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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0년 관행 파기한 여당 단독 원구성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18개 상임위원장 전부를 여당이 차지하게 됐다. 21대 국회 원구성을 위한 최종협상이 결렬된 결과다. 책임공방과 원내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결정한 일이니 각자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13대 국회 이후 유지되어 온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분점 관행이 이렇다할 정당성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언뜻 다수당이 소수당을 배려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여야 중진들의 ‘좋은 자리 나눠먹기’에 불과했던 것도 사실이다. 32년 만에 관행이 깨졌으니 지금과 같은 원구성이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야당은 일부 중진들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포기하고 대신 여당에 독단과 독선의 이미지를 씌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략이라면 앞으로 국회 운영에서 야당의 협조는 기대하기 힘들 터이다. 여당의 부담이다. 야당 역시 타협을 배제하고 강경 일색으로 나아가는 데 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 원구성이 정치권 내부의 일인데다, 국민의 생활과는 별반 연관이 없는 자리 다툼이라는 점에서 야당의 전략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여당이 책임져야 할 몫은 더 크다. 여당 단독으로 원구성을 강행한 만큼 ‘일하는 국회’가 내놓는 가시적인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당장 추경이 그렇다.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행정부가 내놓은 추경안을 그저 추인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특히 재정당국의 보수적 관점을 국회가 얼마만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여야의 ‘협치’라는 사고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야의 충돌이 거칠어지면 언론을 중심으로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게 일어난다. 하지만 서로 추구하는 정책이 다르고, 지지층이 다른 정당들이 쉽게 합의에 이르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번처럼 거대 여당이 탄생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정하게 타협을 강제해왔던 국회선진화법도 지금과 같은 여야 의석수 차이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

미래통합당 입장에선 총선에서 자신들이 받은 표에 비해 너무 적은 의석수를 얻었고, 이제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승자독식’이 된 상황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정당들의 진출을 통해 연합정치를 제도화하려 했던 선거법 개정을 끝까지 반대하고 심지어 위성정당까지 만든 것은 미래통합당 자신이었다. 이에 대한 반성없이 모든 것을 여당의 독선 탓으로 돌려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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