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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하나님은 ‘남성’이라고 믿는 기독교인에게
책 ‘성경적 페미니즘과 여성 리더십’
책 ‘성경적 페미니즘과 여성 리더십’ⓒ새물결플러스

“여자가 하는 말 중에 절반은 사탄의 말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씨가 지난해 11월 1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극우집회에서 한 발언이다. 전 씨는 이날 “마누라는 에덴동산부터 사고를 쳐 선악과를 따 먹어서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다”면서 “나는 집사람하고 상의 안 한다. 집사람하고 상의하다 신세 거꾸로 처박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 씨의 이날 발언은 학위와 목사 자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어서 나온 우발적 발언일까?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한국 개신교 내부에선 전 씨의 발언과 같은 문제 발언이 목회자의 입을 통해 되풀이되고 있다. 전 씨의 발언이 알려진 지난해 11월 총신대 신학 교수들은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줬는데, 그 말이 자매가 해주는 것보다 더 좋았다. 난 영계가 좋지, 노계는 별로”, “여성의 성기는 하나님께서 굉장히 잘 만드셨다” 등 성희롱적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그리고, 이런 폭력은 꾸준히 되풀이되고 있다.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한국 개신교의 조직적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현실을 바꿀 순 없을까? 신학자 강호숙 박사는 성경에서 그 길을 찾았다. 이런 자신의 고민을 담은 책 ‘성격적 페미니즘과 여성 리더십’이 얼마 전 출간됐다. 사실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한국 개신교 상황, 특히 강호숙 박사가 공부하고, 신앙생활을 해온 예장합동 교단과 총신대의 분위기를 떠올려 볼 때 ‘성격적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뜨거운 아이스 커피’만큼이나 어색하다. 가부장적인 교회 문화와 가부장적인 설교가 가능하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가 성경이기 때문이다. 전광훈 씨의 “여자가 하는 말 중에 절반은 사탄의 말”이라는 주장도 창세기 에덴동산 이야기를 근거로 하는 주장이고, ‘여자의 머리는 남자’라고 기록된 고린도전서 11장 2~16절, ‘여성은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고린도전서 14장 34~35절, 그리고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는 디모데전서 2장 8-15절 등 성경 구절들은 여성안수를 금지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더구나 성경이 유일무오한 진리라 믿고 있는 보수교단에선 ‘페미니즘’을 마치 교회를 흔드는 부정한 사상으로 본다. 이런 배경엔 가부장적인 성경해석과 문화를 정통으로 여기는 그들의 왜곡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님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하나님은 ‘남성’이 아닌 ‘성’을 초월한 존재 이지만, 그동안 그를 남성으로 이해해 왔고, 그런 문화는 ‘남성성’에 아주 특별한 권위를 부여했고, 그것은 권력이 됐다. 강 박사는 이런 현실을 책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지금까지 페미니즘과 젠더를 무시하는 가부장적 성경해석은 마치 하나님을 높이고 찬양하는 것 같지만, ‘남성성’을 특권화하면서, 여성의 하나님과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악에 눈감아 버렸다. 이러한 가부장적 신학의 무정함, 배제, 폭력과 불의가 마치 ‘성경적’인 것처럼 회칠해지고 교리로 굳어지면서 , 교회 여성은 더 이상 신앙적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2017년 열린 예장 합동 총회장 앞에서 여성안수 허용을 요구하는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 사진 제일 오른쪽이 강호숙 박사.
2017년 열린 예장 합동 총회장 앞에서 여성안수 허용을 요구하는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 사진 제일 오른쪽이 강호숙 박사.ⓒ기타

그러면서 강 박사는 “하나님은 남성적 이미지뿐 아니라 여성적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계신다. 그러므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남성적 이미지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성과 관련한 하나님의 온전한 본성을 이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가부장적인 틀과 해석을 통해 성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눈으로 성경을 읽어야 한다. 그는 ‘성경적 페미니즘’이 성경을 보는 필수 코드라고 강조한다. 강 박사는 “성경적 페미니즘을 정의하자면, 페미니즘에 담겨 있는 ‘여성됨에 대한 여성 스스로의 질문’이 곧 ‘인간됨’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성경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을 기독 여성 스스로 규정하게 하려는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교회사적으로 남성 교부나 남성 신학자들에 의해 여성됨이 규정되어왔음을 자각하고 기독 여성 스스로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이 무엇인지, 즉 성경적 여성관이 무엇인지 주체적으로 논의하려는 의지와 목표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성경적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리는 동시에 구약시대부터 초기 한국 교회사에 이르기까지 여성 리더십의 역사 아울러 성차별적인 교회 현실을 돌아보고, 아울러 치열하게 성경을 파고들어 남성에 의해 왜곡되어 전해진 목소리가 아닌 하나님의 참된 목소리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예수 부활의 증인이 된 여성들, 예수의 수난과 처형의 증인이 된 막달라 마리아, 가부장적인 시대에 주체적 여성으로 섰던 예언자 한나 등 여성들을 성경의 주인공으로 세우며 주체적으로 성경을 읽는다.

이 책은 그동안 한국 개신교 신자의 60%를 차지하고, 각종 봉사를 책임지는 등 교회를 이끌어가는 실질적 주체이면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자존감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지 못해왔던 여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가부장적 성경해석에 길들여져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라디아서 3장 28절)는 바울의 가르침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보수교단의 남자 목회자들과 지금 공부하고 있는 신학생들에겐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넓은 시각을 통해 접하는 성경과 이를 통해 교회를 성평등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 때 한국 개신교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다. 강 박사는 “이제 한국교회는 복음 전파, 하나님 나라 공동체 실현, 교회 갱신, 사회 개혁, 남북통일, 그리고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생명과 평화 문제, 환경 문제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수평 관계 지향성과 공감 능력과 영성 측면에서 미래 변혁적 특성이 있는 여성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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