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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전 프로게이머·청년·유튜버가 국회에 전하는 메시지 - 황희두 전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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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8일 전설적인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의 스타크래프트2 리그 64강 경기가 있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1에서 활약하던 임요환 선수가 전향을 선언한 뒤 처음으로 치른 데뷔전이었던 만큼 온라인 중계 서버가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많은 게임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임요환 선수는 가볍게 2승 무패로 64강을 통과해 4강에서 패배하기까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명승부를 펼쳤지만, 당시 임요환 선수를 상대한 선수는 이 경기를 끝으로 프로게이머를 은퇴했다.

게임 팬들에게 희미한 기억 속에서 은퇴한 이 선수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주목받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관리위원이었던 황희두 전 프로게이머다.

짧은 경력을 가진 전 프로게이머이자, 시사 유튜버, 청년단체 대표인 그가 국회로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황희두 전 위원을 만나 20대 청년이 국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위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3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위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3ⓒ김철수 기자

"임요환을 꿈꾸며 시작한 프로게이머, 임요환과 함께 끝을 맺었죠"

황희두 전 위원이 프로게이머로서 첫 공식 경기는 임요환 선수와의 경기였다. 이 경기가 그의 첫 본선 진출 데뷔전이자 은퇴전이 돼 버렸다. 황희두 전 위원이 프로게이머로서 경력은 이 경기까지 4개월여 정도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준비기간은 길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아예 학교를 자퇴하고 1년여를 아마추어 합숙소에서 생활한 끝에 2010년 MBC GAME HERO에 입단하면서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이후 TSL로 팀을 옮긴 뒤 프로팀 입단 4개월 만에 얻은 본선진출 티켓을 얻었지만, 황희두 전 위원은 이미 이 경기를 치르기 전부터 은퇴를 결심했다. TV를 보면서 꿈꿨던 프로게이머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모습에 마음이 멀어진 탓이었다.

"화려한 이면에 숨겨진 현실에서 좌절했죠. 하루종일 원없이 해도 너무 좋던 게임이 살벌한 진짜 전쟁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러다보니까 어느 순간 내가 마음이 많이 접혔던 거 같아요. 결정적으로 저희 팀에 실력자랑 겨뤄봤는데 어떤 벽을 느낀 게 컸죠."

은퇴를 결심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하게 된 경기의 상대는 게임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임요환이었다. 황희두 전 위원은 당시 경기를 묻자 '2010년 10월 18일'이라고 단번에 정확한 날짜를 기억해 냈다.

"경기할 때 선수가 바깥소리를 못 듣도록 부스에 들어가서도 이어폰에 헤드셋을 끼고 배경음악까지 깔아놔요. 그런데 경기에서 제 유닛이 한 마리씩 죽을 때마다 부스가 흔들리더라구요. 관중들 함성 때문에요. 그때부터 기억이 사라지고 정신차려보니까 임요환 선배가 앞에서 악수를 하고 있더라구요.(웃음)"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위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3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위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3ⓒ김철수 기자

'유령대학 사건' 밝혀낸 승부사.."엘리트 사회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죠"

은퇴 후 군 복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황희두 전 위원이 다시 언론에 이름을 비춘 건 '템플턴 대학교 사기사건' 때다. '템플턴 대학교 사기사건'은 템플턴대학교라는 가짜 대학을 만들어 정식 학위를 준다고 속여 학생들을 모집해 이사장 행세를 하던 김 모 씨 등이 17억원을 챙긴 사건이다.

황희두 전 위원은 이 학교에 입학을 권유받아 다니던 중 등록금을 입금하는 계좌가 일반 사업체 명의로 돼 있는 등 미심적인 부분이 나타나자 '이걸 파봐야겠다'는 프로게이머의 본능이 살아났다.

"처음 본 학장이 저를 막 교수도 시켜준다면서 허황한 소리를 하는거에요. '프로게이머는 그냥 겜돌이니까 몇 번이야기하면 넘어가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서 화가 난 마음에 실체를 파악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거죠. 갑자기."

