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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속도’ 이재명이 밝힌 경기도 초고속 행정의 비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0.05.19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0.05.19ⓒ정의철 기자


[인터뷰] 재난의 시대를 넘기 위한 이재명의 제안 ‘기본소득’

얼마 전 후배들에게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속도 이재명 선생’이라고 농담조로 칭했다. 큰 웃음을 주지는 못했으나 표현에 대체적 동의는 얻었다. 19일 수원의 경기도청으로 인터뷰를 가면서 ‘이재명의 경기도 행정은 왜 그렇게 빠른가’라는 일종의 ‘영업비밀’을 밝히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인터뷰 첫 질문에 대한 답부터 본인 입으로 속도를 누차 언급했다. 오히려 나중에 따로 물어볼 테니 속도 이야기는 천천히 하자고 했다.

전부터 잔잔한 반응은 있었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속도’가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였다. 방역조사관 인원을 전국 최대 규모로 확보하고 예비인원까지 준비해뒀고, 사태 추이에 따라 충분한 병상을 미리 마련하면서 스타트부터 남달랐다. 3월 2일 저녁 이재명 지사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머물고 있던 가평 ‘평화의 궁전’을 공무원들과 함께 직접 찾았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이유였다. 신천지발 감염은 대구에서 확산됐는데 오히려 경기도에서 먼저 칼을 뽑고 행동에 들어갔다. 물론 신천지 측을 압박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지사는 숨기고 싶어 하는 특성을 고려해 신도 명단을 신천지측이 자체 관리하게 해 유출 우려를 덜고, 검사를 적극 권유하도록 해 전수조사를 빠르게 끝냈다고 소개했다. 이런 경험은 이태원발 감염 확산에서 경기도가 발 빠르게 인근 지역을 방문한 사람을 모두 무료로 검사해주기로 해 성소수자 낙인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했다. 이 방식은 다른 지역으로 금방 전파됐다.

이재명 지사는 방역 과정 내내 필요하다면 즉시 집행하는 태도를 보였고, 일부 ‘오버한다’는 비난도 들었으나 국민들에게 상당한 호감과 신뢰를 얻었다. 대선 지지율이나 도민 만족도 상승이 이를 보여준다.

경기도의 코로나19 방역 평가를 묻는 첫 질문에 이 지사는 “신속하게 대응했던 것이 평가받는 것 같다. 강력하고 정확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해 속도가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행정은 신중하고 느린 것이라고 인식된 측면이 있는데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고 남다른 ‘속도관’을 드러냈다.

속도 행정의 밑바탕에는 수용자 즉,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바라본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이 지사는 “저는 (행정을) 공급하는 공직자이지만 행정수요자, 도민들의 입장에서 어떨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느려터졌다, 좀 빨리하면 좋겠다, 하세월이다, 함흥차사다, 이런 불만을 현장에서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속도가 가지는 행정 효능감은 생각보다 아주 크다”고 덧붙였다.

“속도가 주는 행정 효능감이 아주 크다
쉬운 일, 작은 일, 가능한 일부터 빨리 하라”
SNS 활용, 미스터리쇼핑팀 운영 등 가용수단 총동원

일을 느리게 하려는 공직자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 지사는 빠른 행정의 방법론으로 ‘쉬운 일, 작은 일, 가능한 일부터 빨리 하라’는 주문을 가장 먼저 내세웠다. 그는 “보통 크고 중요한 일을 놓고 끙끙거리고 고민하고 작고 쉬운 일은 쌓아놓는다. 그러나 저는 쌓아놓지 않는다. 쉽고 간단한 일부터 먼저 해치운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에게도 이렇게 일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도 솔깃했다.

