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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구소녀’ 이주영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배우 되고 싶어요”

“이 일이 좋아서 하고 있지만, 거창한 미래를 꿈 꿔 본 적은 없어요. 수인이의 꿈도 거창한 건 아니거든요. 수인이가 그저 계속 야구를 하고 싶어했듯, 저도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 싶어요.”(이주영)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성으로 프로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 아홉 청춘. 현실에 부딪히지만 포기하지 않는 뚝심으로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에너지를 전해주는 인물. 배우 이주영이 연기한 ‘주수인’은 개인의 도전을 모두의 희망으로 바꿔놓은 힘을 가진 인물이다.

배우 이주영
배우 이주영ⓒ싸이더스

“내가 수인이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주수인이라는 아이가 갖고 있는 힘과 에너지 자체가 저라는 사람에 비할 바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압박에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 무모해보일수도 있고,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수인이가 그렇게 함으로써 주변 사람들도 변했잖아요. 그 단단한 에너지가 대단하고, 부러워요.”

최근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배우 이주영은 자신이 연기한 ‘야구소녀’ 주인공 주수인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지만, 주수인과 닮은 점이 많았다. 도전에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부딪히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가 해보지 않은 분야를 익히고 배우는 데 두려움은 없어요.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실제로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훈련을 했는데요. 주수인이 화장실을 락커룸으로 쓰는 게 이해가더라고요. 소외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오는 감정이 있었어요. 남자 선수들이 보여주는 신체적 능력에 승부욕도 느꼈죠. 겨우 한 달 정도 훈련하면서 그 친구들 발 끝도 못 따라갔지만,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싸이더스

그 때 그 때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른다는 이주영에게 ‘야구소녀’는 충분히 자신, 그리고 또래, 사회가 ‘할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고 한다. 꿈을 꾸기 어려운 세상에서 사는 청춘들, 성(gender) 편견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주수인의 에너지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주된 이야기는 여성 서사이면서도,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결말이 꼭 좋게 났다고 할 순 없겠지만, 희망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수인 자체도 굉장히 매력적이었고요.”

주수인을 연기하기 위해 신체적 능력을 기른 것은 물론, 현재 할동하고 있는 여자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수집해나갔다. 극 중 주수인이 트라이어스에서 눈빛을 교환하며 힘을 얻는 여성 선수 ‘정재인’을 연기한 인물은 실제로 활동하는 현직 국가대표 야구선수라고.

“이 선수 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극 중에서도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의 고통을 나누지 않죠. 하지만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지는 거예요. 그 선수가 주수인에게 ‘파이팅’이라고 선창해서 다른 선수들까지 주수인을 응원하게 되잖아요? 그런 순간에 전율이 있었죠.”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싸이더스

극 중 수인이 가장 많이 대립하는 인물은 엄마(염혜란 분)이다.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나가야만 하는 가장인 엄마와, 공인중개사 시험에 여러번 낙방한 아빠(송영규 분)에서 주수인은 가장 현실적인 벽과 마주하게 된다.

“결국 아빠도 엄마도, 수인이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행동이거든요. 엄마가 너무 수인이를 반대하고 만류하면, 자칫 같은 여자면서 수인이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았어요. 엄마와의 갈등이 단순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아 때부터 야구라는 꿈만 보고 달려간 주수인과는 달리 배우 이주영은 늦게 연기라는 꿈을 품었다. 뚜렷한 목표 없이 체육과에 재학하던 중 대학로의 연기를 접하고 연기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된 것. 2011년부터 꾸준히 독립영화에 얼굴을 비추다 영화 ‘꿈의 제인’, ‘메기’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마현이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5~6년 전에도 저는 똑같이 연기하고 있었고, 그 때와 지금의 제가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외연을 넓혀나감으로써 예전의 저에겐 기회조차 없었거나 할 수 없었던 것을 조금씩 해 나간다는 게 기뻐요. 하지만 사실 부끄러워서 바로 전에 찍은 전작도 모니터링 이후엔 안 봐요. 팬 분들이 제가 몇 년 전에 찍은 독립영화를 많이 찾아봐주시는데, 감사하면서도… 하하.”

배우 이주영
배우 이주영ⓒ싸이더스

“많은 분들이 저를 ‘멋있다’라고 평가해주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제가 괜찮고 멋있는 배우가 되려면 제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나부터 나를 좀 부끄럽게 하거나, 그렇게 될 일을 미연에 방지하자, 이런 생각은 해요.”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트렌스젠더를 연기하고, ‘야구소녀’에서는 성 편견을 포함한 사회의 편견을 깨는 캐릭터를 맡아 훌륭히 소화해냈다. 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배우이기도 하다. 중성적인 매력으로도 인기가 많다.

“젠더 감수성에 대해서는 항상 깨어 있으려고 노력해요. 저도 실수하는 부분이 많을 거기 때문에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전반적으로 미디어를 다루는 방식에서 창작자가 이런 부분을 간과하지 않으려고 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저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기보단, 이제는 이 세상이 이야기해야 할 것을 양질의 방법으로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너무 좋아요. 나아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배우 이주영
배우 이주영ⓒ싸이더스

마지막으로 이주영은 ‘야구소녀’의 관람객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어떤 메시지만을 담고 있는 건 아니예요. 그냥 편하게 와서 보고, 재밌게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야구소녀’는 청량한 스포츠 영화기도 하니까요. 팝콘 드시면서 편하게 보세요.”

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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