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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0주년 특별기획] 서초동에도 닥쳐온 변화, 희망이란 백신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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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00년 5월 15일 첫걸음을 뗀 민중의소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독자와 후원인들의 성원과 격려로 민중의소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며 자주평화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진보언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원로, 전문가, 신진인사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와 한국사회를 조망하는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런 난리는 또 처음이네”. 일제강점과 6ㆍ25 전쟁 등 근현대사의 산전수전을 다 겪으신 팔순 노모의 탄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종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공포였고, 우리의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5부제가 시행되고 약국 앞에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방역을 위해 건물과 직장이 폐쇄되고, 종교시설들이 문을 닫았다. 학생들의 개학이 수차례 연기되었다. 고3이 등교를 하고 있으나 완전한 수업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변호사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와의 접견이 제한되었다.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변호인 접견실이 아닌 칸막이로 차단된 일반 면회실에서 진행되었다. 수사를 위한 소환은 물론이고, 법정이 문을 닫아 한동안 재판마저 열리지 못했다. 변호사 사무실은 의뢰인이 상담하러 와야 사건을 수임하고 보수를 받는데 의뢰인의 방문이 없어 개점 휴업상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3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 영상 재판이 열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3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 영상 재판이 열리고 있다.ⓒ뉴스1

답답하고 공포스럽기까지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세상사라는 것이 공평한지라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코로나19로 외출과 모임이 제한되면서 새로운 생활 방식에 적응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정신없이 앞만 보며 살던 필자같은 일중독자들에게 저녁있는 삶이 주어졌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보고 싶었던 책과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바쁜 일상 때문에 꿈꾸지 못하던 수많은 상상을 머리 속에 떠올리고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 사라진 미세먼지로 인하여 자주 모습을 가리던 서울의 중심 남산타워가 선명하고도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원했던 지인들과 다시 연락을 주고받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할지라도 정서적 함께하기가 강화된 듯하다.

이처럼 코로나19는 기존 생활과 업무방식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대면 상담과 종이로 출력된 소송서류에 익숙하던 변호사업계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상 최초로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회와 각종 위원회가 화상회의로 개최되고 있다. 금년 제9회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신입 변호사들의 연수 역시 최초로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영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이 늘고 있다. 영상시스템의 이용은 회의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무너뜨리고 있다.

접견도 제한되고 수임도 줄어들고
소송서류 대신 화상회의, 온라인 연수 도입
모든 영역에서 희망의 백신 나누며 어려움 극복해야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 우리가 그 어느 나라보다 살기 좋은 안전한 사회 시스템을 갖춘 나라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 세계가 감탄할 정도로 우리의 방역체계와 건강보험체계의 우월성이 단연 돋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스템의 우월성을 뛰어 넘는 훌륭한 국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암울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확인하였다. 생명을 내건 의료진의 헌신적인 봉사, 휴일마저 반납하고 감염 확산을 저지하려 애쓰는 공무원들의 책임감, 불편함을 감수하며 감염방지정책을 따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는 우리 사회를 밝히는 희망의 등대였다.

변호사들 역시 코로나19로 수입이 급감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12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금하여 기부하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예상치 못한 미증유의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법률문제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속하게 법률지원TF를 구성하여 법률상담집을 발간하였다. 방역의 필요성 때문에 자가격리자에 대한 손목밴드 착용과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논의될 때 인권침해의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서울구치소 교도관의 코로나19 확진 관련 예방적 조치로 서울법원종합청사(고법·중앙지법)가 임시 폐쇄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서울구치소 교도관의 코로나19 확진 관련 예방적 조치로 서울법원종합청사(고법·중앙지법)가 임시 폐쇄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뉴시스

제2, 제3의 코로나는 앞으로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낯설음 때문이다. 낯선 바이러스에 대하여 인류는 의학적으로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공포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백신은 바로 사람에 대한 믿음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희망의 백신을 나누면서,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만이 우리를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인터넷 언론 민중의소리 창립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민중의소리가 전달하는 생동감 넘치는 건강한 뉴스가 앞으로 우리 사회의 그 어떠한 공포도 치료할 수 있는 희망의 백신이 되리라 기대한다.

[창간20주년 특별기획]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모아보기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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