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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 이제는 미국을 기초부터 완전히 뒤엎을 때
미국 뉴욕 퀸스 자치구 캘버리 공동묘지 묘비들 뒤로 보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맨해튼 스카이라인.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미국에서는 5월 7일 현재 122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7만 명 이상이 숨졌다. (사진:2020.4.11)
미국 뉴욕 퀸스 자치구 캘버리 공동묘지 묘비들 뒤로 보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맨해튼 스카이라인.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미국에서는 5월 7일 현재 122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7만 명 이상이 숨졌다. (사진:2020.4.11)ⓒAP/뉴시스

편집자주/‘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는 말한다. 미국에는 사실상 보건의료 “시스템” 자체가 아예 없다고. 그래서 코로나19 팬데믹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더욱 잔혹하다. 코로나19는 잔인하고 불평등한 미국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샌더스는 바로 지금부터 미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샌더스의 기고를 소개한다.

원문:Bernie Sanders:The Foundations of American Society Are Failing Us

미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다. 하지만 그것은 심각한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의 시대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절반의 국민들이나 4천만에 이르는 빈곤층, 의료보험이 없거나 불충분한 8천700만의 사람들, 50만 명의 노숙자에게는 말이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붕괴라는 쌍둥이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사회의 기초를 재검토해서 그것이 왜 우리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지 이해하고,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제 고용자에 기반한 미국의 민간건강보험이 모든 국민에게 얼마나 부조리하고 잔인한지 명백해졌다. 이번 팬데믹 때문에 수천만 명이 직장을 잃고 소득이 끊기고 있는데 이들 중에는 건강보험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보건의료를 인간의 권리가 아닌 직원 혜택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번 팬데믹이 지나면 우리는 모든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그리고 고용상태에 상관없이 보건의료를 보장하는 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이번 팬데믹 사태로 현 의료시스템이 얼마나 불합리적인지도 명백해졌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현대 최악의 보건의료 위기 와중에 수천 명의 의료인들이 해고되고 많은 병원과 보건소들이 파산해서 문을 닫기 일보 직전이다. 미국에는 사실상 보건의료 “시스템”이 없다. 수익을 창출하려는 보험사와 의약회사가 지배하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가 있을 뿐이다.

진작에 구축했어야 할 새로운 보건의료체계, 그러니까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건강보험의 목표는 미국 전역의 모든 국민에게 보건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돼야 한다. 월가와 보건의료업계에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는 것 대신 말이다.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그리고 누구든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찰스 영국 왕세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중환자실까지 갔다가 퇴원했다. 부자도 감염된다. 부자도 사망한다. 하지만 빈곤층과 노동자의 감염률과 사망률이 부자들보다 훨씬 높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흑인 사회가 특히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발생하는 이런 차이는 고장나고 불공평한 보건의료 시스템뿐만 아니라 빈곤층과 노동자에게 끔찍한 방식으로 해를 입히는 경제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백만의 저소득층 가족들에게 건강보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도 문제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병이 있거나 면역체계가 약화된 사람들에게 쉽게 전염되고 유난히 치명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그런 상태에 처한 이들은 주로 빈곤층과 노동자 계층이다. 이들은 다른 계층보다 당뇨병, 약물중독, 비만, 스트레스, 고혈압, 천식 및 심장병 비율이 높아 바이러스에 상대적으로 더욱 취약하다. 안 그래도 빈곤층과 노동자 계층은 부유층보다 일반적으로 평균 수명이 짧다. 이처럼 불공평하고 비극적인 상황은 이번 팬데믹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다.

게다가 의사와 주지사, 시장들이 우리에게 외출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말하는 동안 부유층은 인구밀도가 더 낮은 곳에 있는 자기네 별장으로 떠나고 있다. 노동자 계층에게는 그런 옵션이 없다. 한 달 한 달 월급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유급병가나 육아휴가, 간호휴가도 없다면 집에 있는다는 건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월세를 내려면 일을 해야만 한다. 그 말은 집밖을 나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며 일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끔찍한 팬데믹과 무너지는 경제 속에서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이 있다면 이번 위기로 인해 국민의 다수가 미국의 가치 체계에 깔려 있는 기본 전제들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이 탐욕으로 가득찬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길을 계속 가야 할까? 단 세 사람이 하위 50%에 맞먹는 자산을 가지고 있고, 수천만 명이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학비와 노후생활에 대비할 돈을 마련하지 못해 쩔쩔매는 길 말이다. 아니면 이제는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 할까?

나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운동을 하면서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뒤를 잇고자 노력했다. 그는 이미 1930년대, 1940년대에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경제권도 인권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80년 전이나 오늘이나 똑같이 옳은 얘기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AP/뉴시스

이제부터 나는 조 바이든이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에 맞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미국 국민을 단결시키는 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그리고 잔인하고 무능력한 대응으로 많은 국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을 가능케 했던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쉼없이 강력하게 주장을 펼칠 것이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미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쟁취하고자 하는 새로운 미국에서는 노동을 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굶주림을 겨우 면할 수준의 임금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보장할 것이다.

어린이집 시기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지 않는 한 우리는 세계 경제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고 튼튼한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대대적인 건설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깨끗한 공기와 물이 있는 지역사회를 일구고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맞서는 데서 세계 무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노인을 공경하고 모든 국민이 은퇴 이후 안정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궈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장광설만 늘어놓는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의 얘기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넬슨 만델라가 말했듯, “뭔가를 이루기 전까지는 그것이 늘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이제 팔을 걷어붙이고 새로운 미국을 만들자.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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