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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주노동자 2세 청년, 파도에 몸을 싣다,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컬쳐플랫폼

청춘을 흔히 질풍노도,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에 비유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가 가진 거침없는 이미지가 청년과 맞물려 나온 표현일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거칠 것 없는 도전을 청춘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가 아는 청춘의 이미지는 달라져 있다. 청춘은 고생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성실하게 일하면 열심히 노력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걸까? 이땅 청춘 가운데 순진하게 그렇다고 이야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어른들의 흰소리에 더 이상 두 주먹 불끈 쥐고 힘을 내는 청춘은 없다. 청춘의 현실은 고단하고 고단하다. 미래는 어쩌면 오늘보다 더 암울할지 모른다. 오늘의 청춘들의 파도는 거침없는 미래와 도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오늘의 현실을 상징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여기 또 다른 파도의 삶이 있다. ‘불법’ 또는 ‘다문화’의 이름을 달고 우리와 함께 일하지만,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삶도 청춘의 그것처럼 흔들리고, 부유한다. 함께 있으면서도 함께할 수 없는, 영원한 타인으로 취급받으며 이번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서도 그들은 철저하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에 정착하고, 일한 시간이 오래되면서 그들도 가족을 이뤘고, 이주노동자 2세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이곳에서 자라났고, 이곳에서 생활을 일궈온 그들이지만, 청춘으로서 미래를 꿈꾸기 힘들고, 이주노동자 2세로서 때론 낙인 아닌 낙인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그들에게 ‘청춘’과 ‘이주’라는 두가지 현실은 마치 높은 파도와 같은 이중고가 되고 있다.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컬쳐플랫폼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삶이 바로 그러하다. 이주노동자 2세 김수는 후배 필성이와 제주에서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일을 하며 돈을 번다. 폭력전과로 출소한 수는 사회봉사로 해안을 청소하다가 바다에서 서핑하고 있는 서퍼들의 모습에 빠진다.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주운 보드를 가지고 무작정 바다에 뛰어든 수는 파도 위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영화는 이주노동자 2세, 일용직 청년 등과 같이 소외받는 청춘들이 서핑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모색하는 내면 변화를 제주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배경으로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묵직한 현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영화는 시종 밝은 모습이다. 애써 어둡게 그리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현실의 이야기를 깊이 고민하게 한다.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컬쳐플랫폼

최창완 감독은 서핑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핑을 하고있다 보면 바다에 빠져 있는 것 같은, 무한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든다. ‘서핑은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까. 서핑을 하게 된 후로 계속 차트와 바다를 보게 되는 일상의 습관도 생겼다. 매일 계속해야만 하는 즐거움이 나를 만들고 살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인생과 서핑이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는 감독의 말처럼 파도와 서핑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파도를 탄다는 것은 무엇일까? 파도는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그것에 몸을 싣는 것이고, 그렇게 몸을 실으며 그 파도가 나를 움직이는 힘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파도에 몸을 싣고, 파도와 함께하다 보면 혼자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되고,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새롭게 나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알게 된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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