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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자라는 아빠] ‘코로나19 시국’ 속 아빠의 육아

오늘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인근 지역에 발생했다는 긴급재난 경보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울리는 재난 문자에 피로감을 느낍니다. 누군가의 동선을 낱낱이 알게 되는 게 싫으면서도, 나의 동선과 겹칠까 봐 재난 문자 수신을 끄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퇴근길도 조심스럽습니다. 아빠니까 더욱 그렇습니다.

재난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당연하고 평범했던 일상을 뒤틀어 놓는 것입니다. 손 씻자, 눈을 비비지 마라, 손가락을 입에 대지 마라, 손으로 음식 집어 먹지 마라, 불안한 만큼 잔소리가 늘어갑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아이를 곧장 안아주지 못하는 나날도 계속됩니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아이를 더는 가까이 오지 말라고 멈춰 세웁니다. 현관 도착과 동시에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야 아이를 안고 하루의 안부를 나눕니다. 낯설고 불편합니다. 아침저녁으로 가족들 체온을 재어봅니다. 누가 재채기나 기침을 하기라도 하면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체크합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을 번거롭게 바꾸어놓았습니다.

불특정한 사람을 만나는 직장인 덕분에 확진 환자 수가 늘어날수록 불안감도 정비례합니다. 두려운 건 호흡기 증상이나 치사율이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감염 전달자'가 될까봐, 그리고 내가 격리돼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입니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부터 휴일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즐겨 가던 목욕탕과 중고서점에도 가지 않습니다. 아이의 친구와 만나게 해주는 것마저 조심스럽습니다. 아이는 다행히 답답하지도 않은지, 나가기 싫고 집에만 있고 싶다고 합니다.

흘려도 괜찮아. 오래 얌전히 놀아준다면..
흘려도 괜찮아. 오래 얌전히 놀아준다면..ⓒ필자 제공

우리는 주말동안 갖가지 놀이를 하며 집 안에서 보냈습니다. 커피를 마실 겸, 커피 만들기 놀이를 했습니다. 아이는 어른 세계의 물건을 장난감 삼는 걸 좋아합니다. 원두 가루에서 초콜릿 냄새가 난다며 흥미를 보인 아이는 모카포트에 커피가루를 열심히 옮겨 담습니다. 절반은 테이블에 흘렸지만 괜찮습니다. 그렇게 20분 정도는 재미있게 보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도 최근 두려운 것이 생겼지만 코로나19는 아닙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갑자기 아이가 황급히 페이지를 넘깁니다. 그림 속에 있는 닭 때문입니다. 며칠 전 엄마 아빠가 닭 괴물로 변하는 악몽을 꾸고 난 뒤부터 닭을 무서워합니다. “아빠 닭 먹으면 안 돼. 닭 먹다가 닭 괴물로 변해서, 나도 못 알아보고 나를 잡아먹으면 어떡해”라며 닭을 먹지도 못하게 할 정도입니다.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아직도 닭이 두렵나 봅니다. 아빠의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 못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30분 정도 읽으니 목이 아파옵니다. 다른 놀이로 넘어갑니다.

헬리콥터가 필요하다는 아이의 말에 빨대와 종이컵으로 얼렁뚱땅 만들어줍니다. 빨대 프로펠러를 나사에 붙이고, 손가락으로 튕기니 제법 잘 돌아갑니다. “아빠 최고!”라면서 엄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10분도 벌지 못했습니다. 함께 창의적인 활동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합니다.

시계를 쳐다봅니다. 이제 뭐 하고 노는 게 좋을까요. 힘드네요. 이제 그만 혼자 있고 싶습니다.

10분만 더 버텨줘. 헬리콥터!
10분만 더 버텨줘. 헬리콥터!ⓒ필자 제공

침대에서 씨름하기, 함께 홈 트레이닝하기, 피자 만들기, 만화 역할 놀이, 블록 놀이,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목욕 놀이 등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다 갔습니다. 아이의 활력은 여전히 넘치고 나는 녹초가 되었습니다. 잠들기 전 아이가 오늘 하루 즐거웠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주말은 무사히 보냈지만 어린이집이 3주나 휴원하게 되었습니다. 근처에 조부모나 친척이 없는 우리 같은 맞벌이 부부로서는 발 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가정 보육이 어려운 가정은 '긴급보육제도'로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킬 수는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아니면 육아휴직이라도 써야 할까 생각해보지만 아이가 초등학교가 다닐 때를 위해 아껴둬야 합니다. 가족돌봄휴가와 연차로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선택지가 나은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집이 다시 열고,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 있고, 손 씻으라는 잔소리도 덜하고, 퇴근 후 마음껏 아이를 안아줄 수 있고, 체온계와 마스크가 필요 없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힘든 육아 중인 양육자들께 응원을 보내며, 용감하고 헌신적인 의료진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창열 정신건강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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