2016년부터 시작된 황희두 전 위원의 싸움은 2018년이 돼서야 이사장 일당이 검찰에 기소되면서 비로소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에도 1년여의 지루한 법정 싸움이 계속됐다. 20대의 청년에게는 지루하고 긴 시간이었다. 포기할까하는 생각이 들 때쯤 판사로부터 그의 승부사 기질을 자극하는 한마디를 들었다.

"판사가 어느 날 저한테 이럴 시간에 나이도 어린데 스펙이나 쌓으라고 하는거에요. 제가 생각한 판사는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되게 귀찮다는 듯이 합의 보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너무 화가 났죠. 그때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결국 1년여를 끌던 법정 싸움은 2019년 이사장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결론 났다. 올해 초에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형량이 유지됐다.

황희두 전 위원은 시사를 온라인 방송으로 풀어내는 유튜버로도 유명하다.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유튜브 채널 '알리미 황희두'는 현재 구독자 21만명을 기록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전 프로게이머들이 게임 스트리머나 인터넷방송을 하는 건 흔하지만 시사를 주제로 온라인 방송을 하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다.

"처음 목적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젊은 친구들이 기죽고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청소년·청년을 너무 성적으로 판단하는 이 사회가 너무 안타까워서 시작한 거죠. 게임 이야기도 하고 젊은 친구들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 점점 민주진보진영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사 유튜버가 됐죠.(웃음)"

황희두 전 위원은 청년들이 모인 단체의 대표를 맡은 청년활동가이기도 하다. 경쟁 교육에서 무기력해진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6년 '청년문화포럼'을 만들어 회장직을 맡고 있다.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위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3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위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3ⓒ김철수 기자

"5년·10년 뒤 미래의 유권자와 기성세대 국회의 다리가 되려구요"

전 프로게이머, 시사유튜버, 청년활동가 등 다양한 명함을 가진 황희두 전 위원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으로 총선기획단,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국회에 20대 청년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묻자 대뜸 "좋지만 두렵다"고 답했다.

"제가 목표로 삼은 여성과 청년의 정치참여에서 봤을 때 아직까지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의견이 모이는 국회에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없으면 계속 뒷전으로 가겠구나하고 느꼈죠. 어떻게 하면 4년 후에는 좀 더 많은 여성과 청년들이 국회로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죠."

총선 기간 동안 황희두 전 위원은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1번인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성과 청년의 정치참여가 목표라 밝힌 그는 여성이며 청년이자 국회에서 보기드문 게임계 인사인 류 후보를 비판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류 후보 같은 분이 정말 국회에 절실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도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면 오히려 그분한테도 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러 생각들을) 꾹꾹 누르고 비판글을 썼죠. 후보자 본인도 이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으니까 더는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러나 이 문제를 사소하게 여긴 국회의 모습에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았다고 황희두 전 위원은 지적한다.

"'그깟 게임 가지고 그러냐'는 일부 반응들이 게임인들을 열 받게 한 거 같아요. 국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게임이라는 게 일탈 같은 게 아니라 젊은 친구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약속과 규칙인데 그게 좀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위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3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위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23ⓒ김철수 기자

총선이 끝난 뒤 황희두 전 위원은 다시 청소년과 청년들 사이로 들어가 이들과 정치를 좀 더 가깝게 만드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쏟아지는 정보를 가려 판단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정치와 게임의 공통점을 많이 찾고 있어요. 젊은 친구들 중에 삼국지나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요. 제가 중·고등학교에서 강연도 했었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이 친구들의 고민이 뭔지 듣고 미리 대비해야 할 것 같아요."

황희두 전 위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이사를 맡아 이 같은 미래 세대의 이야기를 국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가 꿈꾸는 국회는 기성세대가 모인 국회가 미래의 유권자들과도 진짜 소통하는 모습을 가지는 것이다.

"집안에서 자녀를 교육할 때 게임 하지 말라면서 (게임기·컴퓨터) 코드를 뽑아버리고 '이리 앉아봐'라며 가르치려고 했던 게 기존 정치권의 방식이었던 거 같아요. 소통한다면서 유튜브에서 자기 이야기만 하고 마지막에 댓글 하나 달랑 읽어주는 건 가장 젊은 친구들이 질색하는 방식이죠. 모든 당이 시대가 변한 걸 인정하고 청년들과 진짜 소통을 했으면 좋겠어요."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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