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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부추는 따뜻하고 상추는 차다고? 음식 성질과 체질

음식 궁합이나 효능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따뜻한 성질, 차가운 성질’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부추는 따뜻한 성질로 양기를 북돋아 정력에 좋다든가, 상추를 먹으면 음기를 보충해 잠이 많이 온다든가, 게와 감은 둘 다 차가운 성질로 함께 먹으면 설사를 하니 같이 먹지 말란 이야기를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과거 불교에서는 ‘오신채’라 하여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다섯 가지가 몸에 열을 내고 음욕을 발생시켜 수행에 방해가 된다하여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쑥은 여성의 자궁을 따뜻하게 데운다하여 차, 좌욕 등에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알려진 사실이 많다보니, 환자분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꼭 빠지지 않고 “저같은 체질은 OO을 먹어도 괜찮나요?”라는 질문이 등장합니다. 대체 약재나 음식이 ‘뜨겁다, 차갑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의학에서는 약물이 인체에 미치는 작용을 사기(四氣)와 오미(五味) 이론을 사용해 설명했습니다. 사기(四氣)에는 한, 열, 온, 량 4가지 종류의 약성이 있습니다. 한(寒)과 량(凉)은 음성(陰性)을, 열(熱)과 온(溫)은 양성(陽性)을 띠는 약재입니다. 열과 온, 한과 량은 약효의 강약이 다르지만 편의상 양성(陽性)을 따뜻한 성질, 음성(陰性)을 차가운 성질이라 표현해보겠습니다.

6년근 인삼 (자료사진) 2019.09.19.
6년근 인삼 (자료사진) 2019.09.19.ⓒ사진 제공 = 농촌진흥청

따뜻한 성질의 약물은 우리 몸에 들어와서 열을 발생시키고 땀을 내고 데워주는 성질의 약재를 의미합니다. 즉 활기를 띌 수 있게 몸에 불을 때는 약재입니다. 뻗어나가는 발산의 기운을 불어넣는 약재입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 황기’가 대표적인 약재입니다. 축 쳐져있던 기력이 업되고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흔히 원기 회복이나 정력강화로 유명한 약재나 음식에는 따뜻한 성질의 약재가 많습니다. 건강보조제로 많이 드시는 홍삼도 따뜻한 성질의 약재입니다.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반짝 납니다.

차가운 성질의 약재는 이와는 반대로 과발산 되어있는 기운을 안으로 차분하게 수렴해주고, 떠있는 열을 내려주는 약재입니다. 과열되어 있는 엔진에 물을 부어 한 김 식혀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친숙한 약재로는 허브차로 많이 마시는 ‘박하’와 ‘국화’가 있습니다. 머리가 멍하고 눈에 열감이 자주 느껴질 때, 시원한 성질의 허브티를 마시면 과열된 머리가 차분하게 식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국화차 (자료사진) . 2012.02.22
국화차 (자료사진) . 2012.02.22ⓒ사진 제공 = 롯데백화점 포항점

그래서 어떤 분들은 ‘나는 손발이 항상 차가우니까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많이 먹어야겠어’라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그리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손발이 차가운 것’과 ‘진짜 몸이 차가운 것’은 별개입니다.

우리 몸을 데우는 과정은 온수매트와 비슷합니다. 물론 정말 중앙 보일러에 불이 안 들어와서 온 몸이 차가운 분도 계시지만, 중앙 보일러는 잘 돌아가는데 손발로 가는 길목이 막혀서 말초만 차가운 분이 있습니다. 또 보일러도 돌아가고 손발로 가는 길도 안 막혔는데 물이 부족해서 열을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찬 성질의 약재가 오히려 손발을 따뜻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정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발기 자체가 안 되는 분이 있고 발기는 잘 되는데 유지가 안 되는 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체질에 맞는 건강한 음식을 드시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드시면 됩니다”

약재에 비해 음식은 대부분 성질이 약하고 부드럽습니다. 평소 큰 탈 없이 지내온 사람은 체질상 맞는 음식만 먹는다 해도 건강상 이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라리 골고루 드시는 게 영양학적으로도,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물론 특정 질환으로 고생중이시라면 음식을 가려 드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갱년기 안면홍조나 불면증, 화병, 피부 가려움 등으로 고생하고 계신다면 보양식이나 부추, 삼 등 따뜻한 성질의 음식은 가급적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반면 찬 음식을 드실 때마다 설사를 한다거나 소화력이 약하고 배탈이 잦은 분이라면 반대로 따뜻한 약재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은 여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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