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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자 볼모로 방위비분담금 인상 강요하는 미국

주한미군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 지연을 이유로 오는 4월 1일부터 9천여명의 한국인 직원 중 절반을 강제 무급휴직에 처하겠다고 한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차원의 ‘출근투쟁’을 하는 것도 막았다. 무급휴직 기간에 비급여, 비업무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주한미군의 이런 조치는 한국인 노동자를 볼모로 삼아 우리측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처사이다. 그동안 한미는 여러 차례 협상을 이어왔지만 미국이 내놓은 인상폭이 어처구니없이 높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리측은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항목이라도 우선 합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 한국인 노동자 임금이야 몇 % 수준의 인상일 테니 이를 먼저 합의하면 수 배에 달하는 자신들의 인상 요구가 멋쩍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번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은 비상식적인 요구를 지속해왔다. 방위비분담금은 작년에 이미 1조원을 넘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내놓은 제안은 6조원이 넘는다. 단번에 5배가 넘는 금액을 요구하는 건 어떤 협상에서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가 패전국에 하는 요구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미국의 요구는 별다른 근거도 없다. 그동안 한미 당국은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 선이라는 공감을 이뤄왔다. 물론 이는 우리가 무료로 제공해왔던 토지나 시설, 한국군지원단 등의 비용은 제외한 것이다. 이런 항목들까지 포함하면 주둔 비용의 90%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4~5배의 금액을 요구한다는 건 한반도와 관련된 미국의 군사활동 전부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라는 뜻이 된다. 주한미군과 역내에서 활동하는 미군이 한국의 용병임을 자처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요구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세계적 지배권 확립을 위해 파견된 군대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포함해 각지에 배치된 군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고 있고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비용을 낼 이유가 없다. 이런 활동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SOFA협정과도 아무런 관련도 없다.

백 보를 양보하더라도 이 협상에 한국인 노동자의 생존권을 끌어들이는 건 정말 치졸한 행태다. 우리가 준 분담금 중 미군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비용도 상당하다. 줄 돈이 없어서 일시적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미국이 이런 식의 행태를 계속한다면 우리 사회에서의 미군에 대한 반감은 높아질 뿐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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