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 앱 시장 98%를 독점한 자본에, 공공은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전북 군산시가 개발한 ‘배달의명수’는 출시 한 달 만에 ‘배달의민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배달의명수엔 수수료와 광고료가 없다. 지역 식당 주인들은 “효자가 따로 없다”고 환영했다. 인위적 별점 조작·추천 순위 왜곡이 없으니 이용자들 만족도도 높다. 자본에 맞선 공공앱 경쟁력은 충분해 보였다.
지난해 7월 군산시는 전국 최초로 이용 수수료와 광고료가 없는 공공배달앱을 도입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앱 개발은 전북 소재 IT업체가 맡았다. 플랫폼 유지보수 관리를 포함해 고객센터 등 실제 운영도 개발사가 한다. 운영 방향 수립, 예산 책정 등을 군산시가 책임진다.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은 3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약 8월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배달의명수는 지난달 13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공 배달앱이 정책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식당 주인들의 참여, 시민들의 이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역 상인회 등을 통해 입점을 요청했다. 현수막을 붙이고, 홍보 영상제작해 시민들의 이용을 독려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배달의명수’는 순조롭게 이용자를 늘려가며 시장에 안착했다. 군산시 요식업체 1200곳 중 70%(700곳)가 가맹을 신청했다. 이중 400여곳이 등록을 마치고 영업 중이다. 이용 가능 업체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용자는 서비스 시작 첫날 5.138명에서 이달 6일 기준 3만1,478명까지 증가했다.
‘배달의명수’ 운영 핵심은 ‘공공성’...
“공공배달앱인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중요”
‘배달의명수’ 운영 핵심은 ‘공공성’에 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일반 배달앱은 광고 금액이 높을 수록 사용자에게 자주 노출된다. 이용자와 점포 사이 거리나 평점이 일부 반영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라 광고료를 많이 내는 가게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배달의명수는 철저히 이용자와 가까운 거리 순서로 가게 이름이 노출된다. 운영사인 아람솔루션 한승재 군산지사장은 “공공배달앱인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리뷰평가 순’이나 ‘맛집 순’ 등의 기준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들 간의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할인 혜택에도 제한을 뒀다. 배달의명수 내에서 이용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배달료 무료’와 ‘할인쿠폰’ 정도다. 할인쿠폰도 최대 2,000원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서로 쿠폰 금액을 올리며 출혈 경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결제수단에 지역화폐가 추가됐다. 일반적인 직접결재나 카드결제, 모바일 결재 등뿐만 아니라 지역화폐를 통한 결재도 가능하도록 했다. 군산사랑상품권이라는 지역화폐를 이용해 결제하면 주문 금액에서 8%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와 시에서 지급받는 지역화폐를 배달의민족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배달의명수에선 할인까지 받으며 쓸 수 있다. 공공배달앱이 외식업자들의 수수료·광고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지역화폐의 사용률까지 높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긍정적 전망도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식당 주인들 “우리 입장에선 ‘배달의명수’가 효자”
무엇보다, 식당 주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별도 수수료가 없다. 광고료도 없다. 최근 공공배달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배달 손님도 부쩍 늘었다.
군산시에 따르면 배달의명수 가입자 수는 이달 6일 기준 3만1,478명으로, 전날(2만3,549명) 대비 7,929명(30%)이나 늘었다.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식당을 운영 중인 상인들도 배달의명수를 통한 주문이 늘어나는 걸 체감할 정도였다.
군산시 구암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47)씨는 당초 월 17만6,000원을 내며 ‘배달의민족’을 이용했다. 그러다 지난달 ‘배달의명수’ 서비스가 시작되며 두 가지 배달앱을 함께 쓰고 있다.
A씨는 “지난달에만 해도 배달의민족과 배달의명수를 통해 들어오는 배달의 비율은 9:1정도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배달의명수를 통해 배달 주문이 많이 늘었다. 지금은 6:4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가 없는 배달의명수는 그야말로 우리 입장에서 효자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지역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B(55)씨도 월 8만8,000원인 배달의민족과 공공배달앱인 배달의명수를 함께 이용 중이다. B씨는 “사실 장사가 안돼서 배달의민족을 그만할까 고민 중이었다”며 “근데 요즘 들어 배달의명수를 통한 주문이 점점 늘어 배달의민족만큼 들어오는 거 같다. 조금만 더 지켜보다 (배달의민족을)그만할까 한다”고 말했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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