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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리포트] 같은 이름 다른 하나님을 믿는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
김승규 전 국정원장ⓒ뉴시스

전광훈 씨의 멘토로 꼽히는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이 결국 기독자유통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 전 원장은 그간 평화나무의 질의에 번번이 정치에는 뜻이 없는 것처럼 말해왔다. 그러던 김 전 원장이 전광훈 씨 구속 이후 아예 전방으로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기독자유통일당 정당정책 발표 및 인재영입 기자회견’에서 “원래 정치에는 취향이 없는 것 같이 생각됐고, 선거 자리에 끼려는 마음이 없었으나 교회의 간절한 요구가 있었다”며 기독자유통일당에서 활동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또 “(정부가) 국정운영을 못하는 것 같다”며 “국민이 힘들어한다. 우리나라가 이상한 나라가 아닌가, 경제가 망하는 것 아니냐, 앞으로 기업은 할 수 있겠냐, 안보는 괜찮냐 걱정이 많다. 그래서 내가 기독자유통일당에 참여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전광훈 멘토 김승규는 누구?

김 전 원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씨가 자신의 멘토로 언급한 세 명(김승규 전 국정원장, 재향군인회회장이었던 고 박세직 장로, CCC 창립자인 고 김준곤 목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존하는 인물이다.

김 전 원장은 1970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노무현 정부 시절엔 법무부 장관에 올랐고 국가정보원장까지 지냈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할렐루야교회 장로이자,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전남 광양 출신이지만 극우 개신교 목사와 정치인들의 연결고리이자 정점으로 거론되곤 한다. 전광훈 목사와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은 물론 그가 초대 대표를 지내고, 현재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인 법무법인 로고스는 각종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대형교회 송사를 도맡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는 국가 고위직을 역임한 영향력을 가지고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앞장서 왔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김 장로는 수년 전부터 공식적인 자리에서 동성애와 이슬람 등으로부터 한국교회를 지켜낼 기독교 싱크탱크 설립과 안티기독교 대응 조직 운영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또 국회나 정부의 입법과정에서 기독교를 억압 또는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를 감시하고 연구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기독 법조인의 헌신이 필요하며 (대형교회 지킴이를 자처해 온) 한국교회언론회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광훈 씨는 수차례 김 전 원장과 만난 인연을 설명하곤 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를 설립하고 국가조찬기도회를 시작한 김준곤 목사의 소개로 김승규 전 원장을 여의도 워싱턴 호텔에서 만나 새벽 1시까지 얘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전 씨는 “‘(김준곤 목사가 김승규 전 국정원장에게) 장로님, 전광훈 목사인데, 일반 목사라고 보면 안 됩니다. 이 전광훈 목사가 나라를 지킬 것입니다”라고 소개하며 “(김승규) 장로님은 무조건 전광훈 목사를 도우세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전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은 최소 2009년 9월 김준곤 목사가 세상을 떠나기 이전에 만났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어쨌든 두 사람은 많은 활동을 함께해 왔다. 전광훈 씨가 추진위원장을 맡아 2019년 3월 발기인대회를 가진 이승만 대학에서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추진위 본부장을 맡았다.

2018년 초에는 전 씨가 운영하는 청교도영성훈련원과 김 전 원장이 손을 맞잡고 ‘김승규의 나라사랑 애국학교’의 문을 열었다. 2018년 1월 8일부터 10일까지 경기도 광주 실촌수양관에서 개최된 ‘김승규의 나라사랑 애국학교’의 주제는 ‘대한민국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였다. 당시에도 ‘대한민국바로세우기 1천만명서명운동’을 진행했는데, 대표는 김승규 장로였고, 서명지를 받을 곳은 전 씨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였다.

2018년  ‘대한민국바로세우기 1천만명서명운동’을 진행했는데, 대표는 김승규 장로였고, 서명지를 받을 곳은 전 씨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였다.
2018년 ‘대한민국바로세우기 1천만명서명운동’을 진행했는데, 대표는 김승규 장로였고, 서명지를 받을 곳은 전 씨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였다.ⓒ기타

이뿐만이 아니다. 전 씨는 2015년 선교은행을 설립해 각 교회에 저 이자(2% 이하)로 대출을 해주고, 20만 명 이상의 일자리도 창출 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 씨는 “(은행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정 관리는 전적으로 법무법인 로고스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초대 대표는 김승규 전 원장으로 현재는 상임고문으로 있다. 전 씨는 2016년 3월 기독자유당 창당 시에도 김 전 원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19대 대선을 앞두곤 장성민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해 선거법 위반으로 2018년 5월 법정 구속된 바 있는데, 전 목사는 당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지만 1개월 뒤 보석으로 풀려났고,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심 선고 당시 “김승규 장로님이 신경 써 줘서 (판결이) 잘 나왔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에 대해 전광훈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분은 3대 장로님 아들이고, 여순반란 사건 때 인민군이 아버지를 처형하려고 앞문으로 들어왔는데 아버지가 뒷문으로 도망가서 경상도 김해까지 도망갔어요. 다음 날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찾아갔어요. 아버지가 맨발로 산을 넘어 도망갔잖아요. 누워서 발에 박힌 가시를 빼고 있더라는 거죠. 그 한 사건으로 김승규는 극우가 됐어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를 오해했다는 거예요. 전라도니까 무조건 좌파인 줄 알고. 법무부 장관에 이어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다는 거예요. 세상에...”(2019년 9월 29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전 씨는 이 같은 설명을 올해 광주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되풀이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간증 또는 강연에서도 그의 시국관은 잘 드러난다.

