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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중 칼럼] 기자와 검사장
채널A-검찰 유착 의혹 사건을 보도한 MBC
채널A-검찰 유착 의혹 사건을 보도한 MBCⓒ화면 캡처

검사는 스스로 ‘칼’이라 부른다. 반면, 기자는 무관의 제왕, 즉 ‘펜’이다. 칼은 낮에 번쩍이고, 펜은 밤에 활자로 변한다. 둘 다 진실을 추구하는 정언명령 앞에 서 있다. 칼과 펜은 가깝고도 먼 사이다. 칼은 육을 찌르고 골을 잘랐다. 펜은 해부도를 작성하고 양념을 버무렸다. 그동안 칼과 펜이 혼연일체가 되어 세상을 잘 요리했다. 검찰은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을 차례로 구속시킨 바 있다. 가히 특수수사의 전대미문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가려던 조국 가족도 그 칼을 비껴가지 못했다. 이제 검찰의 칼끝은 민간인 ‘유시민’을 향한 것인가? 80대 군홧발에 짓밟혀 기무사 지하에서 고문 받던 유시민. 감방에서 쓴 항소이유서를 법관들이 돌려보던 시절이 있었다. 상고 나온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서겠다는 그의 눈빛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검찰이 진보정권에 유독 강해지는 이유를 의심하게 되었다. 검찰조직의 근본을 흔드는 어떤 정치세력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15년 간격을 두고 벌어지는 검찰의 동일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법조인으로서 당혹스럽다. 이번 채널A-검찰 유착 의혹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검사장은 20년 특수통 검사다. 전직 대통령과 재벌총수를 구속시킨 그 유능함은 곱상한 얼굴로 각인되었다. 사건의 가설은 소문과 언론에서 시작되었다. 신라젠 투자설명회에 유시민이 참석했다는 보도가 이미 나간 터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오래 전에 정계은퇴한 유시민을 쉽게 엮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을 비리혐의로 포토라인에 세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과다. 주말마다 서초동 대검 앞에 운집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한 검사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국 다음으로 누구를 찔러야 할지 고민을 했을 수도 있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지만.

털면 나온다는 특수수사의 숨은 비결은
가족, 자존심, 언론 활용한 수사
칼과 펜의 유착, 이번엔 밝혀질까

‘털면 나온다’는 뿌리 깊은 검사의 신념은 경력이 더할수록 차곡차곡 쌓인다. 특수수사란 무엇일까. 특수라는 용어는 전문적인 개념으로 포장되었다. 하지만 세상에 드러난 특수수사 행태는 그 용어와는 거리가 멀다. 특수수사의 핵심은 육체적 고문을 하지 않는 대신 정신적 고문을 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사람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면 자백한다’는 특수수사의 도그마가 자리 잡힌 지 오래되었다. 가장 약한 부분은 ‘가족’이다. 검찰 조사를 받고 생을 스스로 마감한 사건이 한해에 여럿 있다. 비단 정치사건만 아니다. 수사 도중 가족을 수사하겠다는 말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극단적 선택한 사건을 기억한다. 다음으로 애용하는 수사기법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사회적 직위가 높거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그 대상이다. 조사과정에서 반말이나 인격을 모욕하는 말을 던진다. 모 재벌 총수마저 집무실에 뛰어내린 사건도 있다. 수사관이 서류철로 머리를 툭툭 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진실은 알 길이 없다. 사람들은 특수수사가 마치 대단한 과학적 기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해다. 특수수사의 절정은 언론을 통한 수사다. 비밀이 유지되어야 할 수사기밀이 실시간으로 특정 언론사에 제공되는 일이 많았다. 담당검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수사기밀과 증거들이 특종기사가 되었다. 검찰이 원하는 방향대로 그 언론사는 증거를 확대하고 말을 왜곡했다. 검찰이 언론을 교묘하게 이용한 사례는 셀 수가 없다. ‘논두렁 시계’라는 말이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다시 설명하기에 고통스럽다.

이번 채널A-검찰 유착 의혹 사건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특수수사로 오해 사기 충분하다. 정황은 이렇다. 14년 형이 확정되어 수감생활을 하던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모씨가 갑자기 검찰로 소환되었다. 채널A 기자는 현직 검사장의 육성이라는 음성녹음을 들고 이모씨의 지인을 만났다. ‘유시민의 비리연루 정보를 제공하면 가족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검찰의 의중을 전달하는 취재기법. 검찰이 함부로 소환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유시민이다. 하지만 유시민을 비리에 연루시켜서 포토라인에 세울 수만 있다면 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틀렸다는 점을 다시 입증할 수도 있으리라. 부도덕한 진보의 끝을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밝혀진 내용만으로는 기자의 협박죄, 취재윤리위반 이외의 어떤 진실도 예단하기 어렵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MBC 보도가 충격을 주었지만, 다른 언론사의 추가보도는 없었다. 기자들에게 뿌려진 해당 검사장의 문자 한 통이 모든 언론사의 보도를 막았다. 유배당한 검사장의 힘 치고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 해당 기자와 검사장은 고발되었다. 칼이 펜을 이용한 것인지, 펜이 칼을 이용한 것인지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다만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기나긴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감찰본부장은 감찰을 선언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감찰 대신 인권부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해당 검사장은 총장의 가장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지방순시에서 두 사람의 악수 장면은 신문마다 보도되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고발장을 들고 민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민언련은 ‘검-언 유착’과 ‘취재원 협박’ 의혹을 받고 있는 채널A 이 모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를 협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20.4.7.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고발장을 들고 민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민언련은 ‘검-언 유착’과 ‘취재원 협박’ 의혹을 받고 있는 채널A 이 모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를 협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20.4.7.ⓒ뉴스1

아직 이 사건의 진실과 그 심각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침묵하는 언론, 감찰을 거부하는 총장. 세상이 하나 같이 언론과 검찰의 부적절한 만남에 이토록 조용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유시민은 사건 당사자의 이름을 방송에서 거론했다.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용한 기자도, 이용당한 검사장도 말이 없다. 기자 개인의 일탈로 선을 긋고 있는 채널A가 자체 조사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지난 9일 개최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채널A(동아일보) 대표가 참석했다. 심의를 받던 대표는 문제의 녹취록 통화상대방은 ‘해당 검사장이 맞다’는 대답을 했다고 MBC는 보도했다. 종편허가연장 승인심사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방통위에서 한 언론사 대표의 진술을 가벼이 볼 수 있을까.

그동안 언론과 검찰의 부적절한 관계는 소문으로 시작해서 소문으로 끝났다. 단 한 번도 진실이 밝혀진 적이 없다. 진실은 늘 검찰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현직 검사장이 기자를 이용하여 수사를 했다면 검찰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내던 일제시대 순사와 차이가 없어진다. 육체적 고문보다 오히려 심리적 고문이 더 끔찍하다. 펜을 들어야 할 기자가 칼을 빼 들고 나선 것인가, 아니면 칼이 펜을 들고 사냥에 나선 것인가. 칼과 펜의 극단적 만남은 이해가 쉽지 않다. 검찰총장은 이 심각한 사건을 단순히 ‘인권’ 문제로 격하시켰다. 조만간 방통위 회의록이 세상에 공개될 것이다. 그래도 봄이 완연히 자리 잡은 서초동에 진실의 꽃망울이 맺히기를 소망한다.

오영중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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