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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더 강하고 더 사랑스러워진 무대, 9년만에 다시 돌아 온 시즌7 뮤지컬 ‘렌트’
2020 뮤지컬 렌트_공연 사진_Viva! La Vie Boheme!
2020 뮤지컬 렌트_공연 사진_Viva! La Vie Boheme!ⓒ신시컴퍼니 제공

뭔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야.
살기 위해 주체 안 될 땐 표현해야 해.

목소리 낼 용기, 혁명을 논할 권리, 노래하리, 춤추리. 딸딸이는 어떠리.
감성과 지성, 독창성을 위해서.
또 손탁과 손드하임 열정을 위해.
밥 딜런과 커닝 햄, 존 케이지.
시인과 음악가
무대를 위해!

절묘한 운율과 빠져드는 안무, 긴 탁자에 일렬로 앉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쫀쫀한 퍼포먼스가 압권인 뮤지컬 ‘렌트’의 넘버 ‘라비보엠’의 가사 중 일부다. 쫓아내려는 건물주와 한치도 물러설 생각없는 입주민 청년 예술가들이 카페에서 만나 신경전을 벌이는 곡이다.

9년 만에 침묵을 끊고 뮤지컬 ‘렌트’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돌아온 ‘렌트’는 더 강인해졌고 더 사랑스러워졌다. 1996년 오프브로드웨이 150석의 작은 공연장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는 작품에 멘트를 덧붙이는 것도 새삼스럽다. 하지만 다수의 공연이 오픈도 되지 못하고 미뤄지거나 공연을 포기하는 코로나 시대에 9년의 공백을 끊고 다시 무대에 오르는 ‘렌트’를 보는 마음은 좀 다를 수밖에 없다.

콘크리트와 철골구조의 차고 건조한 무대 위로 뿜어져 나오는 청춘의 열기는 여전했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면 차갑고 앙상한 철근 더미는 청춘들이 치뤄내는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치열한 삶과 함께 생명을 얻는다. 송스루 형식의 전개가 지루할 틈도 없이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장르의 곡들이 이야기의 강약을 지휘한다. 중간중간 이들에게 걸려오는 전화에 음성메시지조차 노래가 된다. 등장인물의 대사에 잊을만하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유머와 재치도 잊지 않는다. 낡고 더러운 것을 허물고 근사한 욕망을 쌓고 싶은 건물주와 갈곳 없는 노숙자들을 쫓아내려는 갈등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마약중독, 에이즈, 동성애, 거리의 부랑아 등 어두운 주제가 무겁지 않고 파격적인 표현들이 거북하지 않은 것은 '렌트'만의 힘이다.

2020 뮤지컬 렌트_공연 사진_Seasons of Love
2020 뮤지컬 렌트_공연 사진_Seasons of Loveⓒ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뉴욕의 로워이시트사이드(Lower East Side)의 공장을 개조한 아파트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크는 음악가 로저와 함께 산다. 로저는 옛 여자친구 에이프릴이 에이즈에 걸린 것에 비관해 자살한 이후 충격에 빠져 6개월 동안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 때마침 도움을 요청하러 마크와 로저의 방에 들른 미미는 운명처럼 로저를 만난다. 대학 강사이자 무정부주의자 콜린은 거리를 헤매다 거리의 드러머 엔젤을 만난다. HIV보균자인 둘은 곧 사랑하는 연인이 된다. 한편 건물주 베니는 노숙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하고 모린은 이에 대한 시위공연을 강행한다. 철거예정지역에는 폭동이 일어나고 베니는 건물에 자물쇠를 채우게 된다. 젊은 예술가들은 문을 부수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2막의 시작은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최애하는 곡으로 자주 꼽히는 ‘season of love’가 소울 가득한 보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오십이만 오천육백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일 년의 시간
날짜로, 계절로, 매일 밤 마신 커피로
만남과 이별의 시간들로
그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인생의 시간
그것은 사랑.

1막의 '라보비엠'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정신으로 표현했다면 'season of love'는 살아있는 오늘이 중요함("No day but today")을 노래한다. 관객들과 마주하며 서로를 향해 위로를 전하는 이 퍼포먼스가 유독 울컥해지는 이유는 요즘 상황탓일 것이다. 3시간 가까이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봐야 하는 관객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절대 할 수 없는 공연 무대 위 배우들이 나누는 교감. 우리 모두 오늘을 잘 견뎌내고 잘 살아내고 있음을.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쓰담쓰담’ 해주는 것같은 위로같아서 일 것이다.

뮤지컬 ‘렌트’

공연날짜:2020년 6월 13일-8월 23일
공연장소:디큐브 아트센터
공연시간:화-금 20시/토 일 14시, 16시 30분/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타임:160분
관람연령:14세 이상
ORIGINAL CREATIVES:연출 Michael Greif/안무 Marlies Yearby/협력연출 Andy Senor Jr.
KOREAN CREATIVES:프로듀서 박명성/번역 김수빈/국내협력연출 이재은/국내협력안무 황현정/국내음악감독 오민영
출연진:아이비, 김수하, 김호영, 김지휘, 최재림, 유효진, 전나영, 민경아, 정다희, 임정모

이숙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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