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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지상조업 12년 차가 들려주는 공항 로망의 현실
김지원 지부장
김지원 지부장

그가 내뿜는 한숨이 전하는 분위기는 목에 달린 넥타이의 밝은 빛깔과 대비됐다. 넥타이 매듭에는 아시아나항공을 상징하는 빨강·노랑·파랑이 어우러져 있었지만, 낯빛은 회색이었다. 겉보기에 화려하지만, 부당한 처우와 무급휴직에 내몰려 불안해하는 지상조업 노동자의 현실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하청사 노동자다.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김지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 지부장을 만났다. 김 지부장이 일하는 사업장은 ‘주식회사 케이에이(KA)’다. 아시아나항공과 도급계약을 맺은 지상조업 하청사다. 아시아나항공의 지상여객서비스를 담당한다.

지상조업은 공항을 통해 도착·출발하는 항공기의 운항을 위해 지상에서 지원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공항에 도착한 항공기가 주기장에 안전하게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일과 더불어 기내식 운반·세팅, 기내·외 청소, 대형 화물 탑재·하기 등을 포괄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들 업무를 여러 지상조업 하청사에 나눠 도급하고 있다.

KA는 인천공항에서 주로 승객 대면 업무를 맡는다. 항공기를 타기 직전 출국 게이트에서 승객 여권과 탑승권을 확인하고, 단체수속 수하물과 분실수하물 접수를 받는다. 공항 내 라운지에서 방문객을 응대하고 휠체어가 필요한 승객 지원도 한다.

많은 승객이 KA 직원을 아시아나항공 소속으로 오해한다. 옷이 똑같은 탓이다. 막 퇴근하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 김 지부장이 입은 셔츠와 바지, 넥타이도 아시아나항공 지상직 복장과 동일했다. 그는 “누가 봐도 아시아나항공 직원이죠? 승객들도 저희가 아시아나항공 소속인 줄 알아요. 복장 규정이 같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KA와 아시아나항공은 엄연히 다른 회사다. 그는 “기사에 통칭 ‘아시아나KA’라고 표기하는데, 정확한 사명은 ‘케이에이’예요. 아니아나항공 지상직과는 급여나 복지 같은 처우가 완전히 달라요”라고 전했다.

1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김지원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A 지부장이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11
1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김지원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A 지부장이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11ⓒ김철수 기자

20대 시절 승무원 응대에 감응 받아…로망의 대상 지상직으로 입사

김 지부장은 공항에서 일한다는 데 대해 로망을 갖고 입사하는 직원이 많다고 했다. 특히 KA에 들어가면, 세계적으로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인천공항에서 일할 수 있다.

“유니폼을 입고 인천공항에서 일한다는 로망이 있죠. 기대와 희망을 품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화려하고 쾌적한 환경에 마음이 끌릴 수 있죠. 사실 주위 시선도 그런 것 같아야. 스케줄 근무다 보니 새벽에 택시를 타고 출근할 때가 많은데, 유니폼 입고 인천공항 가달라고 하면 종종 기사분이 ‘좋은 데서 일하시네요’라고 말씀하시곤 해요.”

김 지부장이 처음 KA에 들어온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러시아와 로마에서 유학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언젠가 승무원의 친절한 응대에 감응돼 우연한 계기로 승무원을 꿈꾸게 됐다. 승무원 이름을 아직도 기억할 정도로 강한 인상이 남았다. 그때 결심했다. 군대를 다녀오면 승무원을 해야겠다고.

승무원의 벽은 높았다. ‘서비스의 꽃’이라고 불리는 직종이다. 승무원 취업 경쟁은 치열했다. 김 지부장은 24살이던 2007년 2월 1일 AMS라는 아시아나항공 하청사에 입사했다. 공항에서 기내 탑승객 여권과 티켓을 확인하는 일을 했다. 항공 관련 업무를 하면서 승무원 준비를 이어갈 심산이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급여와 복지 등 처우는 제자리걸음이었다.

회의를 느낀 그는 회사를 나와 다른 길을 찾았다. 제조업 생산직도 해보고 개인병원 원무과에서도 일해 봤지만, 적성과 거리가 있다고 느꼈다. 결국 다시 항공 쪽을 보게 됐다. 지상조업사에 다시 들어간 건 2009년이다. ‘리뉴에어서비스’라는 회사였는데, 알고 보니 전에 일했던 AMS가 사명을 바꾼 거였다. 그리고 리뉴에어서비스는 현재 KA가 돼 있다.

