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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 기생해 부당노동행위 감추려는 오승록 노원구청장

최근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관련 ‘가짜뉴스’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취업준비생들의 갈등이 극대화된 가운데,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이 구의 부당노동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을과 을’의 갈등을 부추기는 가짜뉴스 진원지를 자초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오승록 구청장 페이스북

노원구 산하 서비스공단 민주노조는 지난 24일부터 ‘고령친화직 정년 65세’,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고령친화직 정년 연장은 문재인 정부의 기조로, 대다수 공단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십수 년 쌓인 위법한 차별 대우에서 비롯된 요구다.

그러나 오 구청장은 27일 ‘노조가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라는 취지로 전체 구민들에게 문자를 보내 여론을 호도했다. 오 구청장의 주장을 받아써 ‘제2의 인국공’ 사태가 벌어졌다는 보도들도 나왔다. 서비스공단 최동윤 이사장이 노조파괴 문건으로 24일 사퇴한 이후 구청장이 반노조적 입장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노조 측은 오 구청장이 노조파괴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29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는 노원구청 앞에서 ‘노원구서비스공단 민주노조 와해 및 부당노동행위 2차 폭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자 vs 청년’ 갈등 부추긴 구청장
“고령 노동자 정년 연장에 청년 일자리 안 줄어”

“지금 어렵게 공부해 합격한 공무원의 정년이 60세다. 현재도 서비스공단 합격만을 목표로 밤샘 공부하는 청년들에게 정년 65세 연장은 청천벽력과도 같다. … 지금도 구청 앞 북부고용센터 앞에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구직급여를 받으려고 땡볕에서 줄 서며 기다리고 있다”

오 구청장의 주장은 공단 비정규직 ‘전체가’ 정규직보다 긴 정년을 요구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노조 측이 무리한 요구로 ‘떼쓰고 있다’라는 인상이 강하다. 여기에 취업준비생을 대비시키자 ‘이기적인 노조’ 이미지가 그려진다.

사실상 가짜뉴스다. 노조 측은 비정규직 전체가 아닌 ‘고령친화직군’인 청소·경비·주차 직종에 대한 정년 연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단 임직원 총 312명 중, 정규직이 57명이고 비정규직(무기계약직+기간제) 255명이다. 고령친화직군 해당자는 50여 명에 불과하다. 노조 측은 “노원구는 마치 전체에 대해 정년을 보장하라는 양 노조 요구를 호도한다”라고 지적했다.

29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는 노원구청 앞에서 ‘노원구서비스공단 민주노조 와해 및 부당노동행위 2차 폭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29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는 노원구청 앞에서 ‘노원구서비스공단 민주노조 와해 및 부당노동행위 2차 폭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민중의소리

노조 측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령친화직군의 정년 연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청소·경비 종사자 상당수가 60세 이상임을 감안해 정년을 65세로 설정할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서울시 타 공단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강북·중구공단 등은 전 무기계약직에 대해 정년 65세를 보장하고, 고령친화직에 대해 중랑·마포공단 등은 정년 65세를, 구로·도봉공단 등은 건강상 이상이 없으면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60세 정년으로 이번 6월 노동자 7명이 퇴직한다. 공단 측은 9개월 노인 계약직인 ‘나쁜 일자리’로 이들을 대체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고령친화직의 정년 연장으로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추가 인원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공단이 퇴직금을 안 주고 노조를 말살시키기 위해 계약직을 뽑는다”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라는 오 구청장의 주장에 대해 노조 측은 “부당하게 청년과 고령친화직 노동자들을 대립시킨다”라고 질타했다. 노조 측은 “고령친화직 정년이 연장된다고 일반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고령친화직은 실수령액 200만 원가량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노동’ 시각 드러낸 구청장
“비정규직 차별 눈감았다”
비용 없다고? “임원-비정규직 임금 격차 극단적”

“노원구는 2017년 노조원들을 기간제에서 60세까지의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줬다. 당시 구민세금으로 비정규직들 잔치를 벌여 준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이고 비정규직의 애환을 알기에 노원구 재정의 어려움에도 선도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줬다. 그런데 이것도 성에 안 찼는지 불과 3년 만에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바꿔달라 요구하고 있다.”

‘공단 이사장은 신, 정규직은 양반, 무기계약직은 평민, 계약직은 쌍놈’. 노 구청장의 발언은 노조에서 전설처럼 내려온다는 한 관리자 발언 속 ‘반노동적’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노 구청장에게 정규직 전환은 노동자의 권리 향상이 아닌 일종의 ‘시혜’인 셈이다.

