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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고용 한 달, 정규직 돼서 좋겠다고?
비탈면 청소하는 직고용 요금수납원들
비탈면 청소하는 직고용 요금수납원들ⓒ노조 관계자 제공

지난달 한국도로공사가 ‘직고용 요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요금수납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현장 곳곳에선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었다. 공사가 여러 해 동안, 길게는 10여 년 요금수납원으로 일해 온 이들에게 고속도로 비탈면 청소 등 업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23일 민주노총 민주일반여맹 산하 민주연합노조·공공연대노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직접고용된 요금수납원들은 현재 ‘현장지원직’이라는 새로운 직군으로 편성돼 졸음쉼터 청소와 고속도로 비탈면 및 배수로 정리 등의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직고용 수납원 대다수가 50대 이상이고, 상당수가 장애인이지만 주로 몸을 많이 사용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또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 중 일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니라서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던 일도 있었다.

이들은 요금수납원으로 있으면서, 어렵게 ‘수년 동안의 법정 싸움’과 ‘217일의 해고 투쟁’을 전개해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얻어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이들에게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고속도로 주변 청소 업무를 부여한 상황이다. 공사는 요금수납업무는 자회사로 모두 맡겼기 때문에 이들에게 요금수납 업무를 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는 당초 수납원들을 직고용할 때부터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이미 요금수납 업무는 자회사로 넘겼기에, 직고용되면 요금수납업무가 아닌 주변 청소 등을 해야 한다고 통지한 바 있다. 사실상 이런 방침이 싫으면 나가거나 자회사로 가라는 식이다.

배수로 청소하는 직고용 전환 요금수납원들
배수로 청소하는 직고용 전환 요금수납원들ⓒ노조 관계자 제공
비탈면 정리하는 직고용 요금수납원들
비탈면 정리하는 직고용 요금수납원들ⓒ노조 관계자 제공

배수로에 켜켜이 쌓인 진흙
주말사이 엉망이 된 쉼터화장실
위태로운 비탈길 잡초제거

민중의소리가 노조 측에 요청해서 받은 사진을 보면, 수납원들은 비탈면에 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는 대량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1m 이상 깊이의 배수로에 들어가 수년간 켜켜이 쌓인 진흙을 퍼 올리기도 하고, 차가 다니는 고속도로 갓길에서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직고용된 요금수납원이 4m 이상 높이의 굴다리 비탈면에 올라가 우거진 잡초를 제거하는 위험한 장면의 사진도 여러 장 있었다.

현장지원직으로 직고용된 요금수납원 A 씨는 “도시 쪽은 그래도 차가 많아서 위험을 감지하지만, 차가 별로 없는 곳에선 그냥 타고 온 봉고차(경광등 없는 차량)를 갓길에 세우고 업무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그렇게 청소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차가 없다는 이유로 고속도로를 걸어서 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조합원들 중엔 다친 사람도 있다”라며 “넘어져서 다리를 다쳐 산재를 신청한 경우, 낫에 베여서 병원치료를 받은 수납원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사에서도 크게 위험한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냥 (구두로) 안전하게 일하라고 얘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지원직으로 직고용된 또 다른 요금수납원 B 씨는 “안전조치가 안 되는 지역에선 일을 할 수 없다고 거부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지사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곳은 안전조치를 취해주는 곳도 있고, 거부하면 들어주는 곳도 있지만, 그러지 않은 곳도 있다. 거부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무리하게 진행시키는 곳도 있다”라고 전했다.