1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김지원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A 지부장이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11
1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김지원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A 지부장이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11ⓒ김철수 기자

10년 지났지만 월급 제자리…각종 수당 만들어 최저임금 맞춰

김 지부장이 지상조업사에서 일한 세월도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었다. 그런데 월급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올라간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2007년 일할 때 월급이 134만원이었어요. 딱 최저임금 조금 넘는 수준이었어요. 그게 아직도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호봉이 쌓여도 월급이 안 올라요. 제 와이프도 KA에서 일하는데, 4년 차거든요. 그런데 저랑 월급이 비슷해요. 기본급은 오르죠. 기본적으로 기본급 비중이 굉장히 낮아요. 나머지는 시간외수당 같은 각종 수당이에요. 연차가 쌓이면 연장근무와 야간근무가 줄어요. 수당이 줄어드니까 받는 돈은 그대로예요.”

김 지부장과 4년 차 직원 월급명세서를 보면, 김 지부장이 기본급은 약 30만원 높지만, 시간외수당과 직무수당, 조정수당은 더 낮다. 시간외수당은 그만큼 일을 덜 한 것이지만, 직무수당과 조정수당이 낮은 건 비정상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을 맞추려고 각종 수당을 만든 거예요. 사측에 직무수당과 조정수당이 뭐에 대한 수당인지, 10년차가 왜 4년 차보다 낮은지 물었지만 설명을 못 해요. 작년에는 일률적으로 5만원짜리 서비스수당 항목을 만들었는데, 최저임금 인상분을 그걸로 채운 거예요.”

승진도 정체돼 있다. KA 직급은 부장, 차장, 과장1·2, 대리1·2, 사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김 지부장 직급이 대리2다. 강산이 변할 동안 김 지부장 직급은 여전히 대리에 머물러있다.

“사내 사원 비율이 80% 정도예요. 다른 회사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거죠. 진급을 안 시켜요. 회사는 아시아나항공과 계약할 때 서비스하는 항공편수대로 계약금을 산정하는데, 월급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해요. 그래서 돈이 없으니 진급을 시켜줄 수 없다는 거예요. 계약금 산정 기준 타당성도 신뢰가 안 가고, 받은 계약금이 인건비로 다 빠져서 더 이상 진급을 못 시켜준다는 것도 신빙성이 없어요.”

KA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항공 업종 취업준비생 선호도가 높은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비계열사보다는 처우나 환경이 좋지 않겠냐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KA는 정확히 말하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자회사다. 재단 이사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이 KA 등 지상조업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을 편취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재단 자회사에는 KA 외에도 KO와 AO 등 지상조업사가 있으며, 모두 재단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처우가 나아지지 않으니 떠나는 직원이 많아요. 직원 대부분이 20대예요. 오래 다닐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회사에서도 ‘들어올 사람이 줄을 섰다’며 직원 불만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젊은 청년들이 소모품으로 쓰이는 현실이 안타깝죠.”

케이에이 월급 명세서. 위쪽이 10년차 김지원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 지부장 명세서. 아래쪽은 5년차 직원 명세서.
케이에이 월급 명세서. 위쪽이 10년차 김지원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 지부장 명세서. 아래쪽은 5년차 직원 명세서.ⓒ기타

부장-사원 일대일 면담으로 무급휴직 압박…항공 규정 ‘깜지’까지

코로나19로 항공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KA 상황도 악화됐다. 회사는 강제적으로 무급휴직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가 전액 지급하는 지원금 50만원이 나오지만, 생계유지에 턱없이 모자라다. 회사가 10%만 부담하면, 나머지를 정부가 지원해 휴직수당 150만원 정도를 지급할 수 있지만, 회사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휴직수당 신청을 거부했다.

“무급휴직은 법적으로 회사가 강제할 수 없어요. 직원 동의가 필수예요. 회사 행태를 보면, 강제나 다름없어요. 코로나19 터지고 무급휴직 지원을 받았는데, 예상보다 신청이 저조했나 봐요. 부장·차장급이 무급휴직 신청 안 한 사원을 한 명씩 부르더라고요. 말하자면 일대일 면담을 하는 거죠. 그 자리에서 부장이 ‘왜 무급휴직 안 하냐’, ‘회사가 지금 어렵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끝까지 버틸 사람은 거의 없죠. 그렇게 압박해 놓고 회사는 강제성이 없다고 해요. 기가 찰 노릇이죠."

김 지부장이 동료에게 ‘무급휴직 강제는 법 위반이니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많은 직원이 사측 요구에 응했다. 사측이 직원에게 밉보이는 데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줬다고 그는 비판했다.