“승진이 늦어져 희망이 없었다”는 김승규 장로의 간증

김 전 국정원장이 내뱉은 발언에서 얼마나 왜곡된 정보가 많은지는 차치하더라도, 그가 가진 신앙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전 원장이 지난해 9월 22일 광주안디옥교회에서 한 간증 등 그동안 여러차례 해온 간증 내용을 살펴보면, 그는 전라도라는 출신 배경 때문에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늦었다고 한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됐으나 8년 6개월 동안 지방만 전전하면서 희망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서울중앙지검에 가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그 기도는 응답됐다고 간증했다. 그것으로 희망이 생겼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발령 난 것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 역사하심이라고 했다. 환경부 장관 등을 지낸 황산성 장관이 사법고시 동기인데, 그가 국회의원을 지내던 시절 법무부에 국정감사를 갔다가 인사처에서 ‘김승규가 서울중앙지검에 못 와 보는 것은 인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호통을 쳐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서울중앙지검 진출 일화는 지난 2월 전남 지역 집회에서 전광훈 씨의 입에서도 나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24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24ⓒ김철수 기자

김 전 원장이 1983년 서울중앙지검에 발령되기 이전에 거쳐 간 광주와 목포지청 인천에서는 검사로서 할 수 있는 보람된 일이 없었을까. 그가 돌아볼 소외된 이웃은 없었을까. 그는 왜 소망조차 느끼지 못했을까.

하나님은 높은 지위에 올라간 사람에게서만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다. 남들보다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보다 신앙이 좋은 것도 아니다. 신앙은 물질 또는 재력, 명예 등으로 재단할 수 없다. 오히려 신앙이란 어떤 자리에서 무엇을 하든, 주님의 마음을 본받아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는 것이다. 진정한 신앙은 개인구원과 세상적 기준의 복에 치우쳐 복음을 값싼 은혜로 만들지 않는다. 좀 더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하나님은 내가 인생에서 가장 바닥을 치고 있을 때 가장 깊이 만날 수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절망스런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마저도 하나님 한 분으로 감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게 신앙이고 기적이었다.

기독교 국가가 되면 사랑 넘치는 국가가 될까?

다시 13일 기자회견장으로 돌아가 보자. 김 전 원장은 이날 “‘기독자유통일당’ 명칭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모두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선택해 북한보다 잘살게 됐고, 부강해졌으며,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미국 또는 영국과 같은 기독교 국가를 모델로 삼아 기독교 정신으로 건국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또 인간 양심의 영역을 종교가 담당해 국민은 법 없이도 서로 사랑하고 협동하며 살 수 있다며 기독교 정신을 강조했다.

그런데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에 걸쳐 발생했던 로마 십자군전쟁(1096~1291), 프랑스 위그노 전쟁(1562~1598), 독일을 무대로 신교(프로테스탄트)와 구교(가톨릭) 간에 벌어진 30년 전쟁(1618∼1648) 등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쟁이 모두 종교의 이름으로, 또는 종교를 등에 업고 자행됐던 점을 생각해 볼 때 크리스텐덤(Christendom, 기독교 국가)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우리는 배워왔다.

서로 사랑하는 좋은 나라는 기독교 국가를 건립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란 것이다. ‘서로 사랑’이라는 기독교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애쓸 때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자유’와 ‘기독교 정신’을 강조한 이날 정책발표 기자회견장에서는 취재진에 대해 초청 여부를 확인했다. CBS 취재진은 설왕설래 끝에 취재를 허락받았으나 황당해하며 자리를 일찍 떠나버렸고, 평화나무는 취재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쫓겨났다, 소란을 피운 것도 어떤 튀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전광훈 씨의 구속이 평화나무 때문이라고 생각한 지지자들은 독이 잔뜩 올라 있었다. 어떤 이는 평화나무 취재진에게 “함께 있는 것도 역겹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남의 잔치에 뻔뻔하게 찾아왔다”며 야유를 보냈다. 경찰도 출동했다. 이날 현장의 유튜버들이 평화나무 취재진을 찍은 영상에도 ‘악플’이 줄줄이 달리는 중이다. 그러나 어떤 서운함이나 악의적인 감정이 아닌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 이유를 나는 신앙에서 찾는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전광훈 씨에게 있어 신앙이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라면, 나에게 신앙은 전쟁 중에도 상대편을 구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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