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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0주년 특별기획] 새로운 대학, 새로운 대학체제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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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00년 5월 15일 첫걸음을 뗀 민중의소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독자와 후원인들의 성원과 격려로 민중의소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며 자주평화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진보언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원로, 전문가, 신진 인사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와 한국사회를 조망하는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상황이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충격은 넓고도 깊다. 분야에 따라 충격의 양상은 다르지만 코로나는 파괴자이기도 하고 장애물이기도 하지만, 반성과 성찰의 촉진제이기도 하다. 그 충격이 의료와 경제 영역에서 가장 뚜렷하지만 교육에 미치는 영향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의 대학은 지난 3월부터 넉 달째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 거의 모든 강의는 비대면 온라인 방식이고 실험, 실습, 실기에 국한해서 일부 대면강의가 이루어지는 정도이며 강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 활동과 학생 활동 역시 사실상 정지되어 버렸다. 그러니 개점휴업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초중등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가 대학에 미친 강력한 파장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고 그 중에서도 실시간 화상수업의 확대가 가져올 파장은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학은 강의실과 연구실 등 물리적 공간을 매개로 교수와 학생이 교류하는 시스템인데 대학의 수업이 강의실 중심의 대면수업에서 가상공간의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 대학의 역할과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공간을 독점하고 있는 IT기업들이 대학의 역할을 겸하거나 대학을 대체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지금까지는 인구 감소가 대학의 소멸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거론되었는데 이제 코로나가 그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비대면·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비대면·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구글이나 네이버나 카카오톡이 대학 강의를 한다고 이상할 것은 없다. 대학용 테드(TED)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줌(ZOOM)의 확산을 보면 온라인 교육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은 예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모든 대학이 비대면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고도화할 것이 분명하고, 초중등 학교 역시 이 변화에 동참할 것이다. 그래서 기왕에 널리 확산되어 있는 가상공간에 교육이 동참함으로써 온라인 영역은 더욱 비약적으로 확장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4개월째 개점휴업인 대학, 비대면 수업 확산
구글이나 네이버·카카오톡 대학 강의, 대학용 테드 나올 수 있다
IT 기업에 의한 대학 대체 섣부르지만 구조 개편 피할 수 없어
국공립대, 사립대, 공영형 사립대 병존하게 될 것


온라인 교육의 확대가 대학의 개방과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대학의 재편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예정된 미래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의 확대를 대학의 소멸로 연결시키는 주장은 대학에 대한 일면적인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의 핵심은 교육이지만 교육이 강의실 수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온라인 수업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실험, 실습, 실기, 현장체험, 견학 등 대면 영역이 매우 넓다. 정규 수업 이외의 교육적 활동도 매우 다양하다. 대학은 또한 폭넓은 연구 기능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대학은 교육과 연구는 물론 학생지도, 교류, 행사를 망라한 수많은 활동이 다면적으로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공간이므로 온라인 수업의 확대만으로 대학의 소멸이나 IT기업에 의한 대체를 전망하는 것은 섣부르다.

다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경쟁의 심화, 4차산업혁명에 따른 대학의 역할 변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온라인 교육의 확대 등 대학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대학이 미증유한 변화에 직면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학은 이미 변화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특히, 사학이 전체 대학의 86.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대학을 사적 소유권으로 간주하여 봉건적인 운영체제를 고집하면서 대학의 활동을 사회와 분리시켜 상아탑 안에 가두는 낡은 대학은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사학비리를 저지르거나 분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반교육적인 대학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과 연구의 수준이 낮고 재정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대학 서열화 구조에 편입되어 있는 소규모 개별 대학들의 전망도 매우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공립대학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사립대학의 공공성과 재정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지난 5월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영남대 재학생이 1학기 중간고사 온라인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지난 5월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영남대 재학생이 1학기 중간고사 온라인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뉴스1

그러므로 미래의 대학구조는 사립대학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재의 기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을 받는 국공립대학의 비중이 높아지고, 사립대학의 변화 과정에서 교육과 연구에서 높은 수준을 확보하고 상당한 재정 조달이 가능한 사립대학이 증가하고, 설립주체의 관점에서 사립대학이되 운영의 관점에서 높은 공공성이 확보된 공영형 사립대학이 증가함으로써 국공립대학, 사립대학, 공영형 사립대학의 세 유형이 병존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다. 또한 각 대학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 입시와 취업 등 대학 운영의 여러 측면에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연합 혹은 네트워크형의 새로운 대학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 모든 일은 정부가 투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앞장서서 추진해야 할 일인데 교육부가 그럴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창간20주년 특별기획]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모아보기

정대화 상지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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