무급휴직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갑질도 횡행했다. 지난 3월 회사는 무급휴직을 신청하지 않고 출근한 직원을 대상으로 소위 ‘깜지’를 지시했다. 코로나19 관련 입국제한 규정을 손글씨로 옮겨 적도록 했다. 분량이 A4용지 열댓장에 달했다. 최근에는 김 지부장이 속한 출입국팀의 무급휴직자가 예정 인원보다 적어 잉여인력이 생겼다며, 출근 직원 20여명을 다른 부서로 파견 보냈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타부서로 보내진 직원이 마지못해 줄줄이 무급휴직을 신청했다. 무급휴직 인원이 차자 그제야 사측은 파견을 보내지 않았다.

“노동청에 가서 출입국팀장, 관리팀장, 근로감독관하고 둘러앉아서 얘기를 했는데, 회사는 개선 의지가 없어요. 저는 정말 기본적인 걸 요구했거든요. 대표이사가 정식으로 현재의 어려운 회사 사정을 설명하고 노동자 협조를 구하라는 거였어요. 팀장급 직원 통해서 강제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얘기를 시작할 수 있잖아요. 회사는 그것도 못 하겠다는 거예요. 기다리고 있는데 사측에서는 답변이 없어요.”

1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김지원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A 지부장이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11
1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김지원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A 지부장이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11ⓒ김철수 기자

“청년이 소모품으로 쓰이는 지상조업 현실, 함께 바꾸자”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는 지난 2018년 5월에 발족했다. 당시 김 지부장은 초대 부지부장을 맡았다. 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부조리가 정말 심했어요”라며 “노동조합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부조리한 걸 조금씩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는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 노조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굽이 높아, 하루종일 신는 여성노동자 발과 발목을 멍들게 했던 구두가 굽이 낮은 기내화로 바뀌었다. 전에는 없던 휴게실도 마련됐다. 특히 사측이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노조 만들고 목소리 내면서 분위기가 좀 바뀌었어요. 관리자들의 폭언·욕설·성희롱이 많이 줄었죠. 아무렇지 않게 여직원 어깨를 만지는 짓을 감히 못 하게 되는 거죠. 사측도 저희 눈치를 보는 거예요. 노조 없었으면 변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직 개선의 여지가 곳곳에 남아있다. 노조 설립 이후에 몇 차례 교섭했지만, 사측은 기이한 임금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강제적 무급휴직도 바람직한 행태라고 볼 수 없다.

여러 부당한 처우의 근저에는 불법파견 문제가 있다. 아시아나항공 지상직과 KA 업무가 연결되다 보니 KA 노조 설립 전에는 직접적으로 지시가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시아나항공 지상직 직원과 KA 직원이 한 카톡방에 지시를 주고받았다. 가령 아시아나항공이 관할하는 수속 절차에서 반입 금지 물건이 있어 빼면, 출국 게이트에 있는 KA 직원에게 관련 내용을 해당 승객에게 전달하라는 지시가 내려가는 식이다. 양사 업무가 독립적이지 않고 연계된다.

“노조 설립하고 얼마 안 돼서, 그해 7월쯤에 아시아나항공이랑 KA 직원이 모여 있던 카톡방을 없앴어요. 그러더니 KA에 현장 대리인이라는 직책을 만들었어요. 이후로는 현장 대리인을 통해서 지시가 떨어졌죠. 지시 전달 루트를 바꿔서 불법파견 문제를 회피하려고 한 거예요. 근데 그게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려요. 애초에 한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인데 무리하게 하청을 준거죠. 재단 자회사에 일감을 주고 인건비 따먹기를 하는 거예요. KA 직원에게 최대한 돈을 적게 주면서 수익을 내는 거죠.”

회사 앞날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원청이 넘어가면 기존 하청사와 맺고 있던 계약이 이어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KA 직원은 폐업과 대량해고 불안에 내몰려있다.

김 지부장은 직원들의 노조 참여를 당부했다. 현재 지부 조합원은 20여명이다. 총 직원이 500여명인데 비해 참여율이 낮다. 한때 조합원이 100명을 넘어섰지만, 여럿이 퇴직하고 관심이 떨어지면서 숫자가 줄었다.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으니까 노조에 대한 관심이 적어요. 사측 부조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는 내는 게 쉽지 않겠죠. 노조 활동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노동자가 힘을 모아야 개선해 나갈 수 있어요. 실제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노조 세력이 약하지만 원청인 아시아나항공과 정리해고가 발생한 KO 등 관련 사업장 노조와의 연대를 확대하려고 해요.”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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