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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80분을 채운 웃픈 삶과 죽음의 이야기, 연극 ‘웃픈 3일’
연극 ‘웃픈 3일’
연극 ‘웃픈 3일’ⓒ극단 soulmate

자고 일어나면 신조어가 쏟아지는 요즘,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이 생긴다. 쏟아지는 신조어는 낯설지만, 그 기발함에 혀를 내두를 때가 더 많다. 그것을 한글의 우수성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비록 신조어라 할지라도 한글이 아니라면 절묘한 상황이나 감정을 그토록 기막히게 표현해내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웃프다’는 개인 시각에서 봤을 때 단연 으뜸인 신조어이다.

‘웃프다’는 ‘웃기면서 슬프다’는 뜻으로 표면적으로는 웃기지만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처지가 좋지 못하여 슬플 때 사용된다. 지하철을 탄 키 큰 청년의 머리에 손잡이가 흔들릴 때마다 부딪치는 상황을 혼자 본다거나,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다 벗을라치면 눈 밑으로 화장이 지워져내린 처참한 얼굴을 보면 딱 ‘웃프다’. 그 상황을 그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할 단어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다.

연극 ‘웃픈 3일’ 속 진현의 죽음은 그래서 더 ‘웃프다’. 밤늦게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허기진 배를 달래려 먹은 찹쌀떡이 목에 걸려 그만 죽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만 마셨어도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터인데 하필 그날따라 아내는 물이란 물은 다 얼려버렸으니 그 또한 딱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극 ‘웃픈 3일’
연극 ‘웃픈 3일’ⓒ극단 soulmate

무대 위에 웃픈 상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현의 35년 지기 동우는 등장만으로도 웃프다. 분향실 202호를 201호로 부고를 올려버린 동우의 일처리는 남편의 죽음 앞에 넋을 놓은 아내에게 설상가상 웃픈 상황이다. 상갓집에 가면 한 명쯤은 꼭 있는 술 취한 조문객이 35년지기 친구이니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황당한 죽음에 죽어서도 자신의 장례식장을 못떠나는 진현도 웃프다. 죽은 남편의 핸드폰 컬러링을 들으면 눈물을 쏟아내던 아내 금란의 한 마디 “개새끼”도 웃프다. 죽어서야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되는 삶의 아이러니도 웃픈 일이다.

어찌보면 사는 일이 매 순간 웃픈 상황의 연속이고 죽어서도 웃픈 것이 우리네 삶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웃픈 상황을 일부러 짜집기라도 해놓은 것 같은 이 이야기가 식상과 일상의 경계선에서 무리없이 순항하는 것이 다행이지 싶다.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 탓일거다. 일일드라마가 아무리 진부하고 식상하다 해도 한번 꽂히면 절대 채널을 넘길 수 없는 마력이 있듯 이 이야기 역시 에피소드마다 한 번씩은 자신의 모습과 흡사한 어떤 지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연극 ‘웃픈 3일’
연극 ‘웃픈 3일’ⓒ극단 soulmate

연극 ‘웃픈 3일’

공연장소:대학로 스타시티7층 후암 시어터
공연날짜:2020년 6월 2일-8월 30일
공연시간:평일 7시 30분/토 일 3시 6시/일요일 공휴일 3시/월요일 공연 없음
관람연령:만 8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80분
제작진:작 안상우/공공연출 김정팔 안상우
출연진:배기범, 이은미, 김늘메, 김 욱, 허인영, 황배진, 박복안, 김 설, 이규태, 홍순목, 이도연, 금수현

이숙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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