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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출퇴근길 재해 보상, 교통법규 지켜야만 된다고요?

출퇴근 재해가 산재로 적용된 지 몇 해가 지났다.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이 시행되고 1년이 흐른 지난해 8월 8일, 고용노동부는 「법령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이라는 지침을 내놓았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어떤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별도의 규정이 없어서’ 상이하게 판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출퇴근 및 업무 수행 도중 법령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범죄 행위 여부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법령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지침
법령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지침ⓒ사진 = 고용노동부 문서 갈무리

산재보험법에는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아마도 개정법 시행 이후 출퇴근 재해가 산재로 인정되면서 신호위반, 음주운전, 속도위반 등 도로교통법 위반 문제들이 경합된 산재사고들이 다수 발생했을 것이고, 이것을 산재로 보상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고용노동부는 국민건강보험법, 공무원연금법 등을 구구절절 들며,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법령 위반 발생 사고는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불승인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2018년 1월 1일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키로 하면서 고용노동부가 낸 보도자료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중과실 시 급여 제한과 관련하여 산재보험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근로자의 과실을 묻지 않고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므로,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만 근로자 과실에 따른 급여제한 규정을 두게 되면, 동일한 보험체계 내에서 동일한 사고에 대해 급여액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법과 산재보험법의 차이를 짚으며,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만 급여 지급을 제한하는 해외사례를 찾기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당초 중과실 급여 제한 규정을 근로자 보호차원에서 78년에 삭제”했다는 설명 또한 덧붙였다.

전국에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고 있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전국에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고 있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출근길에 지각을 면하기 위해서, 카풀 차량을 타기 위해서, 출퇴근용 버스를 타기 위해서 신호위반을 하거나 무단횡단을 하거나 속도를 위반하는 노동자들이 다수 있다. 노동자들은 억지로 자기 몸을, 다른 사람을 밀어서 교통편을 탄다. ‘왜 질서 있고 여유 있게 다음 편을 타지 않냐’는 질문은 어리석은 질문일 뿐이다.

남들이 자는 새벽시간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을 하던 노동자가 신호 위반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그에게 ‘당신이 신호위반을 해서 그런 것이지 않냐’고 책임을 묻고 있다. 그 시간엔 대중교통이 없어 오토바이를 탈 수 밖에 없다거나, 피곤해서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마음이 바빴다거나, 원거리를 출근해야 하는데 이어지는 교통편을 놓쳐 출근을 하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거나 하는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과 달라야하지 않을까. 고용노동부는 특정한 일부 법령들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전적으로 그 재해와 부상, 질병이 노동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 지으며 산재보험법 적용에서 배제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해석이 오히려 산재보험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 아닌지 고용노동부에 묻고 싶다.

유선경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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