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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카피라이터 정철의 『사람사전』
『사람사전』
『사람사전』ⓒ허밍버드

카피라이터 정철이 새 책을 냈다. 이름하여 『사람사전』. 부제는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1 ㄱ’ 에서부터 ‘#1234 힘’까지 1234개의 표제어가 실려있다. 짐작하겠지만 모든 설명은 작가 마음대로.

사전을 처음부터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등학교 시절 약간 사회화가 덜 된 친구 한 명이 영어사전을 첫 장부터 찢어서 외운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설마 진짜 그랬을라구.) 그러니 다른 사전처럼 이렇게 사용하기로 하자.

우선 코로나19. 표제어에 없다. 그럼 감기? 있다.

#52 감기
걸린다. 아프다. 춥다. 외롭다. 시간이 간다. 낫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상황이 종료되는 질환. 감기와 똑같은 증상이 고독. 고독에 걸린다. 아프다. 춥다. 외롭다. 시간이 간다. 낫는다.

음~ 뭔가 있어보인다.
그럼 다음. 신천지는 어차피 없을 테니 종교나 교회를 찾기로 한다.

#951 종교
일종의 보험. 계약서엔 이렇게 적혀 있다. 물론 깨알 같은 글씨로. 이 보험 계약은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기업이 하는 계약보다 신성한 것으로 관련법의 지배를 받지 아니한다. 보장 한도는 어쩌면 무한일 수도, 어쩌면 전혀 없을 수도 있는데 어떤 경우에도 개인이 낸 헌금이나 공양의 크기를 초과할 수 없다. 이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곳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보험료가 인상되거나 보험금 지급이 제한되는 등 보장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보험 계약 전에 약관 및 상품설명서를 꼼꼼히 살피는 태도는 믿음을 의심받을 수 있으니 지양하기 바란다.

#145 교회
너무 높다. 너무 많다.

종교 항목은 길고, 교회 항목은 짧다. 하지만 이런 것은 사전을 편집한 사람의 마음이니 투덜거리면 안 된다. 사전의 절대성에 대한 ‘믿음’이 의심받을 수 있다.

대개 사전은 개별 항목이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하지만 여기선 꼭 그렇지도 않다.

#613 상추
모두가 높이에 집착할 때 묵묵히 넓이를 추구한 채소. 밥을 얹을 수 있는 넓이. 고기도 얹을 수 있는 넓이. 된장도 얹을 수 있는 넓이. 밥과 고기와 된장에게 높이를 만들어주고 자신은 아래가 되는 넓이.

바로 다음인 614번 항목이 ‘상투’인데, 설명은 이렇다. “상추의 반대말. 머리끝만 고집하는 높이. 넓이 없는 높이. 최후는 싹둑.”

작가는 이 책을 “순전히 정철의 생각을 정철식으로 표현한 ‘정철사전’이라 해도 좋”다고 했다. 무려 1234개의 정철을 만날 수 있으니 “부족함 없이 구경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 차원에서 ‘서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서점’은 어떤 곳일까? 코로나 사태 내내 인터넷에 떠돈 이른바 확진자 동선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은 곳이다. 집과 직장은 기본, 마트와 술집, 미용실, 심지어 실내골프연습장이나 무슨무슨 유흥업소까지 나오는 동선들 중에 아직 서점을 본 기억은 없다. 광화문의 교보문고가 이틀간 문을 닫았다는 뉴스도 그래서 아직 없다. 암튼 정철의 생각은 이렇다.

#626 서점
책이 놓인 곳. 작가가 놓인 곳. 작가를 들었다 놓는 한마디. 작가님, 저는 작가님 책을 일곱 권이나 빌려 봤어요. 책은 도서관에만 있는 게 아닌데. 서점에도 있는데.

그렇다. 책은 도서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서점에도 있다. 더구나 사전을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는 건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공부에서 손을 뗐다고 하더라도 집집마다 사전 한 권 쯤은 비치하는 게 교양인의 자세일 테다.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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