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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남북이 함께 말하는 한반도 분단과 대결의 백년사, 영화 ‘백년의 기억’
영화 ‘백년의 기억’
영화 ‘백년의 기억’ⓒ에무시네마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올해로 70년이 지났다. 남북으로 갈라지고, 남북이 서로를 증오하며 싸우게 만든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아픔은 한반도가 일제에 감점당했던 100년 전부터 시작됐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아픔을 해결하긴 쉽지 않고, 그렇게 이어진 분단과 전쟁의 세월은 한반도에 사는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학살의 비극은 아직도 밝혀지지 못한 채 썩어가는 유골과 함께 감춰져 있고,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는 목소리에도 ‘빨갱이’ 낙인이 찍히던 모진 세월은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막아 버렸다. 이쪽에서만 보는 것이 진실이 되고, 다른 시각은 적의 시선이라 단죄되면서 남과 북의 인식은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몇 해 전 두 편의 영화를 비슷한 시기에 봤다. 바로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영화 ‘월미도’다. 잘 알다시피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2016년 7월 27일, 한국전쟁이 막을 내린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3년을 맞아 개봉된 작품으로 보수세력들의 집단 관람 등으로 700만 관객을 모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2016년판 똘이장군’, ‘철 지난 반공 영화’ 등의 비난을 받아야 했었다. 한동안 한국영화는 피 튀기던 ‘반공 영화’ 시절을 지나 한국전쟁과 분단을 휴머니즘과 동포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시절이었기에 ‘반공 영화’의 재등장은 관객을 당혹스럽게 했다. 당시가 시대를 역행하던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음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유튜브를 통해 보게 된 영화 ‘월미도’는 ‘인천상륙작전’ 당시를 그린 지난 1982년 북한 인민배우 조경순이 연출을 맡아 만든 영화 ‘월미도’였다. 한쪽 시각만으로 사건을 알고 있던 나에게 영화 ‘월미도’는 마치 지금껏 보지 못한 달의 뒷면을 마주하는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냉전 시기였던 1980년대에 만들어진 북한 영화와 아무리 박근혜 시대라곤 해도 2016년 만들어진 남한 영화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분단의 한반도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남북이 하나가 되기 위해선 남북의 입장차이와 시대적인 변화를 함께 이해해야 함을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

영화 ‘백년의 기억’
영화 ‘백년의 기억’ⓒ스틸컷

남북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좁혀가기 위해선 함께 모여 토론하고 논의하면 좋겠지만, 국가보안법이란 장벽과 여러 현실은 그 가능성을 막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마치 마법과도 같은 장면이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의 영화 ‘백년의 기억’(Korea, A Hundred Years of War)에선 펼쳐지고 있다. 이 작품은 남북의 영상기록과 전 세계 남북문제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백 년의 역사를 보여준다. 분단 역사의 흐름은 물론, 세계 속의 한반도가 가진 상징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남북을 잇는 매개로 ‘태권도’를 중요한 위치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남북의 비숫한 직책을 가진 인물들이 나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게 하고 있다. 한가지 사안을 두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한반도의 지난 시간을 입체적으로,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역사를 이해하게 돕고 있다.

감독은 “나는 외국인이다.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와 역사를 세세히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 남과 북을 모두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백년의 기억’을 보는 모든 관객이 한반도 분단의 비극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특히 북한에 갈 수 없는 남한 국민들에게 말이다. 만약 이 영화가 DMZ 위로 작은 다리를 놓을 수있다면 정말 자랑스러울 것이다.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지만, 비록 편집의 마법이라 할지라도, 영화에서는 남과 북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고 이번 영화가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영화 ‘백년의 기억’
영화 ‘백년의 기억’ⓒ스틸컷

이 영화가 작은 다리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감독의 바람처럼 영화엔 남북이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접점들이 등장한다. 비슷한 직위의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는 것과 함께 남북의 비슷한 풍경도 반복적으로 나온다.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만경대가 나온 뒤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구미가 이어지고, 북의 ‘고난의 행군’ 시기와 남의 ‘IMF 구제금융’ 시기가 동시에 등장해 한민족, 혹은 조선민족의 국난 극복을 위한 단결의 모습을 함께 그려내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남북이 어떤 면에선 엄청나게 이질적이지만, 같은 언어, 같은 핏줄을 가진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가 살아온 지난 시간, 역사이면서 동시에 가족사인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라고 여겼던 분단에 대해 잘 모르던 부분이 많았음을 알게 된다. 특히 우리가 증오해왔던 상대이면서 동시에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자, 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북에 대해서 잘 몰랐음을 깨닫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또 함께하기 위해선 무얼 해야 하는 지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 영화는 이희호 여사, 문정인 대통령 특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도날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리종혁 북 통일연구소장 등 수많은 한반도 분단과 이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많은 논의 과정에 책임을 가지고 참여했던 수많은 이들의 소중한 증언들이 담겨 있다. 영화 그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높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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