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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의 마음산책] 에니어그램으로 본 성격 이야기 : 8유형 강해야 한다

8유형들은 일단 힘에 민감하고 자신은 통제받고 싶어 하지 않아 하면서 남을 통제 하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누군들 통제받고 싶으랴마는 8유형의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힘으로든 타인이 자신에게 힘을 미치는 걸 극도로 저항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자기 보호의 욕구로 인해 타인을 지배하는 괴이한 모순을 드러내기 쉽다.

심리적, 물리적으로 사람을 압도할 것 같은 힘이 체격의 크기를 떠나 온몸에 들어가 있어 항상 싸움을 대비하는 사람 같은 인상을 풍긴다. 거기에 매서운 눈매와 커다란 목청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맹수 같다. 겁 없고 용맹하지만 다혈질적이고 자칫 거칠어 보이는 게 흠이다. 그들이 순수하고 우직한 장점이 있지만 이런 면으로 인해 괜한 오해를 사거나 사람들이 감히 그들을 ‘왕따’는 못시켜도 재량껏 ‘은따’를 시키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대장 같고, 어른 같고, 보호자 같은 마음으로 책임감 있게 자신이 속한 집단을 지키고 보호하려 애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전투를 좀처럼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한 타고난 권위와 리더쉽, 책임감으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남의 통제를 싫어하는 8유형, 종종 남 위에 군림하려 든다.
남의 통제를 싫어하는 8유형, 종종 남 위에 군림하려 든다.ⓒpixabay

정의는 그들이 추종하는 대표적인 가치이다. 8유형들이 장악하는 조직의 기풍은 자연스레 ‘정의사회구현’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현하려는 정의가 많은 이가 지지하는 정의가 되기 위해서는 실현하려는 사람들의 건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안 그러면 힘을 통해 자기 뜻을 관철하는 억지를 정의의 포장지로 덮는 것일 뿐이기에 그렇다.

불건강한 8유형들이 정의를 내걸고 ‘깡패 혹은 마초처럼 구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래서 그들의 카리스마인, 불의 앞에 두려움 없이 나서는 용기가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자신과 타인을 평등한 존재로 대하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승인과 무관하게 자신을 위사람 혹은 정점으로 하는 위계적 관계에 익숙하기에 민주주의를 익히는 학습과정은 성장기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자주성을 가진 존재이다. 8유형뿐 아니라 누구나 그렇다. 8유형들이 그렇게 통제받고 싶지 않듯이 타인들도 그렇다. 자신이 그토록 목숨처럼 여기는 독립이 타인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자신을 지키려는 무의식적 충동은 너무나 쉽게 타인을 통제하거나 ‘아랫것’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존엄을 훼손하는 일이 잦다. 그래서 눈빛 하나 말소리 하나에 까지 배어있는 지배자의 충동을 잘 알아차리고 깨어서 행동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자신을 배신하거나 무시했다고 판단되면 상당히 냉혹하고 잔인해질 수 있기에 평상시에 분노를 길들이고 다스려놓지 않으면 치명적으로 곤혹스러워지는 일이 생길 수 있음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타고난 권위와 리더쉽, 책임감으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8유형
인간은 자주성을 가진 존재, 누구도 타인의 통제 좋아하지 않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용기

모험심이 많고 활달하며 진취적인 그들은 공격적이며 도전과 대결을 즐기는데 위협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많아질수록 거칠고 공격적이 된다. 그런 면이 발휘되면 소통에 있어서 상대가 위축되거나 기분을 상하는 일이 많아져 직설적으로 응대하지는 않지만 8유형 가까이 있으려 하지 않게 된다. 또한 타인에 대한 정서적 배려가 약하고 일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에 일을 성취하는 데에 있어서는 어떨지 몰라도 관계를 그르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이런 태도의 출발점에는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강해야 자신을 방어할 수 있고 타인으로부터 통제받지 않을 수 있다는 8유형의 신념은 다양한 감정이나 부드러움 같은 미덕을 밀어내 버렸다.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게 되었다고나 할까. 세상을 약육강식의 전장으로 느끼며 지배받지 않고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되어 심장에 철갑을 둘러놓은 것이다.

이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 특히 가족 같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애정과 걱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울타리를 지켜주고 식량을 조달하고 등록금을 만들어내느라 애쓰지만 이런 물질과 서비스 수혜자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말로 인해 공이 없어지는 일은 흔하다. 남녀노소를 떠나 스스로 든든한 대장의 역할을 하려하는 이들이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한 ‘거친 말과 위압적 분위기’로 입은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난감하고 풀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가 된다.

함께 하는 힘, 협력
함께 하는 힘, 협력ⓒpixabay

사람 좋아하는 그들이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거나 사적인 시간을 갖는 일은 많지만 교감이나 친밀감을 토대로 관계하는 것과는 다르다. 워낙 분노 이외의 감정과 접촉하는 일이 쉽지 않기에 관계에서 역시 그렇다. 강약의 이분법에 갇혀 사는 이들이 감정과 욕구라는 내면을 접촉하는 일은 자신이 힘을 잃고 약해지는 것 같은 위협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드러내는 용기는 그들이 자신을 지키느라 발휘하는 용감함보다 진정한 힘을 가져다준다. 자신을 방어하기보다 가슴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용기를 발휘할 때 자신이 그토록 지켜주고 싶었던 사람들을 상처주지 않고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살아난다.

그렇게 거부하던 연약함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지나가게 할 수 있다면 한결 사는 게 편안해질 수 있다. 또한 이런 노력은 목소리가 큰 것도,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것도, 매섭게 눈을 부릅뜨며 사람을 위압하는 것과 같은 몸에 배인 일상적 습관들이 정작은 강한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기초가 되기도 한다. 그 토대에서 자신과 타인을 겁주는 대신 돌보고, 지배하는 대신 정의를 세우는 일이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목소리, 표정, 눈빛을 포함해 온 몸에 들어간 힘을 인식하고 이완하는 훈련도 이런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몸과 마음에 잔뜩 힘을 주고 사는 8유형들이 오히려 힘을 뺄 때 자신도 자유로와질 수 있다. 약함을 드러낼 때 강해짐으로써 얻으려 했던 자유와 독립을 더 잘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건 집착할수록 집착의 대상은 더 멀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신미영 열린학교상담아카데미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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