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민중가요 불렀다고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황당 판결

14일 대법원은 이른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관련 재판을 통해 기소된 3명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유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무려 7년이고, 이석기 전 의원을 제외하고 구속되었던 관련자들이 모두 형을 마치고 만기출소한 상황에서 아직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도 뜻밖이지만, 이번 3명의 유죄 확정은 더욱 황당하다.

애초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은 통합진보당 해산과 더불어 국정원을 비롯한 검찰과 경찰, 사법부까지 총동원된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조작사건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법원 역시 이른바 ‘RO’(혁명조직)의 실체를 인정하지 못했고, 결국 떠들썩했던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음모는 무죄이나 내란선동은 유죄라는 비이성적 판결로 징역 9년형의 중형을 선고받고 7년동안 수감돼 있다. 14일 상고심 선고는 검찰이 ‘RO 회합’으라 부르는 당원모임에 참석한 이들이 민중가요인 ‘혁명동지가’를 불렀다는 것을 주된 혐의로 하는 것이었다. 2015년 이들이 기소되었을 때도 도서관과 서점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서적을 이적표현물로 규정하는 등 공안검찰의 구시대적이고 비상식적인 주장은 빈축을 샀다. 노래패 우리나라로 널리 알려진 가수 백자씨가 1991년 만든 민중가요 ‘혁명동지가’는 진보운동권에서 흔히 불렀던 노래다. 검찰은 이 노래를 부른 것이 반국가단체를 찬양 고무한 행위라고 기소해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

1, 2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며 국가보안법상 유죄로 인정했고, 대법원도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선고로 안소희 파주시의원은 의원직을 박탈당하게 되었다. 안소희 의원은 선고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을 위한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정권 시대에도 국가보안법으로 의원직이 상실되고 정치활동의 자유가 말살되는 사법살인의 현장을 맞이해야 되는 것이 참으로 분노스럽다”고 심정을 밝혔다.

곧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다.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민중가요를 불렀다고 국가보안법 유죄라니 기가 막히다. 한쪽에서는 K방역을 말하며 선진국이 됐다고 하지만 과연 어느 선진국에서 이런 황당한 판결이 가능한가. 후손들에게 오늘의 이 광경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여전히 분단체제는 공고하고 이에 기생해 인권을 탄압하고 국민의 정신을까지 감시하고 좌우하려는 수구냉전세력도 엄존하고 있다. 분단냉전의 시대를 마감하고 수구세력을 역사의 무덤으로 보내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판결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 역시 수구세력을 심판하고 진보와 개혁에 더 단호하게 나서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