고속도로 양옆에 설치된 철망에 넝쿨을 제거하라는 업무지시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일이 없는데, 뭔가 시켜야 하니까 이런 일을 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주말 사이 졸음쉼터에 쌓인 온갖 쓰레기와 오물로 막힌 화장실은 덤이었다. 졸음쉼터 분리수거 쓰레기통에는 쓰레기가 넘쳐흘러서 통 주변으로 쓰레기가 가득했고, 쉼터 화장실 변기는 주말에 화장실을 이용한 이들에 의해 막히거나 넘쳐흘러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이런 일을 하고 나면, 평소 안 하던 일이라서 그런지 밥 먹기도 힘들다고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노조 측은 “날씨는 점점 뜨거워져 가는데, 이렇게 계속 일을 하다간 조합원들이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일방적으로 자회사를 반대한 요금수납원들에게 이 같은 업무를 부여한 데 대해 “불만은 많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해서 ‘현장지원직’이 된 게 아니다. (도로공사가) 일방적으로 던져놓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사가 근본 대책은 안 세우고) 너희가 원했으니 들어온 것 아니냐, 불만 있으면 나가라 이런 상황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직고용 요금수납원들이 청소 전 찍은 졸음쉼터
직고용 요금수납원들이 청소 전 찍은 졸음쉼터ⓒ노조 관계자 제공

일반 마스크 “5장 배부가 끝”
건물 주차장에 마련된 대기실
“집이 멀어 컨네이터서 생활”

대다수 요금수납원들은 출근하면 각 지사 건물 외부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었다. 공사 직원이지만, 기존 직원들과는 완전히 분리돼 있었다.

또 노조 관계자는 “집 근처로 근무지가 배정된 직원은 30~40%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 직원들은 긴 시간 출퇴근을 하거나, 집을 구해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공사가 전세로 집을 얻어주기도 했지만, 까다로운 조건 등으로 집을 구하지 못해 여러 명이 한 집에서 생활하거나 컨테이너 대기실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이동 시엔 8명에서 10명이 봉고차를 타고 이동하기에 코로나19 감염 등을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업무할 때도 흙더미와 먼지로 뒤덮인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방진마스크가 필요했다. 하지만 방역·방진용 마스크를 필요한 만큼 지급하는 지사는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요금수납원은 “처음 들어왔을 때 일회용 일반 마스크 5장 받은 것 외에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요금수납원들의 대기실
요금수납원들의 대기실ⓒ노조 관계자 제공

“애초부터 직고용으로 판을 짰으면”

이 같은 문제는 공사가 어떻게든 억지로 요금수납원들을 직고용하지 않으려고 ‘자회사 설립 방안’을 일방 추진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조의 동의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직접고용 방식이 아닌 자회사 방안을 강행했다. 지난해 10월 민주노총이 공개한 ‘노사전문가협의회 전문위원 활동결과 최종 보고서’를 보면 “(2019년 9월 5일 회의에서) 전문가들과 노조 대표 1명은 회의 종료를 선언하고 퇴장하면서 서명이 이루어지더라도 노사전문가협의회의 이름으로 기록이 남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12명(사측 5명, 정규직 노조 대표 2명, 용역노동자 대표 5명)은 회사 안에 서명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도, 공사는 퇴로 없는 자회사 방안을 밀어붙였다. 공사 측의 계획은 요금수납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대법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법원에서 요금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틀어졌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공사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500명의 요금수납원을 직고용하게 된 것이다. 이후 공사는 수납원들에게 이 같은 업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해서,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육선전실장은 “부당하다 아니다의 문제를 넘어서 이건 공공기관 입장에서 봤을 때도 1500명에 가까운 인력을 이렇게 운용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문제의식이 있을 것”이라며 “업무감사에서도 문제시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부터 직고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안을) 짰으면 이렇게 업무배치하고 갈등이 발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계속해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도로공사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집행부와 9차례,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등 집행부와 5차례 협의를 통해 현장 불만에 대한 의견 수렴 및 해결을 지속해오고 있다”며 “현장안정화를 위해 부사장 주관 TF 팀을 구성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현장의견 수렴 등을 통해 여러 불만 요소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단기간에 다수의 인력이 직고용됨에 따라 초기엔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업무효율성이나 인력 운영 등에 있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탈면 청소하는 직고용 요금수납원들
비탈면 청소하는 직고용 요금수납원들ⓒ노조 관계자 제공
비탈면 청소하는 직고용 요금수납원들
비탈면 청소하는 직고용 요금수납원들ⓒ노조 관계자 제공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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