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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심리학으로 밝혀낸 한국인 99%가 모르는 진짜 북한
책 ‘월북하는 심리학 남과 북을 가르는 7가지 심리분계선’
책 ‘월북하는 심리학 남과 북을 가르는 7가지 심리분계선’ⓒ서해문집

가난해서 불행한 나라, 일상화된 감시와 처벌, 강제노동, 박멸된 개인과 폭압적 권력, 초읽기에 들어간 국가 붕괴….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들이다.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공해온 미디어와 국제기구의 이름값을 빌려 종종 ‘사실’의 너울을 두르기도 한다.

70년 넘게 이어진 분단체제와 이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북의 행동과 문화와 사람에게서 철저하게 악마의 표식을 찾도록 교육받아 왔다. “대동강맥주 맛이 좋다”, “북녘에 흐르는 강물이 깨끗하다”는 말조차도 북을 찬양하는 발언으로 매도하며 재미교포 신은미 씨를 추방시키기도 했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지금도 알게 모르게 북을 이상한 집단으로 바라보도록 교육받아온 지난 세월의 흔적들이 우리 의식 속 깊이 뿌리박혀 있다.

이런 분단 의식은 우리의 인식을 외곡시키고, 북에 있어서 만은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가난해서 불행한 나라, 일상화된 감시와 처벌, 강제노동, 박멸된 개인과 폭압적 권력 등 우리가 우리가 의심치 않는 북한 상식에 담긴 지식, 이해력, 판단력 그리고 분별력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김태형은 자신의 책 ‘월북하는 심리학 남과 북을 가르는 7가지 심리분계선’에서 한국인들의 평균적 북한 인식을 70년 묵은 편견이 초래한 ‘장애’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탈북자와의 대면 인터뷰, 개성공단 핵심 관계자 및 노동자들의 진술, 북한 장기체류자들의 증언에 기초한 북한 주민들의 심리 분석을 통해 이제까지의 ‘상식’을 남김없이 뒤집는다.

무엇이 한국인의 99%를 ‘북맹’으로 만들었을까? 김태형은 이 책에서 언론의 왜곡, 공포, 대북 우월주의를 원인으로 꼽았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눈 밖에 나 총살당했다던 인물이 몇 해 뒤 멀쩡하게 살아 등장하거나 심지어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북을 부활의 나라, 좀비의 나라로 만든 장면들을 여럿 기억한다. 이런 보도가 말해주듯 미디어는 북을 끊임없이 왜곡 보도해왔다. 김태형은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사실을 믿는다. 그러나 정신에 문제가 있으면 사실과 무관하게 자신이 믿고 싶은 바를 믿는다. 북에 관한 한 한국 언론은 사실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믿고 싶었던 것을 믿었고, 자신들의 보도를 접할 대중들도 그러기를 원했다. 북에 대한 악의적 헐뜯기와 허위왜곡 보도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한국 언론이 적어도 북과 관련해서만큼은 정신이상 상태에 놓여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은 공포다. 프로이트와 프롬이 진단하듯 공포는 힘이 세다. 오이디푸스가 그토록 증오한 아버지의 가치관을 따르게 된 것도, 허구와 환상을 실제와 실리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도 공포의 위력이다. ‘종북·빨갱이 낙인=사회적 매장’이라는 한국 사회의 등식은 진보적 지식인이나 북한 전문가들조차 ‘레드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사실이 아닌 ‘안전한 허위’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레드 콤플렉스의 강도에 따라 한국인들의 북한 인식도 부침을 거듭했음을 살피며, 사회적 공포의 해소야말로 ‘상상된 북한’을 논파하는 심리적 열쇠라고 강조한다.

또 대북 우월주의도 문제다. ‘남이 북보다 잘산다, 따라서 남이 북보다 낫다’는 발상은 남북의 차이를 우열과 승패로 거칠게 양분하며 합리적 대북 인식을 방해해왔다. 저자는 한국인들의 대북 우월주의 이면에 뿌리박힌 열등감에 주목한다. 1980년대까지 초대 정권의 정통성에서부터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심지어 경제력에서조차 남이 북에 열세였다는 데서 자라난 열등감이 오늘날 한국인들의 가학적 대북 우월주의로 변모하며 대북인식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책은 편견에 기초해 남북의 마음을 갈라놓는 일곱 가지 분계선(돈, 관계, 개인-집단, 일, 마음, 권력, 국가)을 설정하고, 심리 분석을 통해 하나하나 뛰어넘는다. 군사분계선의 원인이 한국전쟁이라면, 남북 사이에 심리분계선을 긋고 강화해 온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단언한다. “제도가 심리를 규정한다”고. 자본주의 체제에서만 살아온 한국인들은 사회주의를 막연히 그른 것으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한국인들에 견줘 건강하다고 진단되는 북한 주민들의 심리는 대부분 사회주의적 제도·문화와 결부돼 있다.

저자는 특히 한국의 ‘개인적 경쟁’과 대비되는 북한 주민들의 ‘집단적 경쟁’에 주목한다. 『월북하는 심리학』에서 소개되는 집단적 경쟁 또는 조합주의적 경쟁이 보여주는 관계의 건강성과 공공성의 발현은,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사회가 잃어버렸거나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민주공화국의 미덕이자 자격인 ‘공개념’의 한 경지를 드러내 보인다. 결국 심리분계선을 넘어 남북 공감으로 가는 길은 틀림을 다름으로, 그 다름의 미덕을 인정하고 배우는 데 달린 셈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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