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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독교로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스틸컷

동성애가 정신병으로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다. 종교적으론 악마적 행위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정상적이지 않은 악마적 행위로 보았다. 남성간 동성애를 뜻하는 단어인 ‘소도미’(Sodomy)는 구약성서 속에 문란한 생활로 멸망했다고 전해지는 도시인 ‘소돔’(Sodom)이라는 말에서 유래했을 정도다. 하지만, 1948년 인류의 성생활과 관련한 중요한 보고서인 킨제이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중 4%의 남성이 평생을 동성애자로만 살았고, 37%의 남성이 쾌락을 동반한 동성애 경험을 최소 1회 이상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극소수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킨제이 보고서는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새로운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대중스타들을 비롯해 많은 동성애자가 커밍아웃을 하는 등 여론화와 관련한 인권 운동에 나서면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여러 성소수자들의 차별적 상황은 조금씩 개선됐다. 동성애 자체를 금지하던 사회적 분위기는 사라졌고, 동성 결혼도 점차 합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동성애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높다. 특히 미국 기독교 단체들에선 신앙으로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면서 ‘동성애 전환 치료 캠프’를 만들었고, 이곳에선 각종 인권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금은 그 숫자가 줄었지만, 여전히 이른바 ‘동성애 치료’ 행위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도 뜨거운 상황이다.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스틸컷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미국의 ‘동성애 전환 치료 캠프’에 강제입소하게 된 소녀 카메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4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클로이 모레츠가 주연으로 나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는 학교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열일곱 살 소녀 ‘카메론’은 자신의 연인 ‘콜리’와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다 가족에게 탄로가 나게 되고, 보수적인 가족들에 의해 작은 교회가 운영하는 ‘동성애 치료 센터’에 강제 입소하게 된다. 자신도 동성애자 출신으로 치료받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목사와 그를 치료했다는 상담사인 누나가 운영하는 이곳에서의 전환치료는 철저하게 자신을 부정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동성애’는 신의 뜻이 아니고, 악한 행위라고 규정한다. 동성애는 마치 빙산의 일각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하며 자신의 내면에 동성애를 촉발한 악한 요인들이 빙산의 가라앉아 있는 부분처럼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의 약점과 악한 요인을 찾도록 강요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은 자신이 사랑하던 것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악의 근원임을 믿도록 강요받는다.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자존감은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된다.하지만, 이런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카메론과 친구들은 자존감을 찾기 위해 애쓴다.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스틸컷

이 영화는 같은 해인 2018년 만들어졌던 영화 ‘보이 이레이즈드’와 많이 닮아있다. ‘보이 이레이즈드’보다 먼저 만들어졌지만, 국내엔 더 늦게 소개됐다. ‘보이 이레이즈드’와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보이 이레이즈드’보다는 덜 폭력적이다. 직접적인 폭력이 가해지는 마치 군대와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정서적 학대에 더 초점을 맞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여느 청춘 영화와 다르지 않은 결말이다. 얽매이던 현실을 깨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마지막 장면은, 로드무비나 청춘 영화의 결말과 닮아있다. 동성애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이 영화는 청춘의 자존감과 관련한 청춘영화로 읽힐 수도 있다. 물론 현실에 맞서는 힘은 부족하게 보이긴 하지만,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는 흥미로운 영화다.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많은 기독교 기관에서 동성애 치료를 하고 있고, 교회학교 등에서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적 가족윤리와 동성애 혐오를 가르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꼭 고민해봐야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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