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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0주년 특별기획] ‘아마겟돈’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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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00년 5월 15일 첫걸음을 뗀 민중의소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독자와 후원인들의 성원과 격려로 민중의소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며 자주평화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진보언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원로, 전문가, 신진 인사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와 한국사회를 조망하는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입장을 하며 손소독을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시간당 3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2020.05.06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입장을 하며 손소독을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시간당 3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2020.05.06ⓒ김철수 기자

코로나19는 조만간 진압될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다시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분야 전문가들의 예측이고 나 역시 그러리라고 전망한다.

반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삶의 많은 패턴이 바뀌었고 또 바뀔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에 기반한 관객 대면 문화예술 분야는 철저히 괴멸되었다. 내가 아는 십오년차 베테랑 무대 조명감독은 오개월째 단 하루도 일거리가 없었다. 세 개의 스크린을 운용하는 어느 예술영화전용관의 사장은 4월 한달의 영화관 총수입이 36만원이었다고 고개를 흔든다. 직접 대면이 중요하지 않은 미술 시장은 괜찮겠거니 했는데 23회째 되는 개인전을 연 꽤 이름난 중견 작가는 단 한 점도 팔지 못한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코로나의 공포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그림 구입층의 지갑마저 닫아버린 탓이다.

이런 가운데 월드 투어를 모두 접고 온라인 유료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엔 세계의 방탄 팬 75만명이 결제하여 단숨에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다섯 손가락 정도 꼽을 수 있는 세계 시장 경쟁력을 지닌 월드 스타급 그룹을 제외한다면 온라인 유료 공연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국내의 스타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대면(contact) 소비는 무너지고 비대면(zero contact) 소비, 특히 온라인(on-tact) 소비의 패러다임으로 시장은 급격히 재편되고 있지만, 앞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온라인 소비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종목은 게임이나 넷플릭스 같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콘텐츠 플랫폼 사업 같은 유통 분야 외엔 뚜렷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인류의 문화예술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머리와 몸에 의거한 휴먼 인프라 비즈니스였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같은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미래 예술을 논하지만 그것이 생맥주를 마시며 경기장에서 프로야구를 보는 즐거움을 대체할 수 있겠는가?

그룹 방탄소년단의 실시간 라이브 공연 ‘방방콘 The Live’
그룹 방탄소년단의 실시간 라이브 공연 ‘방방콘 The Live’ⓒ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면(contact) 소비는 무너지고
비대면(zero contact), 특히 온라인(on-tact) 소비로 시장 재편
기본소득 도입은 예술가의 경제적 불안정성 해소에 결정적 도움 될 것
비대면 외치기 앞서 진심 어린 대면 사회였나 성찰부터


비대면으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또 하나의 부문은 예술교육 분야다. 온라인 레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술 교육은 단순히 개인 기량의 습득만을 의미하지 않고, 공동체적 협업 정신을 배양하는 더 중요한 목적이 존재한다. 거개가 비정규직인 예술 강사들은 이번 코로나로 무급휴직을 강요받았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도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한 미래학자들은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예술가들의 지위와 예술시장이 급격하게 동반 몰락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적어도 문화예술 분야만큼은 코로나 국면이 AI 시대의 쓴맛을 먼저 본 셈이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말이라는 경구가 이 대목에서는 적용되지 못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이 코로나 방역 선도국가로 부상했듯이 이 사태로 인한 사회 전 분야의 출구 전략의 선도적인 수립과 심도 있는 실험이 중앙정부·지방정부 및 문화 관련 거버넌스 주도로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미 시도되고 있는 기본소득 제도의 연착륙은 어차피 불안정했던 예술가의 경제적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럽에 열등함을 안고 있었던 미국의 문화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놀랍게도 루즈벨트의 정부의 뉴딜 시대였음을 상기하자. 뉴딜 정책의 핵심적인 투자 대상인 사회간접자본엔 문화역량 강화도 들어 있었고, 많은 기초 예술 분야의 예술가들이 행정부의 지원을 받아 예술 행위를 꽃피웠다.

온라인 인프라는 대한민국이 세계 정상급이다. 다만 그 인프라를 빛낼 소프트 파워가 부족했을 뿐이다. 우리에겐 온라인 감수성으로 최적화된 막강한 어린 세대가 있으니, 이들의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낼 문화예술 교육 시스템의 발굴과 정착이 시급하다. 이것은 여전히 비관적인 청년고용의 문제 해결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음악평론가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음악평론가ⓒ민중의소리

더 근본적으로 우리는 숙고해야 한다. 누구나 비대면, 비대면 소리치고 있지만 비대면 사회로 전환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진심 어린 대면 사회였는지 성찰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자본의 이익 창출 욕구 앞에서 얼굴 없는 익명의 개인이 아니었던가?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화예술은 대중시장이 아닌 소규모 공동체로 분화된 다중 커뮤니티의 진정한 소통의 도구로 포지셔닝 될지 모른다. 그 속에서 우리는 극소수의 슈퍼스타의 포로가 아니라 다양성의 주체로서 어느틈엔가 잃어버린 예술의 본질을 진심으로 대면하게 될지 모른다.

[창간20주년 특별기획]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모아보기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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