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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②] 삼성의 불법 사찰 사과는 무노조 경영 철회에서 시작해야

‘노조는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방해물’

이는 무노조경영방침을 갖고 있는 삼성이 줄곧 노동조합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삼성은 노동자의 생존권이며 기본권인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했던 수많은 노동자의 삶을 사찰하고, 채증하며 무노조방침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삼성은 노동조합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문제 인력’으로, 헌법상 권리인 노동조합 설립은 ‘사고’로 보았습니다. ‘사고’인 노동조합과 ‘문제 인력’인 조합원들을 탄압하기 위한 온갖 불법행위의 핵심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있었습니다.

삼성의 ‘미래 전략’에는 노동자의 생존권이나 기본권이 없었습니다. 노동자들이 평소 노동조합 설립에 관심이 많은지, 강성발언을 하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피곤한지, 어두운 표정인지 감시하고 사생활을 들여다 봤습니다. 노동조합의 설립 시도가 우려된다며 수백 명의 노동자를 사찰하였습니다.

삼성 불법 사찰 꼼수 사과 규탄 및 고발 기자회견. 2020. 03.19
삼성 불법 사찰 꼼수 사과 규탄 및 고발 기자회견. 2020. 03.19ⓒ사진 = 삼성의 불법사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응

노조 설립을 시도할 것 같은 ‘불온한 사람’을 찾는데 동원된 것 중 하나가, 민우회 등 불온단체로 분류한 시민사회단체들을 후원하고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그들은 여성 인권, 평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지지하는 사회 구성원들이 삼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사회 정의를 지지하는 것도 삼성에게는 ‘불온함’이었습니다. 그것은 언제든 노동조합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불온함’이기 때문에 감시하여 제압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삼성은 노동조합을 고립시키고, 고사시키려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삼성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동조합 설립 시 ‘전 부문역량을 집중하여 조기 해결하기 위해 총력대응체제를 가동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자, 삼성은 ‘불온단체’로 분류한 시민단체들에게 사과의 의사를 전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는 불법 사찰과 고립 속에 탄압 대상이 된 삼성노조와 반올림은 사과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로지 ‘불온단체’로 분류한 단체들에게만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금속노조 삼성지회, 민변, 참여연대 등 노동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삼성 노조파괴 재고소고발 및 무노조경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8.04.23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금속노조 삼성지회, 민변, 참여연대 등 노동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삼성 노조파괴 재고소고발 및 무노조경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8.04.23ⓒ김철수 기자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출발이자 전부는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를 부정한 삼성의 무노조경영입니다. 삼성의 사과는 이 ‘무노조경영’ 철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삼성의 사과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지금껏 저질렀던 수많은 불법행위를 시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삼성 노동조합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삼성의 사과를 신뢰하고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삼성은 본질을 전혀 말하지 않는 언론 보도용 사과만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 당사자들에게 전혀 닿지 않는 이 행보는 다른 목적을 위한 위장된 사과입니다.

삼성은 무노조경영 방침을 철회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십시오. 그동안의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불법 행위를 시인하고, 다시는 이런 기본권 유린과 불법이 일어나지 않도록 새로운 미래전략을 수립하십시오.

편집자 주) 최근 '삼성 노조 탄압 사건' 수사 및 판결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2013년 특정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기부금 공제 내역을 바탕으로 해당 시민단체에 후원해 온 임직원들을 파악해 별도로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 향린교회 등 피해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지난달 28일 삼성 측은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후원내역 열람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제목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삼성 측의 사과에 대해 피해 시민단체들은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꼼수 사과"라 비판하고,"삼성 노조파괴 사건 판결에서 법원도 인정했듯이 삼성의 불법 사찰은 분명 수년 간 지속적이었다. 범죄의 내용도 단순히 시민단체 후원 내역을 열람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황입니다.

<민중의소리>에서는 삼성의 불법 사찰 행태를 비판하는 시민사회 인사들의 목소리를 연속 4회 기고를 통해 독자들께 소개합니다.

[기고①] 민간인 불법 사찰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초일류’ 삼성

최진협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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