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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단의 대책’ 덴마크 : 대량해고 안돼! 정부가 임금 75% 지원한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코펜하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3.23)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코펜하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3.23)ⓒAP/뉴시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악화, 대량실업 위기에 맞서 덴마크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은 민간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으면 정부가 노동자 월급의 75%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지출 규모는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13%까지도 추산된다. 덴마크가 내놓은 과감한 재정정책은 세계 대공황을 피할 수 있는 청사진이 될 수 있을까? 덴마크 올보르대학 노동시장연구센터의 플레밍 라슨 교수와 인터뷰를 한 미국 시사지 ‘디 애틀랜틱’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Denmark’s Idea Could Help the World Avoid a Great Depression

미국 백악관과 의회가 긴급 경기부양책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덴마크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과감한 정책을 꺼내들었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주 대규모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민간기업들에게 직원 월급의 75%를 대신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덴마크 정부는 3개월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13%까지 지출할 수도 있다. 미국이 단 13주에 걸쳐 2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것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말한 대로 덴마크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정책을 꺼내든 것이다.

이를 두고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는 과잉대응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덴마크에게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극도로 쇠약해진 역사적 순간에 서 있다. 미국 경제는 100년만의 침체에 빠졌다. 말도 안 되게 비관적으로 보였던 수치들이 몇 시간 후면 완전히 낙관적으로 보일 정도다.

몇 주 이내, 아니 며칠 이내에 덴마크의 과감한 대응이 전 세계가 또 한 번의 세계 대공황을 피할 수 있는 청사진이 될 수도 있다.

덴마크의 대응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 애틀랜틱은 덴마크 올보르대학 노동시장연구센터의 플레밍 라슨 교수를 이틀에 걸쳐 이메일과 화상채팅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축약한 인터뷰 전문이다.


질문 덴마크의 현장 분위기에 대해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 거리의 모습은 어떤가?

답변 정부는 거의 모든 대학과 초중고 학교, 공공기관, 식당, 박물관과 영화관 등을 닫았다. 10명 이상의 회합은 금지됐고 국경도 폐쇄됐다.

질문 덴마크 정부가 향후 몇 달간 노동자들을 도울 공세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어떤 내용인가?

답변 민간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으면 덴마크 정부가 노동자 임금을 대신 지불하기로 했다. 기업이 최소한 50명이나 인력의 30%를 해고해야 한다고 신고하면 정부가 월 최대 3천288달러까지 노동자 월급의 75%를 대기로 했다. 연봉이 5만2천400달러 이하인 모든 노동자의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얘기다.

덴마크 정부는 기업들이 노동자와의 고용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기업들이 해고했던 노동자들을 다시 고용하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한다면 경제 회복이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이 정책은 3개월간 지속될 것이다. 그 이후에는 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정부의 바람이다.

질문 정부가 경기침체 때문에 고용을 위협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임금을 대신 지불하겠다는 건데, 기업들이 정부를 속이고 돈을 쉽게 착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답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75%의 임금 보상을 받는 노동자는 해당 기간 동안 일을 할 수 없다. 기업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75% 보장을 받지 않는다.

질문 미국이 독일의 일자리 공유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는 미국 경제학자들이 있다.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정부가 노동자 임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쿠어쯔아르바이트(Kurzarbeit)’ 말이다. 덴마크의 정책도 비슷한 건가?

답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정부와 고용자가 일을 하는 노동자의 임금을 분담한다. 덴마크에서는 집에 있어야만 해서 일을 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이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수많은 이들이 해고될 위험에 갑자기 놓였다. 하지만 기업들이 몇 번에 걸쳐 노동자들을 해고한다면 훗날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의 정책대로 한다면 기업은 위기 상황에서도 고용을 유지하고 사람들은 월급을 유지한다. 노동자들이 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 돼도 그들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질문 쉽게 말해 덴마크가 3개월 간 경제를 동결하겠다는 것인가? 당신은 “모든 노동자가 향후 몇 달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이는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해고했다가 다시 고용하면 경제회복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전체를 냉동고에 넣었다가 이번 사태가 지나가면 경제를 해동, 대다수의 노동자를 1월에 근무했던 기업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한다”고 얘기하는 것인가?

