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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케랄라 주 : 또 하나의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 모델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인도 케랄라 주 코치에서 보건 공무원이 한 소년의 체온을 재고 있다. (2020.3.23)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인도 케랄라 주 코치에서 보건 공무원이 한 소년의 체온을 재고 있다. (2020.3.23)ⓒ신화/뉴시스

편집자주/인도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휩쓸고 있다. 인도 전역에서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 29일 현재 인도의 확진자 수는 3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천 명에 달한다. 하지만 반대로 최초 확진자가 나왔던 인도 케랄라 주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면서 봉쇄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케랄라 주의 코로나 대응은 또 하나의 성공적 대응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그 요인은 무엇일까?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How the Indian state of Kerala flattened the coronavirus curve

3월초 인도. 아직 경보가 울리기 전이었다. 당시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명뿐이었다. 그 중 3명은 케랄라 주에서 발생했다.

몇 주 지나지 않아 인도 전체 확진자 수는 1만7천명으로 폭증했다. 뭄바이를 포함한 대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대혼란 속에 수많은 병원들이 폐쇄됐다.

하지만 인도 서남쪽 끝 케랄라 주에서는 오히려 확진자 증가세가 약화되기 시작했다. "케랄라 모델"은 이제 방역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케랄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케랄라 주의 사회경제적 발전상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빈곤 감소와 번영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케랄라 주민들은 인도 어느 곳보다도 문해율이 훨씬 높고 건강 상태도 좋다. 배경에는 케랄라가 인도 공산당의 오랜 근거지였다는 점이 있다. 물론 인도 공산당은 현재는 적당한 사회민주주의적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말이다.

케랄라의 강점은 때로 약점이 되기도 한다. 숙련노동자들의 해외 진출은 케랄라의 주요 사업이다. 해외의 숙련노동자들 덕분에 케랄라는 인도 어느 지역보다도 외국에서 들어오는 돈이 많다. 그중 상당 액수는 중동으로부터 유입된다. 게다가 케랄라는 거대한 관광 중심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강점은 주민들을 바이러스 전파 위험에 크게 노출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케랄라의 최초 확진자 3명은 중국 우한에 있다가 중국의 춘절 기간 인도에 돌아와 있던 학생들이었다. 우려대로 그 후 몇 주 동안 케랄라 내에서는 수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는 3월 24일 100명을 넘어섰다. 당시 케랄라의 확진자 수는 인도 전체 확진자 수의 5분의 1에 달했다. 케랄라 인구는 인도 전체 인구의 2.5%에 불과한데 말이다.

하지만 케랄라는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며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그 배경에는 강력한 공공보건체계, 투명한 정보공유, 지역사회 참여가 있었다. 사실 공산당의 통치에도 불구하고 케랄라의 보건의료체계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사이의 건강한 노동 분업을 통해 상당 수준 민영화돼 있다. 케랄라는 이러한 분업화된 체계를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최근 수년간 두 차례의 심각한 홍수와 다른 한 차례의 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케랄라의 팬데믹 대응은 1월부터 전개됐다. 2018년 니파 바이러스 사태 대응 경험이 빛을 발했다. 니파 바이러스 때도 지금처럼 백신도, 치료방법도 없었다. 병원 내 감염률이 높았던 당시 경험을 거치면서 케랄라 보건의료체계는 적시 가동 준비가 돼 있는 효과적인 프로토콜을 갖추고 있었다. 또 오랜 세월에 걸쳐 유효성이 입증된, 지역사회 감시체계와 결합한 확진자 격리 및 접촉자 추적 전략을 고수했다. 케랄라 당국은 격리된 수만 명의 사람들이 격리 지침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전화 모니터링과 지역사회 감시를 병행했다.

전국적으로 봉쇄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이미 케랄라에서는 엄격한 봉쇄조치가 이뤄졌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모임은 금지됐으며, 전국 표준지침보다 더 엄격하고 더욱 긴 자가격리가 실시됐다. 모여서 기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소수의 교조주의 집단이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철권적 통제조치만 실시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지원 정책도 동시에 전개됐다. 각종 보급품들들이 집으로 배달됐고, 학교가 폐쇄된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급식이 제공됐다.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정기적이고 투명한 정보공개 채널이 만들어졌다. 다른 주 출신 이주노동자들도 제대로 치료를 받았다. 주 전역에 걸쳐 정신건강 전화상담서비스가 개설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슬을 끊자" 캠페인은 특히 성공적이었다.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잠재적인 감염에 노출됐을 땐 주 소속 수천 명의 보건 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지도와 표를 들고 공격적으로 접촉자 추적에 나서 상황 통제를 가능하게 했다. 케랄라의 조치는 범정부적이었으며 범사회적인 대처였다. 학생들도 여기에 적극 참여했다.

케랄라는 한국의 검체 채취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워크 인 키오스크'(walk-in kiosk)를 설치하기도 했다. 케랄라는 중앙정부가 조달한 유전자증폭 (PCR) 검사 키트뿐만 아니라 인도 푸네 지역의 마이랩 디스커버리 사가 개발한 신속 검사 키트를 조달한 최초의 주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인도 케랄라 주 코치. 의료 요원이 새로 설치된 검체 채취 장비 ‘워크 인 키오스크’ 안에서 한 여성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2020.4.11)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인도 케랄라 주 코치. 의료 요원이 새로 설치된 검체 채취 장비 ‘워크 인 키오스크’ 안에서 한 여성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2020.4.11)ⓒ신화/뉴시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치료 없이 지나갈 수도 있는 가벼운 감염병이고, 그렇기 때문에 놓치기도 쉽다. 그래서 코로나19는 오히려 치명적이다. 엄청난 예산과 조직만 자랑하던 세계 각국의 병원 체계가 과부하로 휘청대고 있는 상황에서 케랄라가 채택한 대응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케랄라는 발빠르고, 지역사회에 기반하고, 신중하면서도 공격적인 접근을 택했다. 1월에 최초 환자가 발생했던 지역이었지만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90% 이상의 환자가 코로나19에 덜 취약한 60세 이하이고, 사망자도 단 3명뿐이라는 통계는 매우 인상적이다.

케랄라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일단 잦아들고 있다. 하지만 케랄라는 인도 다른 지역에 내려진 강경한 경제적 봉쇄령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다. 케랄라는 조만간 통제조치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인도 중앙정부는 이를 비난했다.

안전한 봉쇄 완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도 험난하다. 수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여름철 우기에 내리는 폭우와 뒤따르는 홍수, 해외 이주자들의 귀환은 문제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두 번째 파도가 밀어닥칠 때, 케랄라는 이미 준비돼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Voice of the World팀/편집 최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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