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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차별과 증오와 혐오로 가득찬 오늘의 교회에 던지는 메시지 ‘혐오와 한국교회’
책 ‘혐오와 한국교회’
책 ‘혐오와 한국교회’ⓒ삼인

“기독자유당의 창당의 사명은, 대한민국 교회를 위협하는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 네오막시즘과 주체사상에 대항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기독자유당은 대한민국과 교회가 혼돈과 위기에 빠진 이때에 분연히 일어나 조국과 거룩한 성전을 바로 세우고자 합니다.”

기독자유통일당의 전신인 기독자유당은 자신들의 창당 사명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이 짤막한 문구엔 한국 개신교, 한국의 보수개신교가 지향하는 바가 잘 담겨 있다. 기독자유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전광훈 씨(전 한기총 대표회장)와 전광훈 씨가 담임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소속의 고영일 변호사, 지덕, 이용규, 엄신형 목사 등 전직 한기총 회장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극우성향의 개신교 정당이다.

보수개신교의 배제와 차별과 혐오의 논리에 보수 정치권이 힘을 보태면서 성소수자를 향한 배제와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점차 확산됐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배제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은 이슬람교, 조선족,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와 다르다’는 낙인을 곳곳에 찍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보수개신교가 동성애와 이슬람을 최고의 위협으로 꼽으며 이렇게 배타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성애와 이슬람이 개신교와 대한민국에 실제적 위협이어서가 아니라 ‘위협’으로 느껴지게 적으로 대상화하기 편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냉전 시대가 끝나면서 반공과 반북만으론 보수개신교의 세력 확장이 어려워진 조건에서 새로운 외부의 적으로 설정한 대상이 바로 동성애와 이슬람이다. 그리고, 이런 세력이 한국 개신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대중에게 개신교는 배타적이고, 차별적이며, 혐오로 뭉친 이기적 집단으로 그려지고 있다.

퀴어축제와 동성애 반대를 촉구하는 개신교 신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울광자에서 열린는 퀴어축제 바로 옆에서 북을 치고 있다.
퀴어축제와 동성애 반대를 촉구하는 개신교 신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울광자에서 열린는 퀴어축제 바로 옆에서 북을 치고 있다.ⓒ정의철 기자

그리고 많은 연구는 이런 대중의 인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김영주 목사)이 2019년 10월에 발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통계조사 자료집’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58.4%는 ‘동성애는 죄’라는 주장에 동의했지만, 비개신교인은 25%에 그쳤다. ‘난민은 이슬람 등 불온 문화를 전파하므로 임시 보호도 안된다’는 의견은 개신교인이 23.0%로 비개신교인 18.1%보다 3.9%p 높게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2018년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구별하지 않고 일반적인 ‘난민’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땐 우호적 태도(50.7%)가 적대적(44.7%) 태도보다 많았다. 하지만 질문 대상을 ‘이슬람 난민’으로 좁혀 물었을 땐 우호적 답변은 28.7%(매우 우호 2.8%, 약간 우호 25.9%)에 그쳤고 적대적 답변은 66.6%(약간 적대 36.2%, 매우 적대 30.3%)나 됐다.

동성애와 이슬람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부정적이지만, 특히 개신교 신자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이런 현실은 동성애와 이슬람을 적으로, 위협적인 존재로 상정하기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이용해 극우 또는 보수개신교가 양적인 성장 또는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각 개신교단 총회의 모습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열린 개신교단 총회의 최대 화두는 ‘반동성애’와 ‘반이슬람’이었다.

동성애와 관련해 보수개신교가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건 지난 2007년부터다. 2007년은 차별금지법 발의 논의가 처음 시작된 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계속됐지만, 보수개신교의 압력으로 번번이 좌절됐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2016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2016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얼마 전 출간된 ‘혐오와 한국 교회’에서 저자들은 사랑의 종교를 자임하는 기독교, 특히 개신교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혐오, 특히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들이 보기에 개신교 교회가 혐오하는 대상은 공산주의·사회주의, 북한, 국내의 좌파에서부터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슬람교도, 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국 개신교 교회는 어찌하여 이들에 대한 혐오의 생산기지이자 첨병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 교회 또는 개신교인들이 실천하는 혐오의 양상은 구체적으로 어떠하며 무슨 결과를 낳고 있는가? 한국 개신교는 어떻게 해야 혐오로 만연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책에서 지은이들이 던지는 핵심적 질문들이다.

이 책은 제주 4.3 학살을 시작으로 역설적이게도 증오 또는 혐오가 한국 개신교를 성장시킨 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국가가 주도한 산업화의 흐름에 적극 순응하여 일부 개신교 교회들은 가히 놀라운 양적 성장을 이루어냈다고 꼬집는다.

아울러 이책은 새로운 성경 읽기를 통해 혐오에 맞설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교회 안에서 일상적으로, 또 무심코 저질러져온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아프게 일깨워준다. 국제적 개신교 연합조직인 ‘로잔운동’과 세계교회협의회(WCC)가 발표한 난민들에 관한 신학 선언을 참조하고 각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실제로 아랍 난민들을 끌어안고 보살펴온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의 교회가 떠맡을 생명 사랑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증오를 버리고, 예수가 강조했던 사랑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수는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 널리 확산되어 있던 증오의 신학에 맞선 예언자였다. 그이는 누군가를 죄인으로 낙인찍는 신앙의 메커니즘을 비판했고, 죄인으로 낙인찍힌 이들의 자기 파괴적 양상이 사람들을 위기에 빠뜨린다는 주장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죄인으로 낙인찍힌 이들이 세계의 구원자라고 선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증오의 신학에 대한 예수의 비판이 바로 예수의 평화신학인 것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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