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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법이 있어도 소용 없는 ‘5인 미만 사업장’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업장이 휴업을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으로 인한 매출 하락이 그 주요원인이지만,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의 경우 사업장 휴업은 그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휴업의 이유가 무엇이 되었던 간에 휴업을 하게 된 노동자들은 당장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야 할 지 막막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근로기준법에는 ‘휴업수당’이라는 것이 있어 사용자 책임으로 휴업하는 경우, 노동자는 평균임금의 70% 또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용자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휴업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노동자들에게 무급 휴가(휴직) 동의서를 강제로 받거나 해고를 하기도 한다. 현재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요건을 완화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휴업수당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등, 사용자의 휴업수당 지급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나마 강제하는 듯 하다. 이는 노동자들이 느슨하지만 기댈 곳이 있고, 강제적 무급 휴직이나 부당해고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다퉈 볼 여지도 있다는 말이다.

한 편엔 이런 내용과 관련이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휴업수당이라는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는 이들에게 휴업은 바로 생존 문제가 된다. 더구나 이들이 코로나19 감염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된 경우인데 휴업을 선택조차 할 수 없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감염병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게 대피할 권리가 박탈된 것이기 때문이다.

민중연합당(현재 민중당)은 5인 미만(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운동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민중연합당(현재 민중당)은 5인 미만(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운동을 벌이고 있다.(자료사진)ⓒ민중연합당 제공

근로기준법은 종속적인 지위에 있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권력이 사용자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이다. 직접적으로 규율한다는 것은 법을 지키지 않은 사용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란 뜻이다. 그러다보니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은 임금, 휴게시간, 휴가, 휴일 등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을 정해놓았지만 그 기준선은 높지 않다. 형사 처벌의 기준을 무작정 높일 수 없는 것처럼, 근로기준법 상 기준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최저 기준’일 뿐이다.

이 최저 기준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가르는 기준도 이상하다. 상대적으로 더 열악할 가능성이 높은 작은 규모 업체의 노동자를 배제한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사업장이 소규모화 되어가고 있다. 현재 제조업 사업장 중 50인 미만 사업장이 97%이고, 그 중 5인 미만 규모의 사업장은 64.7%에 달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성 및 노령노동자의 비율이 높고, 저임금, 장시간 근로, 심야 근로의 비중이 높다. 재해율도 50인 이상 사업장에 비해 3~10배 정도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현황에 비추어 볼 때,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노동법이 가장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셈이다. 노동법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하는 모습이다.

부산 차별철폐대행진단이 21일 부산고용노동청을 찾아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2018.06.21
부산 차별철폐대행진단이 21일 부산고용노동청을 찾아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2018.06.21ⓒ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더 큰 문제는 일하는 자들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 증진하는 것이 목적인 ‘산업안전보건법’도 근로기준법과 마찬가지로 사업장 규모로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유해 위험의 정도, 사업의 종류, 규모, 소재지 등을 고려하여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에 재해 예방 및 재해 시 조치를 위해 필수적인 ‘안전 보건 관리 체제’와 ‘안전 보건 관리 규정’, ‘안전 보건 교육’의 대부분의 내용을 적용하지 않는다.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이 현저히 높은 사업장에 취할 수 있는 ‘안전보건진단’도 명하지 않고, 안전조치나 보건조치를 위반하여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관할 기관에 요청하도록 되어 있는 ‘영업정지 요청’도 하지 않는다.

적정한 임금과 휴게, 휴일 등을 보장받으며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는 노동자의 안녕을 위한 필수적인 권리이다. 사업장의 규모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이 같은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법이 잘못되었으니 법을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 만일 법을 고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그 사이의 공백은 국가의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

김기돈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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