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리뷰] 인생이 빛나던 그 시절로의 황홀한 초대, 영화 ‘카페 벨 에포크’
영화 ‘카페 벨 에포크’
영화 ‘카페 벨 에포크’ⓒ스틸컷

누구에게나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꿈이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이며 세상의 향기와 색깔마저도 자신을 사로잡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빛나던 시절은 언제나 과거에만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오늘이 아닌 과거를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세상이 달라졌다면서 과거와 같지 않은 오늘과 과거의 자신과 같지 않은 오늘의 젊음과 불화하기도 한다.

“그때가 좋았다”면서 과거를 사랑하고 그리워해본 사람이라면 과거로 돌아갔으면 하는 상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영화 ‘카페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는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영화다. 주인공 빅토르는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예순이 넘은 그는 신문에 풍자 만평을 그리던 만화가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면서 신문은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손으로 그려 종이에 실리던 만화도 사라졌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아들이 같이 작업을 하자고 제안하지만, 그는 도무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빅토르를 아내도 멀리하면서 그는 점점 외톨이처럼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아들은 놀라운 제안을 한다. 아들의 친구 가운데 한 명인 앙투안은 고객에게 원하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 순간을 재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동안 과거로 돌아가는 소재의 영화는 많다.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거나, 가상 현실, 신비한 체험, 혹은 꿈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주인공을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로 이끈다. 하지만, 영화 ‘벨 에포크’의 방식은 조금은 이색적이다. 영화속 앙투안의 회사는 디지털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힘, 또는 초능력을 비롯한 신비한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영화 세트 같은 공간에서 배우들을 통해 아날로그를 통해 과거를 재현한다.

빅토르는 앙투안의 회사를 방문해 어떤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자 망설임없이 “1974년 5월 16일”이라고 답한다. 이날은 바로 빅토르가 아내인 마리안을 처음으로 만난 날이다. 그녀을 처음 만났던 카페 ‘벨 에포크)가 재현된 세트에서 그는 40여년 전의 자신이 처음 만나던 당시 아내의 모습으로 변신한 여배우 마고를 만나게 된다. 마고를 만나고, 재현된 과거를 만나게 된다. 이후 영화는 현실과 재현된 과거를 오가며 빅토르에게 한동안 잊고 있던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다시 키우게 한다.

영화 ‘카페 벨 에포크’
영화 ‘카페 벨 에포크’ⓒ스틸컷

‘벨 에포크(La 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이라 불리던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의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당시는 에펠탑이 세워지고, 만국박람회가 열리고, 르누아르, 모네, 로댕, 모파상, 에밀 졸라가 활약하던 황금기다. 인생의 황금기를 뜻하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동경하고 있다. 사람들은 오늘이 아닌 과거를 황금기로 여긴다. 지난 시간들엔 사랑과 이별,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의 저울은 언제나 사랑과 희망 꿈의 이야기 만을 소환하며 지나간 모든 것을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황금기를 마주한 빅토르는 역설적이게도 오늘을 사랑하게 됐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렇게 불화하던 오늘과 말이다. 자신이 싦어하던 뉴미디어와 화해하고, 아들과 일도 같이 하게 된다. 어쩌면 변한 건 세상이 아니라, 빅토르 자신의 열정이 아니었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기 위해선 과거를 추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거의 자신이 가졌던 희망과 열정을 다시 품어야 한다.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랑했던 그 순간을 다시 되돌리는 게 아닐까? 달라진 건 어쩌면 세상이 아닌 우리일지 모른다는 걸 이 영화 독특한 로멘틱 코미디 영화는 잘 깨닫게 해주고 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