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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일본의 침략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일본 극우 ‘정한론’의 역사
책 ‘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
책 ‘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메디치

일본이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이라며 한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에 대한 ‘입국제한 강화’를 지난 9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강화된 조치는 14일간 대기, 무비자 입국 금지, 입국금지 지역 확대 등이다. 이런 아베 정부의 조치를 두고 일본 내부에서도 정치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아베 정부가 한국인 입국 차단 조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베가 재집권한 지난 2012년 이후 끊임없이 이런 논란이 계속돼왔다. 대법원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수출 규제, 지소미아 종료 문제와 ‘위안부’ 문제로 한일 외교가 악화일로에 있다. 이런 배경엔 일본 우익의 오랜 신앙이자 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정벌론(정한론)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정한론은 일본 제국의 뿌리가 됐다. 그리고,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 극우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정한론의 역사를 살핀 ‘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가 출간됐다.

최근 불거진 한일 역사는 모두 55년 전 한일협정에서 비롯한 문제이고, 한일협정 체결을 주도했던 기시 노부스케와 현재의 아베 신조 총리가 외할아버지와 외손자 관계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둘은 단지 핏줄로만 이어진 게 아니라, 150년 동안 일본 극우 정치의 산실이었던 야마구치현(조슈번)이라는 지리적·정치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다. 야마구치현 출신의 극우 정치가들은 ‘정한론’을 국가정책으로 만들어 제국주의 일본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게 했고,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수많은 희생과 아시아 국가 간의 갈등을 낳았다. 그런 그들이 ‘조슈벌(閥)’이라는 극우 정치 파벌을 형성한 근거지가 바로 요시다 쇼인의 ‘쇼카손주쿠’라는 학당이었다. 바로 이곳이 ‘정한론’이라는 사상을 다듬어 나간 곳이고, 정한론을 단지 사상이 아니라 국가정책으로 만들었던 일본의 극우 정치가들을 키워낸 곳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東京) 고쿄(皇居)에서 열린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의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東京) 고쿄(皇居)에서 열린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의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AP/뉴시스

한일 갈등, 아니 한중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면 요시다 쇼인에서부터 시작하는 정한론의 뿌리를 파헤쳐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리고, 그 의도와 배경을 제대로 알아야 조선 침략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보수가 한국의 진보에 친북 또는 친중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근원에는 동북아시아 지정학을 염두에 두면서도 19세기에 기원을 둔 한일 관계의 프로토콜, 바로 정한론이 있다. 제국 일본은 조선이 자주지방(自主之邦)임을 천명한 조일수호조규를 짓밟고 식민지로 삼았다. 동북아시아에서 메이지유신 및 근대화와 직결되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역사관이 자리 잡지 못하면, 일본은 한 세기 전에 저지른 침략주의의 전철을 또다시 저지를지도 모른다.”

저자는 정한론은 단순히 ‘신화’에서 출발한 이데올로기로 남아 있지 않고, 제국 일본이 가장 먼저 내세워야 할 ‘국가정책’으로까지 발전했다고 지적한다. 주류 보수파와 극우파의 갈등이 이어지던 중에 쇼인의 제자들은 조선을 청나라의 속국이 아닌 독립국으로 만들려 하면서 청나라의 개입을 막고 조선을 식민지화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갔다. 여기서 저자는 청의 주변부였던 베트남, 타이완, 류큐 등을 둘러싼 청일 관계의 변천을 살피며 조선에 대한 청일 양국의 갈등과 외교전, 그리고 최종적으로 다다른 청일전쟁의 경과를 분석하고, 정한론에 대한 일본 내부의 정치적 알력과 정책 변화의 이면을 읽어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청일 양국과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서양 각국의 국제정치 흐름을 거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조선의 국제법적 위치를 악용함으로써 어떻게 일본이 조선을 계획적으로 정복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요시다 쇼인이 서양의 우위를 절감하며 일본의 국력을 신장하는 방법으로써 ‘정한론’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쇼인이 죽은 뒤 그 제자였던 기도 다카요시는 울릉도를 침략한다는 구체적 실행안까지 제시했으나, 조선과 막번 체제의 일본이 서로 인정한 강역 획정을 무너뜨릴 수 없는 근본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2부는 메이지유신으로 왕정복고와 폐번치현이 이뤄지며 쇼인의 제자들이 신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정한론을 일본의 국가정책으로 밀어붙이게 되는 과정과 일본·러시아 영토 분쟁, 청일수호조규, 류큐 병합, 타이완 침공 등 국제 문제들을 거치면서 “국내 정치든 국제 관계든 조선을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구상되고 실현”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의 사정을 들여다본다. 또한, 내치 우선론자와 정한론자가 맞서던 일본 국내의 상황 속에서 강화도사건과 강화도조약까지 이르는 과정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및 동학농민전쟁을 거치며 일본이 조선에 친일 정권을 안착시키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청일전쟁이라는 무력 동원을 통해 청과 서양 열강의 조선에 대한 간섭을 차단하는 데 성공하는 과정을 그려 보인다. 일본은 자신들이 정한에 필요한 군사력을 갖추기 전까지, 베트남·류큐·타이완 등 속방 문제로 발목 잡혀 있던 청을 견제하고 정한에 필요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며 착실히 청일전쟁을 준비했고, 마침내 전쟁에서 이김으로써 조선에서 청의 영향력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4부는 A급 전범이었던 인물들이 ‘친미’와 ‘반공’을 등에 업고 정·재계를 다시 장악하면서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한국과 일본의 보수가 유착하며 한일협정을 추진한 상황을 짚고, 일본 정치 명문가의 일원이자 극우파의 ‘프린스’로 대두된 아베 신조 총리가 어떻게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장악력을 유지하려 하는지를 알아본다. 그리고 책의 결론에서 제시된 ‘한반도 중립화’는, 냉각기로 돌아선 한일 관계의 미래와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강대국의 패권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통일과 평화를 앞당길 유일한 대책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중립은 고립이 아니고 소통이다. 평화와 공존을 발신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일본의 보수는 왜 한국 중립화 논의를 친중 (또는 친북) 정책으로 치부하는가? 중립화에는 현금의 동북아시아 지정학을 염두에 두면서도 19세기에서 발원하는 한중일 관계의 프로토콜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배층은 한반도에 대한 장악력이 줄어드는 어떤 사태도 원하지 않으며 훼방하려 한다. 남북의 화해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근대 이후 최강의 국력을 보유한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주체적으로 중립의 의미를 상상하고 현재화해 실현하려는 구체적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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