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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혼란한 시간 자신을 찾아가는 해법을 고전에서 찾다, 창작 뮤지컬 ‘데미안’
뮤지컬 데미안_공연 사진_정인지 김바다
뮤지컬 데미안_공연 사진_정인지 김바다ⓒ컨텐츠원

코로나 바이러스로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 있다보니 답답한 것은 아이나 엄마나 마찬가지다. 물론 서로 다른 이유로 답답하겠지만 말이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아직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한 예비 고등학생 둘째는 요즘 ‘데미안’에 빠져 있다. 그 책이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다시 읽어 보니 너무 재밌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행히 독서를 하니 학교를 못가는 시간 동안 독서를 하니 다행이라 여기며 내심 뿌듯했다. ‘데미안’이 방탄소년단이 추천하는 책이고, 그들의 노래 <피 땀 눈물>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둘째는 열정적인 아미이기에 ‘데미안’을 밤마다 열독하고 있었던 거다. 이유야 어쨌건 명작을 읽고 있으니 궁금해졌다.

“데미안 읽어 보니 어때?”
“재밌어.”
“이번에 데미안을 뮤지컬로 한대서 보러 가거든.”
“데미안을 뮤지컬로 한다고? 그 대사가 뮤지컬로 가능해? 책으로 읽어야 되는건데? 근데 엄마처럼 이성적인 거 좋아하는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들걸?”
둘째의 마지막 표현은 제대로 내 뒤통수를 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공연장을 가게 만들었다.

뮤지컬 데미안_공연 사진_전성민 김현진
뮤지컬 데미안_공연 사진_전성민 김현진ⓒ컨텐츠원

절대 그런 어른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온 마음을 열고 보리라 다짐하고 마주한 무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작품은 고정된 배역 없이 남녀 페어가 싱클레어와 데미안를 번갈아 가며 맡는 젠더 프리로 공연된다. 싱클레어가 마주한 데미안의 얼굴이 어른도 아이도 아닌, 남자도 여자도 아닌 누구의 얼굴도 아니지만, 누구나의 얼굴일 수도 있기에 너무나 설득력 있는 도전이다. 더군다나 싱클레어를 연기한 배우가 다른 무대에서 데미안이 된다. 한 배우가 온전히 한 사람을 연기하게 되는 것이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정신적 여정을 그린 이 작품에서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한 배우가 온전히 한 사람을 연기하는 것은 데미안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뮤지컬 ‘데미안’은 원작 속 헤르만 헤세가 풀어놓은 유려한 대사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 위에 구현한다. 수화 같은 손동작과 춤을 추는 듯한 몸동작, 그리고 대사를 방해하지 않는 간결한 곡들이 그렇다. 이대웅 연출은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프리 2인극을 탄생시켰다. 공연이 끝나서도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배우들의 열연도 빛난다.

뮤지컬 데미안_공연 사진_김주연 유승현
뮤지컬 데미안_공연 사진_김주연 유승현ⓒ컨텐츠원

다행스럽게도 딸아이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성적인, 다른 표현으로 메마른 어른은 싱클레어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 했지만, 아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연출한 오세혁 작가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동안은 자신의 얼굴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쟁에서 싸울 때는 다 같은 얼굴이었는데 죽을 때는 다른 얼굴이었다’는 데미안의 구절처럼 우리는 모두 자신의 얼굴을 잊고 산다.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며 대뇌는 싱클레어의 이야기는 반백 년을 살아가는 이나 팔십 년을 넘어 살아가는 이 모두가 갖는 마음이다. 뮤지컬 ‘데미안’은 혼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지내는 ‘자가격리’의 시간이 그런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하면 너무 한가한 소리라고 할런지도 모른다. 이 작품이 이 시기여서 더 가슴에 와닿지만 또 이 시기여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큰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 ‘데미안’

공연날짜:2020년 3월 7일~4월 26일
공연장소: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공연시간:평일 8시(월요일 공연 없음)/토요일 3시, 7시/일요일 2시, 6시
러닝타임:100분
출연진:정인지, 유승현, 전성민, 김바다, 김현진, 김주연

이숙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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