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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속에 빛나는 쿠바의 인도주의
쿠바 마리엘항에 입항한 영국 크루즈선 브래머호 승무원들이 스페인어로 "사랑해요 쿠바"라고 적은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브래머호는 선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여러 나라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한 채 카리브해를 떠돌고 있었다. 하지만 쿠바는 브래머호 입항을 허용하고 환자 치료 등 조치를 취했다. 2020.3.18
쿠바 마리엘항에 입항한 영국 크루즈선 브래머호 승무원들이 스페인어로 "사랑해요 쿠바"라고 적은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브래머호는 선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여러 나라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한 채 카리브해를 떠돌고 있었다. 하지만 쿠바는 브래머호 입항을 허용하고 환자 치료 등 조치를 취했다. 2020.3.18ⓒAP/뉴시스

편집자주/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인도주의와 국제연대에 입각한 쿠바의 대응은 많은 귀감을 주고 있다. 쿠바는 사태가 심각한 이탈리아에 의료진을 급파했고, 각국으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해 떠돌던 크루즈선을 수용했다. 벤 버지스 철학 교수는 다른 나라들이 쿠바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회주의 잡지 ‘자코뱅’에 실린 버지스 교수의 칼럼을 소개한다.

원문:Cuba’s Coronavirus Response Is Putting Other Countries to Shame

지난주 682명의 승객을 태운 영국 크루즈선 브래머호가 카리브해에서 떠돌고 있었다. 목적지를 찾을 수 없었다. 승객 중 5명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승객과 승무원 수십 명이 독감 유사 증상으로 격리 중이었다.

브래머호는 여러 나라에서 입항을 잇따라 거부당했다. 이때 영국 정부는 “브래머호가 정박할 적절한 항구를 구하기 위해” 미국과 쿠바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어느 나라가 이들을 받아줬을까? “중국 바이러스”이라는 표현을 포함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 정권의 외국인 혐오적인 언사와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한 집착을 지켜봤다면, 전 세계 어디라도 위기 상황이면 의사를 파견해 인도주의적인 도움을 주는 쿠바의 전통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 답이 무엇인지 짐작했을 것이다.

그렇다. 브래머호는 지난 18일 쿠바의 마리엘항에 입항했다. 귀국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한 탑승객들은 아바나 국제공항으로 이송됐고, 그러지 못한 탑승객들은 쿠바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시 쿠바에는 확진자가 10명에 불과했고, 크루즈선의 환자들을 쿠바에 머무르게 하면 그 숫자가 늘어날 위험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코로나에 맞서 똘똘 뭉친 쿠바

쿠바는 경제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면 제1 무역상대국이 됐을 국가(미국)가 60년간 가한 경제봉쇄 때문에 물자부족 사태를 자주 겪는 가난한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들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쿠바는 전 국민에게 건강관리를 보장하는 100% 국유화된 의료시스템과 인상적일 정도의 생명공학 기술 수준을 함께 갖추고 있다. 쿠바에서 개발된 의약품 인터페론 알파-2B는 쿠바와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와 예방에 사용되고 있다. 쿠바는 또한 1천명당 의사 수가 8.2명으로 미국(2.6)과 한국(2.4)의 3배가 훨씬 넘고 중국(1.8)의 거의 5배, 이탈리아(4.1)의 2배에 달한다.

쿠바는 놀라운 의료시스템만 갖춘 게 아니다. 쿠바는 다른 가난한 나라, 그리고 심지어는 몇몇 부유한 나라보다도 자국민을 위기로부터 잘 보호해 왔다. 일례로 쿠바의 “포괄적이며 모두가 참여하는” 허리케인 대비 시스템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수준이다.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2016년 허리케인 매튜로 인해 미국에서 수십 명, 아이티에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쿠바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피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고 대피 센터에는 수의사들이 배치돼 있었다.

허리케인보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쿠바는 이번에도 “모두가 참여한다”는 정신에 입각해 대비해 왔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컨대 엄청난 희생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을 중단시켰고, 국유화된 의료시스템 덕분에 수천 개의 민간 병원이 코로나 환자를 받을 준비가 됐을 뿐만 아니라 여러 군병원을 민간인에게 개방했다.

