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노동력 재생산의 책임은 모두 노동자 개인의 것이 되었을까?" 작년 한 해 직업계고 현장실습 학교전담노무사 사업에 참여한 뒤 남은 질문 중 하나이다.
현장실습생의 최저임금 문제는 꽤 갈등이 깊은 문제였는데, 현장실습생들의 수당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줘야 한다고 하자, 일부 사업주는 일을 가르쳐주는 상황인데 최저임금을 줘야하냐고 항변했다. 교육부는 이런 현장 마찰을 생각해서인지, 현장실습생에게는 하루 현장실습 시간 중 30%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내놓았다. 현장실습시간 중 교육시간이 30% 이상이 되도록 하였으니 일을 하는 게 아닌 교육시간은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현재 인턴, 실습, 수습, 연수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많은 과정이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거나 오히려 노동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과정을 밟아야 취업을 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따로 교육비용을 내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임금 혹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라면 결국 그 교육 비용은 노동자가 부담하는 게 아닌가.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 노동자이니 그 준비를 해야하는 것도 노동자의 몫인 게 당연할까? 뒤집어보면 기업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노동력을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맞춤형으로 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실무를 배운 사람이 없다면 기업은 회사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할 것이다. 한 인간이 태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이 되기까지 여러가지 많은 비용이 들텐데,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사회는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일을 배우는 문제 뿐만이 아니다.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아플 때는 쉬어야 하고, 지금까지 하던 일과 다른 진로를 찾기 위해서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몸은 노동자의 것이니 질병이 생기거나 개인적인 사고로 일을 하지 못할 때에는 무급인 것이 맞는 것인가?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감기에 걸려 기침을 콜록콜록하면서도 일터에 나가야 하는 것일까? 열이 나는데도 해야 할만큼 그 일은 긴급하고 중대한 것이었을까? 누군가의 일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고장난 기계도 가끔은 쉬는 때가 있고, 모바일 앱도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운영을 중단할 때가 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교육을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한국의 근로기준법에는 병가 제도가 없다. 한국의 고용보험제도는 자발적인 사직에 대해서는 실업급여를 주지 않는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치료받는 기간에 급여를 보전해주지 않는다. 유급병가제도는 기업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따라 보장되고 있을 뿐이다. 2019년 한겨레21에 따르면, 493개 민간기업 취업규칙을 분석한 결과 7.3%만이 유급병가를 보장하고 있다.
어느 개인이 아프다거나 누군가가 취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노동력이 재생산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면 일을 배우는 시간도, 누군가 아픈 시간도 유급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유선경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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