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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50대 시각장애인 여성과 18세 소녀의 산티아고 순례길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스틸컷

인생은 흔히 길에 비유된다. 때론 오르막을 만나고, 때론 무료하게 길게 뻗은 길도 만나고, 내리막도 만난다. 인생길에서 예상치 못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며 슬픈 멀미를 한다. 그렇게 인생은 길과 닮아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인생에서 길을 떠올리고, 길을 걸으며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도 바로 그런 영화다. ‘시인할매’로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줬던 이종은 감독의 신작인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는 50대 시각장애인 과 18세 소녀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모두에게 삶과 길, 그리고 동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인 야고보의 유해가 묻혀 있다고 알려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의 순례길을 말한다. 이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아 1년에 5천 명 이상의 한국인이 이 길을 걷고 있다. 이 여정에 시각장애 1급으로 어렴풋한 형상만 겨우 볼 수 있는 ‘재한’과 비인가 대안학교 졸업반으로 불활실한 미래가 고민인 ‘다희’가 함께 나섰다.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스틸컷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스틸컷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겐 저마다의 사연과 의미가 있다. 예수가 걸었던 고난의 길을 생각하며 종교적 의미로 길을 걷는 이들도 있고, 삶의 짐을 덜기 위해 그곳을 찾는 이들도 있고, 길을 걸으며 자신을 비우고 싶은 이들도 있다. 함께 여정을 떠난 ‘재한’과 ‘다희’도 그러하다. 재한은 ‘시작장애인’으로 태어나 쉽지 않은 인생길을 걸어왔다. 남들은 평범하게 해낼 수 있는 일들도 그에겐 큰 도전이 됐다. 이런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온 재한은 지나온 삶의 무게와 앞으로의 삶의 무게를 느끼며 이 길을 걷는다. 그는 이 여정의 끝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플라멩코를 추는 것이 꿈이다.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화려한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그의 꿈을 위해 순례에 나선 재한.

대안학교 졸업을 앞둔 다희는 미래가 불안하다. 누구나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는 기대도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 어디쯤 왔는지 알 수 없기에 불안도 크다. 다희는 재한과 길을 동행하면서 자신이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생각에 힘을 얻지만, 때론 그런 마음이 커다란 부담이 되며 다시 자신을 짓누른다.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스틸컷

그렇게 때론 보지 못하는 재한에게 다희가 ‘흰 지팡이’가 되어주고, 때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에 부담스러워하는 다희를 재한이 위로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함께 걷는다. 길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듯이 재한과 다희의 감정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한다. 숙박지에서 뜻하지 않게 플라멩코를 아는 현지인을 만나 신나게 춤을 추며 즐거운 밤을 보내다가도 다음 날 아침 숙소에 걸어놓은 빨래 때문에 지적을 받게 되자 서러움에 눈물을 쏟는 재한. 그런 재한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다희. 그렇게 둘은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함께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 거리를 걷는 순례자들은 서로를 마주하며 “부에노 까미노(Bueno Camino)”라고 인사를 건넨다. ‘좋은 길을 가시오’라는 의미의 인사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힘든 여정은 그렇게 함께 걷는 이들로 인해 ‘좋은 길’이 된다.

힘겨운 여정을 ‘좋은 길’로 걸으며 둘은 그 길에서 ‘come to meet yourself’라는 의미심장한 글귀를 만난다. 길을 걷는다는 건 어쩌면 자신을 만나는 과정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떠난 자만이 마주하는 고통이자 동시에 떠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기도 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직접 걷고 그 이야기를 담은 소설 ‘순례자’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떠남은 때론 위험하지만, 떠나지 않고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런 인생의 의미뿐만 아니라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아름다운 풍광을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잘 담아내고 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한동안 외출조차 잘 하지 못했던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열어줄 수 있는 작품이다. 우울을 떨치고, 어디론가 박차고 떠나고 싶은 봄 우리에게 따뜻한 향기를 전해줄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를 강력 추천한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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