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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8년 동안 ‘석방’ 외치다 다시 전국을 걷는 이유

박근혜 정권에서 시작된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관련 재판이 2020년 5월 14일 막을 내렸다.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으로 기소됐던 이들에게 내려진 사법부의 형벌은 도합 징역 42년. 42년이라는 형벌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회귀하는 최악의 판결로 기록될 것이다.

파주시의원인 나는 이날 대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으로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확정판결 받았다. 8년의 재판은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박근혜 청와대와 공안검사 출신 국무총리에 의해 기획된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그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

10년의 시의원 기간 중 8년동안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나는 지역과 마을의 척박한 현장에서 힘겨운 이들을 대변했다. 억울하고 힘든 이들과 함께 울었던 시간이지만 1분 1초도 자유롭지 못했다. 국정원의 인권유린과 불법적인 증거수집,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내란음모라는 부당한 혐의, 왜곡으로 도배된 보수 언론의 보도, 광장에서 구명 서명 받는 일조차 배척당한 모진 세월. 제갈 물린 시간은 창살 안 양심수의 하루와 다를 것이 무엇이었을까.

안소희 전 파주시의원(자료사진)
안소희 전 파주시의원(자료사진)ⓒ김슬찬 인턴기자

내란음모 사건은 박근혜 정권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밝히려 했던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기획한 진보정치 말살 정치보복이었다. 이 사건의 마지막 대법원 판결이 있던 날, 나는 비로소 앞서 국가폭력에 의해 감옥에 갇혔고 아직도 감옥에 있는 이석기 의원과 이 사건으로 고난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한 가지 빚을 갚게 되었다. 그것은 8년의 시간동안 양심에 부끄러운 굴복을 하지 않았음이다. 물론 그 대가로 시의원 배지는 박탈당했다.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도 두 번의 선거에서 당선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 안전을 위협 받지 않는 사회를 향해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절실했고 그것은 투표로 증명됐다. 그럼에도 국가권력은 어떤 꼬투리라도 잡아 진보정치세력을 탄압했다. 나에 대한 처벌의 근거에는 ‘혁명동지가’라는 진보운동에 널리 알려진 민중가요를 불렀다는 것도 포함됐다.

내란음모 사건은 시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민중의 현실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석기 의원 구명을 위한 국민대행진’에 나서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우리사회에서 금기시 되어온 자주와 평화, 평등의 문제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직면한 민중의 삶을 해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확신이다. 이석기 의원은 옥중서신을 통해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산재분배를 실현하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석기 의원 석방 국민대행진’에 나선 안소희 전 파주시의원
‘이석기 의원 석방 국민대행진’에 나선 안소희 전 파주시의원ⓒ필자 제공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 가진 자와 민중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고, 이를 거슬러 올라갈 사다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돈이 돈을 벌고, 기득권에 속하지 않은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서는 아예 새로운 꿈조차 꿀 수 없는 사회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동안 진보진영이 주장해왔고, 현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각종 수당 도입이나 즉자적인 교육 및 부동산 정책과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으로는 구조적 불평등에 아무런 균열을 내지 못한다. 이것은 오롯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몫이다. 우리 사회의 굳건한 불평등 구조를 깨자면, 이 불평등 구조에서 피해받는 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2019년 12월 이석기 의원이 보내온 서신의 내용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감옥에 갇힌 이석기 의원은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도 갇혀있다. 이석기 의원은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변화를 꿈꾼다. 내란음모가 아닌 자주와 평화와 평등의 사회를 실현하는 꿈이다. 올해 국민대행진을 하는 것은 이석기 의원 석방을 촉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향한 진보정치의 꿈을 되살리기 위함이다. 또한 지역, 시민과 소통하며 썩은 동아줄이 된 국가보안법과 이를 기반으로 한 수구냉전체제를 반대하고, 국민의 안녕과 이익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를 토론하고 시민의 지지를 얻어나가기 위함이다.

이땅의 모든 이들이 사상의 자유를 보장받으며, 정권에 반한다는 이유로 야만적인 색깔 공세와 혐오로 배제되는 일을 끝내고, 자주와 평화, 평등을 말하고 실천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희망의 발걸음을 함께 내딛기 위함이다.

이석기 의원 석방 국민대행진, 7.11 국민행동 웹자보
이석기 의원 석방 국민대행진, 7.11 국민행동 웹자보ⓒ자료사진

22일 제주를 출발해 호남의 서군과 영남의 동군으로 대행진을 하는 우리는 오는 2일 대전교도소 앞에서 비록 옥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이석기 의원을 만날 것이다. 11일에는 서울과 전국에서 동시행동을 하며 이석기 의원 석방과 내란음모 사건 진상규명, 국가보안법 철폐의 목소리를 모을 것이다.

오늘 국민대행진을 걷고 있는 나 역시 8년이라는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던 국가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시민이 요구하는 진보정치, 생활정치의 주역으로 당당히 주민 곁에 서고 싶다.

안소희 전 파주시의원, ‘이석기 의원 석방 국민대행진’ 서군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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