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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장 뤽 고다르의 영화, 혁명 그리고 사랑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스틸컷

1968년 봄 낭테르 대학에서 프랑스 사회의 변화를 알리는 학생들의 집회가 시작됐다. 이들은 당시까지 프랑스에 만연하고 있던 관습과 권위주의에 복종하기를 거부했다. 이들의 저항은 전국적인 학생 시위로 확산됐고, 각계각층의 사회적 불만이 표출되는 도화선이 됐다. 청년들은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Il est interdit d'interdire)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성 체제에 저항했다. 곧이어 노동자, 지식인, 시민 등이 그들의 대열에 합류했고, 마침내 천만 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며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프랑스 68혁명은 이렇게 시작됐다.

유럽과 세계를 뒤흔든 프랑스 68혁명의 현장엔 당시 인기 영화감독이었던 장 뤽 고다르도 함께했다. 기존 질서가 흔들리는 변화 속에서 고다르는 철저하게 자신을 돌아봤고, 이전의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투쟁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물결(누벨바그)을 일으켰고, 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주인공이 됐다. 그런 그의 고뇌의 시간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가 오는 19일 개봉한다.

영화는 고다르의 전기영화는 아니다. 프랑스 68 혁명의 현장에서 고뇌하는 그와 아내 ‘안느 비아젬스키’와의 사랑 그리고 영화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다. 고다르는 중국 혁명을 소재로 한 영화 ‘중국 여자’를 만들지만, 대중들과 평단의 외면을 받았다. 중국대사관조차 혁명을 이해하지 못한 작품이라며 혹평을 하자 고다르는 실망한다.

고다르는 ‘중국 여자’를 만들며 만난 열 아홉살 아내 안나에게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고백한다. 68혁명의 현장에서 동료들은 “정치가 아닌 영화를 하라”고 주문하지만, 고다르는 “영화가 곧 정치”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는 정치적인 영화, 이전과 다른 영화를 꿈꾸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고다르의 과거 영화들에만 관심을 보이고, 심지어 68혁명에 뛰어든 학생들조차 그를 부르주아 영화인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는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좀처럼 대중과 가까워지지 못한다. 고다르는 자신을 “혁명가인 척하는 유명인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그는 아내 안나에게 때론 집착하고, 때론 소홀해지면서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 간다.

영화는 영화, 혁명,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고다르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워지기 위해, 남들과 다르기 위해, 또는 세상과 연대하기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과 기존의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혁명의 현장을 생동감 있게 잘 전하고 있다. 아울러 아주 사소한 듯 미묘한 차이로 조금씩 엇갈리는 사랑의 이야기도 잘 담아냈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스틸컷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68년 5월 사건을 그리는 프랑스 영화는 많지 않았다. 나는 68년 5월 정신에 신선한 바람을, 색감을, 그리고 영혼과 기쁨을 불어넣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68년 5월 정신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주기에 나한테는 중요했다. 때로 영화가 불경스러워 보이고 조금쯤 고다르를 조롱한다 해도, 나는 68년 5월을 나쁘게 다루고 싶지 않았다. 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받거나, 시대 전체를 향한 아이러니의 방향을 잘못 잡을지도 모르는 위험이 내게는 보였다. 군중을 이끄는 기운을, 그 젊음을, 그 얼굴과 슬로건을 존중하는 것이 내가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존경의 표시인 것 같았다. 이는 또한 코미디를 위한 여지를 남기면서, 고다르의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주변으로 기본적인 고정점을 배치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고다르는 68혁명을 전후로 기존의 어떤 영화와도 닮지 않은 자신만의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내용뿐 아니라, 제작 방식도 헐리웃 자본의 방식이 아닌 독립적인 방식으로 상당히 급진적인 행동을 선보였다. 집단 창작과 제작, 공장 등 극장이 아닌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등 그는 독립적인 길을 걸었고, 그러한 혁명 정신과 실험 정신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다르의 이름을 아는 영화팬이라면, 아니 고다르의 이름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영화를 통해 새로움의 에너지와 고민을 느껴보길 바란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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