“민원이 접수되면 접수했다고 알려줘야 한다. 접수해서 결론까지 일주일 걸린다고 할 때 일주일 후에 해결됐다고 전해도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접수하면 검토 중이다, 바로 문자로 알려준다. 그러면 내 민원을 보고 있구나(생각한다). 처리 후에 이러저러해서 안 된다고 답해도 불만이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0.05.19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0.05.19ⓒ정의철 기자

최근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자 일부 자영업자 중 지역화폐를 거부하거나 돈을 더 내라고 차별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지사는 5일 공개 경고하더니 이틀 뒤 15개 업체를 단속해 고발 및 지역화폐 가맹 취소, 세무조사 등의 제재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에게는 통쾌함을, 가맹업자에게는 오싹함을 주는 일대사건이었다. 경기도는 소비자와 대다수 선량한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단속 취지를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이 지사는 “경기도 지역화폐 차별이나 이른바 지역화폐 ‘깡’은 사라졌다”고 자신했다. 전광석화 같은 단속에 SNS도 한몫 했다.

“제가 SNS를 통해 문제가 뭐가 있는지 늘 보고 있다. 경기도콜센터보다 제 개인계정에 DM, 쪽지, 댓글 같은 것으로 많이 제보한다. 저희가 바로바로 다 체크한다.
이번 건(지역화폐 차별) 올라온 것을 보고 저도 법조문 찾아보고 방법 찾았다. (미스터리 쇼핑)팀 짜서 15군데에 동시에 나가 10% 더 내야 한다는 거 다 녹음했다. 바로 가맹취소 하고, 신용카드 회사 통보 및 형사고발하고, 세무조사팀 꾸려서 준비 중이다. 이제 몰라서 하지, 아는 사람은 안 한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과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도 행정의 속도를 높이고 결과를 빠르게 이끌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지사는 불법이 아니라면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도지사의 권한을 적극 행사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앞서 언급한 방역 과정의 도지사 행정명령도 그런 경우다. 평소 이 지사 본인이 민원인처럼 공무원들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한다고 한다. 불법거래 단속에는 이른바 ‘미스터리쇼핑팀’을 대놓고 운영한다.

“지역화폐 깡이 중고장터에 꽤 많이 올라와 있다. ‘ㅎㄱㅎ’이라고 현금화를 암호로 써서. 그러나 그중에 경기도 것은 없다. 있으면 신고해달라. 제가 바로 가서 잡겠다. 이게 사채대부업체에 소문이 다 났다. 우리는 그냥 잡는 게 아니라 돈을 빌려달라고 유인하는 팀이 있다. 미스터리쇼핑조라고 해서 함정수사조다. 잡히고 소문이 나니까 싹 없어졌다.”

지역화폐 차별 업소 15곳을 동시단속한 것도 이런 팀이다. 미스터리쇼핑팀은 대개 서비스 업체에서 직원들의 친절도를 조사하거나 프랜차이즈 본점이 가맹점을 감독하는 방식으로, 종종 은밀한 감시에 동원되기도 해 좋은 이미지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공정거래 위반 등을 단속할 때 이를 활용한다고 공표하고 운영하고 있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것도 행정 속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항목이다. 이 지사는 “행정은 언제나 선이 분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방역에서의 행정명령에 대해 “경기도지사가 명부제출이나 검사, 시설폐쇄 명령 등을 하는 것에 거부감도 있긴 하지만 내용이 권고, 협조, 요청, 이런 것보다 훨씬 강력하지 않냐”면서 “대신에 책임도 분명하게 고지하고, 협조했을 경우에는 합당한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꼭 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 뭘 하면 되는지를 분명하게 전달해 협조를 이끌어낸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8월 23일 양주 석현천 고비골과 여울목 일대 영업소 2곳의 철거현장을 찾아 직접 작업을 지휘하는 한편 석현천, 장군천, 돌고개천, 갈원천 일대 업주 및 주민 4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 및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8월 23일 양주 석현천 고비골과 여울목 일대 영업소 2곳의 철거현장을 찾아 직접 작업을 지휘하는 한편 석현천, 장군천, 돌고개천, 갈원천 일대 업주 및 주민 4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 및 애로사항을 청취했다ⓒ경기도청 제공

