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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감성 배운다던 삼성, 기본앱에 배너 광고…디자인 가이드 스스로 어겨
삼성전자 날씨앱 업데이트 전(오른쪽)과 후 비교.
삼성전자 날씨앱 업데이트 전(오른쪽)과 후 비교.ⓒ민중의소리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앱으로 탑재한 날씨앱에 배너 형태의 상업 광고를 적용하자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날씨앱 내 광고를 계기로, 그간 삼성전자가 자사의 앱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지키지 않은 점도 재조명되고 있다.

10일 삼성전자와 관련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날씨앱 상단에 배너 형태의 상업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날씨앱의 광고 노출은 지난 8일 업데이트 이후 적용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업데이트 내용에 대해 모바일 운영 체제(OS) 최신화만 언급했다. 기존 버전에는 없던 광고를 새로 적용한다는 설명은 없었다.

사용자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광고 표출에 대한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날씨앱에 표출되는 광고는 사용자 패턴과 관심 분야가 반영되지 않는다.

업데이트된 날씨앱은 설정을 통해 배너를 제거하는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다. 배너를 없애려면 업데이트를 취소하고 이전 버전을 사용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날씨앱 내 광고를 무작위로 선정된 일부 기기에서만 적용하고 있다. 광고가 노출되지 않는 경우 배너에 ‘여름이 길어지는 이유’ 등 정보성 콘텐츠가 올라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 업계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때 랜덤으로 일부에 한해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든 사용자를 대상으로 확대할지 여부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뒤덮은 소비자 불만…“프리미엄폰에 배너 광고가 웬 말”

날씨앱에 광고 뜨자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공식 커뮤니티 ‘삼성멤버스’를 비롯해 ‘갤럭시 스토어’ 내 날씨앱 평가 댓글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항의 글이 올라왔다.

주요 비판 내용을 살펴보면, 날씨앱은 삼성전자가 미리 깔아놓은 기본앱이라는 점에 집중됐다. 소비자 선택에 따라 설치한 앱도 아닌데 광고를 박아넣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IT 커뮤니티에서 한 사용자는 “100만~200만원 주고 산 프리미엄 기종에 기본앱 내 광고를 넣는 게 말이 되냐”며 “저가폰을 파는 샤오미도 기본 앱에 광고 넣었다가 비난받고 차단 기능을 넣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는 향후 연락처·갤러리·문자 심지어 잠금화면에도 광고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와 비아냥 섞인 목소리를 냈다. 현재 삼성전자는 날씨앱 외에 삼성페이·삼성헬스 등 다른 기본앱에도 시작 화면 상단에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배너 광고는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가져오는 방식으로, 백그라운드에서 소비되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배터리 가용량도 줄어든다.

한 사용자는 삼섬멤버스 게시판을 통해 “상단 배너가 광고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날씨상태와 기온이 중앙상단에서 아래 구석으로 내려간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날씨앱의 본질적인 기능인 기상정보가 광고에 밀려 아래로 내려간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사용자는 “주주총회 때 주주들 사이에서 갤럭시는 왜 애플같이 감성 있게 못 만드냐는 질문이 나왔었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소비자가 배려가 결여된 배너 광고가 삼성전자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3월 주총에서 한 주주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비해 아이덴티티(정체성) 구축이 미흡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은 “애플이 어린 사람 감정을 자극하고 매력을 끄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경쟁사에게 필요한 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감동하는 경험의 가치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일한 지 꽤 오래됐다”며 “20대 젊은층에서 갤럭시의 호응이 계속 올라가는 건 확실하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날씨앱 내 광고는 이전부터 있었으나, 이번 업데이트로 배너 위치가 기존 아래쪽에서 상단으로 올라왔다”며 “위치에 변화가 생기자 사용자가 광고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날씨앱에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웨더뉴스’가 광고를 넣었다는 추측이 제기됐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앱을 직업 운영하고 기상정보만 웨더뉴스로부터 받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기본앱 내 상업 광고 배너
삼성전자 기본앱 내 상업 광고 배너ⓒ민중의소리

몰입감 최대화한다던 디자인 가이드라인 스스로 어겨

삼성전자의 기본앱 내 광고에 대해 ‘One UI’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One UI는 삼성전자 고유의 모바일 OS다. 구글과 협력과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설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One UI를 처음 공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One UI에 대해 “사용자의 스마트폰 화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하고 보다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개발자가 One UI에서 잘 작동하는 앱을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외부 개발자가 제작한 앱도 One UI 디자인이 가지는 편의성을 갖추고, 사용자에게 통일성을 주기 위함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중요한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디자인 원칙을 제시한다. 앱 화면 상단에는 타이틀과 같이 터치를 통한 작동이 필요 없는 ‘보는 영역’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사용자 작동이 필요한 ‘인터랙션 영역’을 넣는다. 삼성전자 기본앱인 연락처·갤러리·문자·글로벌 골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계됐다.

광고가 들어간 기본앱에서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는 영역에 배너가 자리를 차지한다. 사용자에게 중요한 콘텐츠로 아닐뿐더러 터치로 작동도 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이라고 자랑한 디자인 원칙을 스스로 어기는 꼴이다.

삼성전자 One UI 가이드라인
삼성전자 One UI 가이드라인ⓒ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날씨앱을 계기로 기본앱 내 상업 광고 배너를 둘러싼 비판이 일자, 구독형 서비스 통한 수익창출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앱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이 광고 노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비교 대상으로는 애플이 꼽힌다. 애플은 사업 분야를 스마트폰과 PC 등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확대해왔다. 애플은 지난해 3월 애플 TV+, 애플 뉴스+, 애플 아케이드 등 서비스의 출시를 발표했다. 애플은 이들 플랫폼을 월 단위로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독형으로 제공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 폴드와 갤럭시 플립 등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한 삼성전자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애플의 구독형 서비스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된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애플 회계연도 기준 1분기) 총 918억2,000만달러(약 109조2,00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중 서비스 부문 매출이 127억달러(15조1,000억원)로 14%의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11과 아이폰11 Pro 모델에 대한 강한 수요와 기록적인 실적을 나타낸 서비스·웨어러블 부문 덕택에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서비스 부문 성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이제 애플의 모든 전략은 iOS 영역의 넓이에 달려 있다”며 “(애플 서비스의) 유료 가입자는 전년대비 30% 증가한 5억1,500만명으로 분기마다 3,50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폰SE에는 애플TV+ 1년 무료 구독권이 포함돼 있으며 일정 비율이 1년 뒤에 유료 가입자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애플이 상대적 고소득자 5억명의 디지털 라이프를 책임지는 가운데 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서비스부문 매출 추이
애플 서비스부문 매출 추이ⓒ삼성증권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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