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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칼럼] 국가 위기와 사람 생명보다 우위에 있는 개발 이익

2020년 5월11일 월요일,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개발지역에 철거용역 300명과 함께 물대포, 크레인 등의 중장비가 등장했다. 철거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대책없는 개발에 반대하자 용역들은 돌을 던지고 물리적 폭력을 가했다. 그러다 용역에게 맞은 철거민 한 명이 쓰러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광경을 지켜본 동료 철거민은 ‘사람이 죽은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사람이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현장에 나와 있던 경찰들에게 몇 번이나 목놓아 소리쳤지만 누구도 들은 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경찰병력이 현장에 투입됐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 투입된 이유는 쓰러진 사람을 구하기 위함도, 철거민들을 폭행한 용역깡패들을 체포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경찰들은 철거민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연행된 철거민들은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경찰서로 흩어져 조사를 받아야 했다.

11일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개발지역에 철거용역 300여명이 몰려와 크레인 등의 중장비를 동원해 강제철거를 진행했다. 2020.05.11
11일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개발지역에 철거용역 300여명이 몰려와 크레인 등의 중장비를 동원해 강제철거를 진행했다. 2020.05.11ⓒ사진 = 전국철거민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단계였던 3월, 정부는 방역지침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발표했다. 집회금지 조치를 하며, 사람들에게 여럿이 모이는 것을 자제하고, 집에서 머무르라고 적극 권장했다. 하지만 3월 2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개발지역엔 200여명의 용역이 들이닥쳤다. 3월30일, 4월24일, 4월25일엔 대구시 중구 동인동에, 4월27일 안양시 덕현동에도 수백명의 용역이 등장했다. 용역들은 서로 한 치 간격도 두지 않은 채 몰려와 철거민들을 끌어내고 내동댕이쳤다.

이 시기 집회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과 다르게 강제집행 신청은 모두 받아들여졌다. 집에 머물 것을 권유했으면서도, 더 많은 개발이익을 위해 철거민들을 집에서 쫓아내는 폭력은 용인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위기 보다 개발이익을 우위에 두기 때문에 가능한 폭력이다.

최근 경찰과 검찰은 2009년 철거민 다섯 명이 사망한 용산참사에 대해 무리한 진압으로부터 발생한 비극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사과였다. 공소시효가 지난 상황에서, 현재의 법으로는 관련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었다. 살인진압의 책임자 김석기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21대 총선에서 당선돼 재선 국회의원이 되었다.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강제퇴거금지 법안이 매 국회마다 발의되어 왔지만 논의조차 없이 폐기되는 수순을 반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거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은 확대하지만, 규제를 완화하고 소규모 정비사업과 역세권 개발을 활성화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주변 집값 상승이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국회와 쫓겨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없는 정부가 현재의 참혹함을 만들어낸 것이다.

빨간불 들어온 국회(자료사진).  2020.02.25
빨간불 들어온 국회(자료사진). 2020.02.25ⓒ김철수 기자

최근 철거현장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미신고용역과 중장비가 당연하다는 듯 등장한다. 더 많은 개발이익을 노리는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단번에 퇴거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람이 있는 위태로운 망루를 중장비로 위협한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이지만 아무도 저지하지 않는다. 현장에 출동해있던 경찰들도 말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개발이익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용인되는 폭력이다.

방배동에서 경찰서로 끌려간 철거민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나를 폭행한 용역들도 조사를 받고 있느냐’고 몇 차례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받고 있다’는 대답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면서,“‘당연히 받고 있지 않겠냐’는 대답만 들었어도 이렇게 까지 억울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변화된 사회를 의미하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이 많이 흘러나온다. 상대적으로 성공한 코로나19 방역으로 세계로부터 극찬 받고 있는 한국은, 이후 사회를 보다 빠르고 촘촘하게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빽빽히 늘어선 아파트.(자료사진)
빽빽히 늘어선 아파트.(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지금까지 우리가 ‘후순위’로 미루어 온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얼른 밑 빠진 독에 땜질한 뒤에 물을 채워야 한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더 단단하고 안전하게 손봐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 강력하게 자리잡은 ‘이윤을 얻기 위한 희생과 폭력이 당연시 되는 것’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 현재 쫓겨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순위에 포함되어야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강제퇴거 금지 조치를 했다. 이는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삶의 공간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한 조치였을 것이다.

방배동 철거민은 “경찰서로 끌려가 조사를 받는 것이 처음이어서 떨렸다”고 말했다. 누구도 예상하고 철거민이 되지는 않는다. 현재와 같은 탐욕적인 개발정책이 유지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것이다. 개발이 완료된 공간에는 누가 자리 잡고 살아야 하는가. 개발 이익은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돌아가야 하는가. 무엇보다 그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은 어떤 자격이 갖추어져야 하는 일이 아니라, 권리로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일이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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