노조 측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진 전환을 요구한 이유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때문이다. 노원서비스공단은 2013년 전국 최초로 기간제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시행했다. 대단한 ‘혜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달라진 건 1호봉당 1만 원이 추가된 것일 뿐 차별적·반인권적 노동환경은 여전하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관리자들의 인격 모독과 막말은 일상이었다. 공단은 초과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위험 작업에 대한 1인 작업을 강요했다. 산재 발생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해 무급 병가 처리했다. 노상 주차관리자들은 화장실이 없어 인근 건물 관리자에게 음료수 등을 사주며 개인적으로 화장실 사용을 부탁하는 실정이다.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오히려 임금은 삭감됐다. 3개월의 계약직 기간에 주 40시간 기본급 170만 원을 받았는데, 전환 계약 시 기본급 128만 원에 초과근무 35시간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단 뒤 초과근무를 제한하는 방식이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초과근무를 올리면 이사장까지 쫓아와 막았다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똑같이 전기를 취급하는데 한 사람은 정규직, 한 사람은 무기계약직인 상황이다. 비정규직 내에서도 임금체계가 달랐다. 무기계약직 전환 시 어떤 사람은 기본급 20여만 원이 깎인 반면, 어떤 사람은 1만 원만 깎였다. 노조 측은 “관리자 맘대로 임금을 정했다”라고 지적했다.

29일 한기정 노원구서비스공단 분회장을 비롯한 노조원 8명이 노원구청 5층 민원실에서 오승록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29일 한기정 노원구서비스공단 분회장을 비롯한 노조원 8명이 노원구청 5층 민원실에서 오승록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노조의 요구대로 157명의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1천270만 원, 총 20억 원의 구민세금이 매년 추가로 소요된다. 이는 서울시에서 재정자립도가 꼴찌인 노원구의 재정 여건상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

오 구청장은 정규직 전환 비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20억 원에 대한 근거를 대라며 초과수당, 위험수당, 출장비 등 체불 임금만 2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원공단의 평균 임원급여가 타 공단에 비해 높다고 노조 측은 지적했다. 서울의 총 24개 자치구 공단 중 노원공단의 평균 임원급여는 3위고, 정규직 포함 임직원 급여는 8위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을 포함하면 22위로 뚝 떨어진다. 노조 측은 “임원-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이 이렇게 극단적인 것은 정당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연간 영업수익 232억 원인 송파공단의 1인당 평균임금은 4천5백만 원인 반면, 연간 226억 원인 노원공단은 3천1백만 원”이라며 “영업수익 대비 얼마나 저임금인가 알 수 있다”라며 “노원공단의 직원 312명 중, 정규직이 겨우 57명이라는 건 노동자 권익 신장에 앞장섰다는 노원구의 수사가 무색할 만큼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단 정규직이지만 이번 투쟁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상현 노원구서비스공단 사무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너무 컸다. 임금 차별도 컸지만, 관리자들의 갑질과 폭언 무시 등을 느끼며 동료로서 참아선 안 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라며 “애초 투쟁의 목적은 정규직 전환, 정년 연장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청장의 잘못된 노동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 구청장의 문자를 받고 분노했다”라는 노원구 월계동 주민 김진숙 진보당 노원구위원장은 “구청장이 노원주민의 세금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단체 문자를 보냈다.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공공이익을 위해 공적 업무를 수행할 구청이 구청장 개인의 편파적인 생각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지역사회는 반노동 반노조적인 구청의 행태를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일 오승록 구청장과의 '진정한 대화'를 위해 지난 24일부터 시작한 구청 로비 파업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는 노원구서비스공단 노조원들
29일 오승록 구청장과의 '진정한 대화'를 위해 지난 24일부터 시작한 구청 로비 파업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는 노원구서비스공단 노조원들ⓒ민중의소리

“구청장, 노조파괴 안 했다면 대화 나서라”
대화 위해 파업 철회한 노조
“면담 거부하면 다음은 퇴진 운동”

최근 노원공단 노조를 파괴하려고 했던 문건이 폭로된 것과 관련, 노조 측은 원청 사업주인 오 구청장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 노조 측은 공단 관리자의 노조파괴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오 구청장, 최 이사장 등 노조파괴 관련자 6인을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문건 전후 구청장이 보여준 노조 혐오 태도는 문건과 정확히 관점이 일치한다”라며 “공단 선에서 벌어진 일인지 의문이 든다”라고 질타했다. 오 구청장의 ‘반노조적’ 태도는 면담을 요청하러 구청장실을 찾은 노조 관계자들에게 욕설하는 모습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고 노조 측은 지적했다.

현재 노조 측은 오 구청장과의 면담을 위해 지난 17일부터 약 10여 일 동안 구청장 민원실 앞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5차례 공문을 보내 대화를 시도했지만, 일주일간 응답이 없어 24일 구청 로비와 구청장실 앞에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진정한 대화’를 위해 오는 30일 현장으로 복귀한다. 이날 1층 로비에 있던 노조원들은 철수했다. 한기정 노원구서비스공단분회장은 “물러서는 게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위해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오 구청장이 끝까지 대화를 피할 경우 다음은 오 구청장의 퇴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청장 민원실 앞의 일부 인원은 남는다.

노원구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임금 삭감이 있었다는 노조 측 주장에 “공단은 지방공기업으로 호봉 등 급여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관련 법령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라며 “관리자 임의대로 급여를 올리거나 깎을 수 없다. 초과수당이나 위험수당 출장비 등 임금을 체불할 수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승록 구청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역임했으며,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으로 민주당 대변인·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거쳐 2018년 7월 구청장에 당선됐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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