마스크:두 국가 이야기

미국에서는 공중보건국장을 비롯한 보건당국자들이 의료현장에서의 부족 사태를 우려해 마스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에게 마스크 구매를 중단해 달라는 말까지 했다. 뉴욕타임스 사설이 최근 지적했듯, 마스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의료진도 마스크가 필요없다는 것이 이 주장의 맹점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마스크가 소용이 없거나 심지어는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잘 지적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가 주장하듯 이 메시지는 처음부터 말이 안 됐다. “국민들이 이해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보다 애초에 정부가 마스크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면 됐을 테니 말이다.

손을 잘못된 방법으로 씻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그냥 손을 씻지 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지침을 제공한다. 화장실에 안내문을 붙기고 손을 충분히 씻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가 되는 노래를 보급한다.

국민에게 “올바른 마스크 사용법을 배울 수 없을 거야”라고 말하는 건 효과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사용했을 때만 뭔가가 효과적이라고 얘기하면 모두가 자신만은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할 거라고 믿지 않는가.

이런 대응의 결과는 뻔하다. 미국 보건 당국이 수 주에 걸쳐 “마스크를 사지 말라. 아무 효과없다”라는 메시지를 내보낸 결과, 아마존에서 엄청나게 부풀려진 가격으로 온라인 구매를 하지 않으면 미국 어디에서도 살 수 없을 만큼 마스크가 많이 팔렸다.

반면 쿠바에서는 평상시에는 교복 등의 비의료품을 만들던 국영 공장들이 생산라인을 조정해 마스크 생산을 급격히 늘렸다.

해외로 파견되는 쿠바 의사들

브레머호 입항 허용을 가능하게 한 쿠바의 인도주의와 국제주의는 22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던 2010년 아이티 지진과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 그리고 올해 이탈리아의 보건시스템이 코로나바이러스로 과부하 걸렸을 때 빛을 발했다. 쿠바는 이들 국가에 의사를 파견했다. (쿠바는 2005년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도 의사를 파견하겠다고 했으나 예상대로 부시 정권이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일시적인 위기가 있을 때에만 쿠바가 의사를 파견한 것은 아니다. 쿠바는 오랫동안 보건시스템이 미비한 가난한 나라에 의사를 파견해 왔다.

브라질에서는 여러 해 동안 노동자당 정권이 쿠바 의사들을 환대했다. 하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극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보우소나루는 대통령 취임 직후에 쿠바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게릴라 조직을 만들고 사람들을 의식화”하기 위해 브라질에 온 것이라며 이들의 대부분을 추방했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보우소나루는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심각한 위협이 아닌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게 된 보우소나루는 이제 쿠바 의사들에게 돌아와 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쿠바 의료진이 지난 22일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020.3.22)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쿠바 의료진이 지난 22일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020.3.22)ⓒAP/뉴시스

쿠바의 복합성을 인정해야

버니 샌더스는 지난달 ‘빨갱이 사냥식’ 낚임에 걸려들어 쿠바 혁명의 실질적인 성과를 인정했다가 공화당과 민주당 제도권 양측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샌더스가 쿠바 정권에 대해 “권위주의적”이고 양심수들을 감금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발언을 시작하고 마무리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저 내가 “나니아 기준”이라 부르는 잣대를 샌더스에게 들이댔을 뿐이다. 쿠바 사회의 장점과 단점 모두를 솔직하게 논의하기 보다는 쿠바가 마치 아무런 장점이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아슬란이 오기 전의 “크리스마스가 없는 영원한 겨울”에 빠진 나니아 왕국처럼 말이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들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 다당제, 선거와 사업장에서의 민주주의를 중시한다. 우리는 쿠바의 사회적 하자를 비판할 수 있고 비판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섬나라를 끝없는 악몽의 나라처럼 취급하는 사람들은 조금은 겸손해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 존경할 만한, 인도주의적이며 연대에 기반한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쿠바를 보면서 말이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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