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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8년 동안 함께했지만 ‘불법’의 낙인이 찍혀 쫓겨난 그를 기억하다, 영화 ‘안녕, 미누’
영화 ‘안녕, 미누’
영화 ‘안녕, 미누’ⓒ스틸컷

네팔 이름 ‘미노드 목탄’, 한국 이름 ‘미누’. 스무 살에 한국에 와 식당일부터 봉제공장 재단사, 밴드 스탑 크랙다운 보컬까지 18년 동안 우리와 함께 어울리며 살았던 미누. 고향의 ‘히말라야’는 가보지도 못했고, 애창곡은 ‘목포의 눈물’이고, 한국에서 살아온 시간이 인생의 절반 가까이 됐지만, 그는 지난 2009년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한국에서 추방당하고 말았다. 한국에서 추방됐지만, 한국에서 함께 했던 동지들과 친구들을 잊지 못한 채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그는 지난 2018년 10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미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안녕, 미누’가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강제 추방 9년 만에 짧은 입국이 허용돼 관객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지 불과 한 달 만에 들린 비보였다. 2년이 흘러 그를 9년 만에 한국으로 불러줬던 영화 ‘안녕, 미누’가 다시 편집돼 오는 27일 개봉한다.

‘미누’는 이주에 대한 허가나 인정을 받지 못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였고, 함께하고자 하는 모양새조차 갖추지 못했던 당시의 미흡한 법 체계와 노골적인 표적 수사에 의해 한국을 떠나야만 했다. 쫓기듯 네팔로 귀국한 ‘미누’는 좌절하지 않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네팔 전통 인형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으로 지역 여성들의 일자리를 마련했으며, 공정무역 커피 트립티와 함께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영화 ‘안녕, 미누’
영화 ‘안녕, 미누’ⓒ스틸컷

네팔 내에서 한국의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전하고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장을 피력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추방이라는 상처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해서 이주노동자가 될 사람들과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의 문화활동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연대했다.

명절에 한복을 입은 채 우리나라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는 외국인들과 한국 문화와 음식에 찬사를 보내며 ‘원더풀’을 외국인들을 TV를 통해 접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재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외국인들에게 왜 재난지원금을 주어야 하냐고 소리높여 외치는 이들이 있고, 외국인 난민이 우리나라의 안녕을 위협한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우리’가 될 수 없는 ‘그들’은 그렇게 TV 속에서 원더풀을 외치며, 웃는 표정으로 노래를 부를 때만 ‘친구’인 것일까?

1980년대 프레스에 잘린 노동자들의 손을 추모한 박노해 시인의 ‘손무덤’이라는 시가 있다. 이 시에 스탑 크랙다운은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 지난 11일 열린 영화ㅏ시사회에서 수유너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미누와 자신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손무덤’ 노래를 부르는 미누에게 지금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가 이냐고 이 교수가 물었고, 이런 질문에 이주 노동자에겐 불과 얼마 전에도 벌어진 현실 속의 일이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미 넘어섰고, 우리가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비참한 1980년대의 노동 현실은 끝난 게 아니라, 고스란히 이주노동자들에게서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억압의 쇠사슬을 끊고 역사를 발전시킨 게 아니라, 우리가 가졌던 억압의 쇠사슬을 그들에게 전가하고, 세상이 달라졌다고, 더 이상 손무덤이 생겨나는 현실은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 ‘안녕, 미누’
영화 ‘안녕, 미누’ⓒ스틸컷

이주공동행동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수는 2016년 71명에서 2018년 13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주노동자 산재발생률은 한국인의 6배에 달한다.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안전교육 미비로, 강제 단속을 피하다가 사망했다. 삶을 찾아서 조국을 떠나온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죽을 위험에 처할 때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 서툰 언어와 다른 외모에 쏟아지는 혐오는 당연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는 고용허가제나 미등록 이주민 단속 추방 등 이주노동자를 취약한 처지로 내모는 정책은 여전하다.

미누가 11년 전 한국에서 쫓기듯 떠나야만 했던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우리의 현실.이런 현실에 미누는 흔들리기도 했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믿음을 잃지 않았다. “이 사회 문화는 (이주노동자사회를) 부정적으로 내가 하는 활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나봐. 결국에는 내가 하는 활동들은 무의미한 행동 이었나봐.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너 잘했어.” 이제 우리가 이 땅에서 우리와 지금 같이 살아가는 수많은 미누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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