답변 바로 그렇다. 우리는 경제를 동결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렇지 않으면 전 경제시스템이 장기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 모든 상황이 3~4개월 후면 정리돼서 사회가 다시 정상화되는 것이 정부의 바람이다.

질문 덴마크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또 다른 정책이 있는가?

답변 몇 가지 있다. 정부는 금융업계가 문 닫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의 70%를 보장할 것이다. 파산하는 기업이 증가해도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또,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센터에서 담당자를 만나고 일정 횟수 이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지원을 해야 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건이 있는데 당분간 이를 보류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업급여는 원래 실업 이후 2년 동안만 지급되는데 당분간은 그 제한도 적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 부문 역시 동결하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기업의 임대료나 계약상 지출해야 하는 비용 등의 고정비용을 손실액에 따라 지원해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동안 평소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기업이 10만 달러의 매출만 올렸다면 손실율이 90%에 달한다. 그렇게 되면 그 기업은 정부에 고정비용의 상당 부분을 보조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업의 납세 기한이 봄에서 가을로 늦춰졌는데 그 일을 담당하던 공무원들이 집에서 쉬는 동안 월급의 전부를 받게 된다.

질문 대단히 대담하고 대단히 비용이 많이 드는 대책안인 것 같다. 정부는 이번 대책안의 비용을 얼마로 추산하고 있는가?

답변 2천870억 덴마크 크로네(한화 약 52조원)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덴마크 GDP의 13%에 이르는 규모로, 미화 약 2조5천억 달러이다.)

질문 덴마크 정부의 이번 대응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의 대응하고 어떻게 비교되는가?

답변 그 당시에는 이 정도 규모의 정책이 없었다. 대대적인 정부 지출이 없었다. 공공부채를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정부가 공공자금을 대규모로 사용해야 하는지 자체에 대한 치열하고 긴 논쟁이 있었다. 덴마크가 당시 가장 실업자 증가폭이 큰 나라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덴마크 경제는 굉장히 탄탄하다. 재정 흑자 폭이 매우 크고 기준금리도 마이너스이며 공공저축도 많이 쌓여 있다. 지금과 같은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여유가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치적 환경도 변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질문 10년전에는 경기부양 자체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이들이 정부가 경제를 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말인가?

답변 그렇다.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하지 않으면 훗날 경제를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커진다는 게 정부의 철학이다. 우리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봤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우려가 매우 큰 것 같다. 우리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질문 솔직히 단 며칠 만에 이렇게 대대적인 행동을 취하기로 합의한 나라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 당황스럽다. 덴마크 정부가 7월 이전에 GDP의 10% 이상을 지출할 수도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국민이 수개월 후에나 받을지도 모르는 지원금의 액수를 놓고 아직도 논쟁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양국 정부의 대응 속도와 규모에 굉장한 차이가 있다.

답변 덴마크의 의사결정과정이 정말 놀라웠다. 덴마크에는 극좌부터 극우까지 원내정당이 10개나 된다. 그런데 그들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번 정부 대책안에 대해 거의 만장일치로 말이다.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다. 사람들은 지금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정부 대책안의 정책 중 다수는 노조와 고용자 대표들, 그리고 정부의 3자 협의로 탄생했다. 덴마크에서는 대부분의 노동시장 규제가 노조와 고용자 연합의 협력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자신들의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시장을 규제한다. 정부 대책안을 고안하고 추진하려면 모든 합의에 노조와 고용자 연합이 참여해야 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신속하게 성공했고 며칠 만에 이 모든 정책이 서명된 합의문으로 나왔다.

질문 덴마크의 이번 정부 대책안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가?

답변 잘 모르겠다.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다. 미개척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일상이 파괴되고 기업들이 파산한다면 이를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정책이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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