수십 년을 이어온 계곡 정비를 몇 개월 만에 해낸 것도 또 다른 면의 속도 행정이다. 지난해 6월 이 지사가 경기도 내 계곡의 불법시설물을 철거하겠다고 했을 때 언론이나 지역민 대부분은 때 되면 하는 일상업무로 여겼다. 성남시장을 지낸 이 지사도 예상한 바였다. 논의와 집행 과정에서 이 지사는 대상 주민들과 격한 현장간담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철거는 예외 없되 협조하면 편의시설 설치, 환경감시원 배치, 동네축제 및 관광지화 지원 등을 해주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점차 상인들 안에서도 “저 사람은 말한 건 반드시 한다, 차라리 합리적 대안을 내면 받아들인다”는 인식이 퍼져나갔다고 한다. 이 지사가 ‘철거 제대로 안 하는 공무원은 징계하고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는 강수를 든 것도 나름 전략이었다고. 공무원들이 안면 있는 지역민들에게 강하게 나갈 수 있도록 명분을 준 것. 나중에는 주민들이 ‘우리동네 공무원 다친다’면서 자진철거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6개월 뒤인 작년 가을 철거가 대부분 완료됐고, 지금은 법률상 철거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주거공간 등 50여개만 남은 상태다. 좌고우면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오히려 갈등이 커지고 시간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에 공감이 됐다.

“신상필벌로 공무원 기 살려
시민은 물론 공무원도 이메일, 쪽지로 의견 보낸다
적토성산, 세상에 한방은 없다”

단체장이 앞장서서 끌고 가니 초기 속도야 높아지겠지만, 이것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공무원 조직이 함께 뛰어야 한다. 자칫하면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조직내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이 지사의 해법은 무엇일까.

“조직운영의 핵심은 신상필벌이다. 잘하면 칭찬하고 포상하고 승진도 먼저 시켜주고 인사평정도 잘해준다. 대신 못 하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제가 방향을 정하고 재료는 주지만 일은 공무원이 한다.”

최근 이 지사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정책 결정 이후 관련 공무원을 전원 포상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1,360만 도민 상대 정책으로 세부정책 설계와 시군 의견 조정, 시스템 설계와 금융기관 협의, 의회 의견 조율 및 조례제정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단 15일 만에 성공적으로 집행됐다”면서 “선례조차 없는 초대규모 신규사업임에도 혼란이나 불편 없이 재난기본소득이 집행되는 것은 경기도 공무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열심히 일해준 덕”이라고 치하했다.

이 지사는 신나는 표정으로 공무원 자랑을 했다.

“재난기본소득을 신용카드에 얹어주면서 사용업장을 제한하고 나중에 이걸 먼저 차감해주는 방식은 공무원이 낸 아이디어다. 카드 회사랑 얘기하면서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 거기(신용카드)에 얹어주는 방식으로 해서 800만 명 가까이가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받았다. 그래서 제가 포상하겠다고 했다. 포상해야 더 열심히 일할 것 아닌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0.05.19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0.05.19ⓒ정의철 기자

내부의 기탄없는 의사소통이 속도를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이 공식문서 기안도 아니고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도 의견을 자주 준다. 그중에 쓸 만한 게 있다. 그러면서 제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무개 공무원이 이런 걸 제안했는데 협의해서 하라고 부서에 넘겨준다. 제안한 사람과 실무부서가 협의해서 만들어내고 재밌게 일한다.”

여당의 총선 압승 의미를 묻자 이 지사는 “탄핵의 연장선이었다. 정치체제 개혁이라는 마지막 탄핵이었다”면서 예상대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세상일에 한방은 없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좋은 게 있으면 누가 했겠지 지금까지 놔뒀겠나. 작게, 여러 곳에서, 많이, 빠르게 성과를 쌓아야 한다. 제가 올해 적토성산(積土成山)이라는 말을 썼다. 욕심내지 말고 작은 것을 발 빠르게 여러 곳에서 많이 하면 쌓인다. 그게 진짜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다.
생활 속에서 가능한 과제들을 빨리 찾아내 입법으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2~3년 걸리면 화난다. 지금부터 1년 정도가 중요하다. 입법 성과를 작게 많이 빠르게 내자.”

이 지사의 말은 시종일관 쉽고 명료했다. 그가 쓴 유일한 어려운 말(?)이 ‘적토성산’이었다. 자신의 뜻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쉽게 말하는 것도 상대의 이해를 돕고 일을 빨리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겠다 싶었다. 이 지사는 1시간 남짓의 인터뷰 동안 29번 “속도”라고 말했다.

고희철 보도국장·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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