적으로 대응하는가를 카프카적인 풍자적 리얼리즘으로 멋지게 그려준 작가는 남정현 말고는 아직도 없다. 언론인 손석춘의 두 장편소설은 문단에서는 낯설 것이나 분단시대를 다룬 첨예한 작품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싣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4부 ‘근대 민족운동의 증언록’은 조정래의 ‘아리랑’을 비롯한 일제 강압 아래서의 민족해방투쟁의 양상을 다룬 작품론들이다. 임 선생은 ‘아리랑’은 항일투쟁의 조감도이자 민중 수난의 수라도(修羅道)로, 지금 횡행하고 있는 토착왜구의 정체를 까발려 준 민족 필독의 명작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의 허구성을 생생하게 입증해 준 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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