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계 투명성’이 화두이다.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여러 언론이 취재를 해서 연일 ‘단독’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회계 투명성’을 강조한다.
시민단체든, 정부든, 정당이든, 기업이든 모두 투명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회계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언론사들은 과연 투명할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한번 검증을 해 봤다.
여러 언론 중에서 스스로 ‘1등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부터 시작했다. 이런 검증의 1차적 자료는 공인회계사의 외부회계감사보고서이다. 일정규모 이상의 주식회사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고, 그 결과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을 통해 공개하게 되어 있다.
TV조선 운영사가 대규모로 일감 몰아준
‘하이그라운드’ 대주주는 방정오
조선일보는 관계회사가 아주 많았다. 그래서 외부회계감사보고서를 찾아보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TV조선을 운영하는 ㈜조선방송의 외부회계감사보고서에서 이상한 대목을 발견했다. 2018년부터 ㈜조선방송이 ㈜하이그라운드라는 회사에 대규모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이었다. 금액이 2018년에 109억, 2019년에 191억에 달했다. 이 정도면 TV조선 전체 매출원가의 14%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이그라운드’가 어떤 회사인지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TV조선의 드라마 등을 외주제작하는 회사로 되어 있었다.
‘하이그라운드’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혹시나 싶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하이그라운드’라는 회사는 2019년부터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감사보고서에 ‘하이그라운드’ 대주주가 나와 있는데, 놀랍게도 낯익은 이름이 발견됐다. 바로 ‘방정오’였다. 조선일보 대표이사 방상훈 씨의 둘째 아들인 그 방정오가 ‘하이그라운드’에 35.3%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였던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기가 찬 일이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조선일보 내부에서 이런 식의 변칙적인 일감몰아주기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방송의 일감을 몰아받아
㈜하이그라운드의 회사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그 이익은 대주주인 방정오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조선일보 관계사에서
이런 변칙적인 행위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형태의 일감몰아주기는 재벌들의 변칙 상속·증여와 관련해서 여러 번 이슈가 되었다. 이렇게 일감을 몰아주면, 일감을 받는 기업(수혜법인)의 회사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그 이익은 대주주에게 돌아가게 된다. 즉 ㈜조선방송의 일감을 몰아받아 ㈜하이그라운드의 회사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그 이익은 대주주인 방정오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조선일보 관계사에서 이런 변칙적인 행위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방정오가 ㈜조선방송의 대표이사를 2018년 11월까지 맡고 있었고, 지금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방송으로 하여금 자신이 대주주인 ‘하이그라운드’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것이다. 이것은 법적으로도 ‘업무상 배임’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매우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할 것이다. 공익성, 공공성이 필요한 종합편성채널을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드러난 일감몰아주기는
새로운 이슈이며,
전형적인 사익추구행위이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해서
‘조건부 재승인’이 아니라
‘승인취소’ 등을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러한 일감몰아주기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다. 올해 4월 2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선방송에 대해 종합편성채널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방송의 공정성, 공적 책임에 미흡한 점이 있지만, 조건부로 재승인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일감몰아주기는 새로운 이슈이며, 전형적인 사익추구행위이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해서 ‘조건부 재승인’이 아니라 ‘승인취소’ 등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양심 있는 언론이라면, 거대언론사 일가족의 이런 행위에 대해 취재와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공정성, 투명성의 잣대는 언론에도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정오는 세습언론의 3세로 혜택을 받은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사익추구행위를 하고 있다. 이런 행태를 놔두고 어떻게 공정성, 투명성을 거론할 수 있는가?
하승수(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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